
불가리아서 400·800m 동메달… 세계무대 화려한 데뷔
우여곡절 끝에 참가 월등한 기량 탓에 장애 의심받기도
엘리트 대회 위주 출전하다 고양시청 입단 후 욕심생겨
"내년 '데플림픽' 메달 목표… 사회적 인식 바꾸고 싶어"
"이제는 데플림픽(4년마다 개최되는 청각 장애인을 위한 올림픽과 같은 국제 경기 대회)에 도전하고 싶습니다."
지난달 27일부터 2일까지 불가리아 스타라자고자에서 열린 제3회 세계농아육상선수권대회에서 메달을 획득하며 세계를 놀라게 한 이무용(고양시청). 그는 400m와 800m에서 나란히 동메달을 획득하며 이번 대회에 혜성처럼 나타난 '깜짝 스타'였다. 대회에 첫 출전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무용은 400m 결승에서 48.27의 기록을 세웠다.
이는 1위를 차지한 수젠 야신(터기)과 불과 0.025초 차이 밖에는 나지 않는 기록이다. 사실 이무용은 장애인 대회보다는 엘리트 육상 대회에서 이름을 찾기 쉽다. 그는 올 시즌 제70회 전국육상경기선수권대회 800m 우승자이자 2016 고성통일전국실업육상경기대회 1천600m 계주 은메달리스트다. 또 각종 육상 대회에서 입상을 놓치지 않고 있다.
그런 그가 세계 농아인육상선수권대회에 출전하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지난 5일 고양시 장미란체육관에서 만난 이무용은 인터뷰 도중 이 같은 질문에 "지난해 고양시청에 오면서부터 운동에 대한 욕심이 생겼고 청각 장애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개선시키고 싶었다"고 답했다.
어릴적 부터 청각장애를 갖고 있었던 이무용은 군포 산본중 재학 시절 코치 선생님의 권유로 육상을 처음 접했다. 산본중을 거쳐 수원 유신고에 진학하면서 본격적으로 육상에 대한 흥미를 느끼게 됐다.
그는 "중학교 때는 사실 하기 싫었던 마음이 컸는데 당시 코치님이 많이 마음을 붙잡아 주셨다"며 "고등학교에 진학하면서 내가 노력한 만큼 기록도 단축되는 것에 뿌듯했다"고 당시를 뒤돌아봤다.
학창 시절 이무용은 운동을 배우고 일상생활을 하면서 장애에 대한 불편함은 전혀 느끼지 못했다. 오히려 장애를 갖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자신을 불편하게 바라보는 시선이 싫었다. 그런 생각은 고양시청에 입단하기 전까지 줄곧 이어졌다.
그런데 김용환 감독이 이끄는 고양시청에서 훈련하면서 이무용은 육상에 대한 욕심이 더욱 커지게 됐고 대회 출전의 동기가 됐다. 운동선수라면 한 번 꿈꾸게 되는 세계 무대 출전과 사회에서 느꼈던 청각 장애인에 대한 불편한 시선도 함께 극복하고 싶은 열망이 강해졌다.

그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농아인 대회에는 출전하고 싶지 않은 것이 솔직한 마음이었다"고 고백했다.
하지만 그는 "고양시청에서 운동하게 되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됐다. 중거리 종목에선 내 나이가 많은 편에 속한다"며 "은퇴하기 전 세계 대회에서 메달을 따고 싶었고 꼭 올림픽은 아니더라도 세계 무대에서 기량을 검증받고 싶었다. 내가 메달을 따게 된다면 다른 청각 장애인들에 대한 일반인들의 생각도 바뀔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전했다. 그렇게 도전한 대회가 제3회 세계농아육상선수권대회였다.
대회에 출전하기까지 우여곡절도 많았다. 복지 카드 발급 시기가 대회 신청 엔트리 제출 기한보다 늦어져 김 감독이 직접 조직위원회에 사정을 설명했고, 마침내 대회 출전 허가를 받았다. 대회에 출전하기 위해선 조직위에 예비 참가 엔트리를 제출해야 하는데, 엔트리에 등록되기 위해선 대한장애인체육회에 선수 등록이 있어야 했다.
대한농아인연맹의 행정적인 지원과 아울러 고양시의 출전비 지원과 같은 전폭적인 지지도 함께 어우러지지 않았다면 대회에 출전은 어려웠다. 또 이무용의 기량이 월등하다 보니 대회 기간 중 타국 선수들이 장애를 의심하는 경우도 생겼다. 이에 김 감독이 공식적으로 항의해 대회 관계자로부터 사과를 받아 내기도 했다.
앞으로의 목표에 대해 이무용은 "데플림픽에 출전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세계 농아인들의 스포츠축제인 데플림픽은 올림픽, 패럴림픽과 함께 세계 3대 올림픽으로 꼽히는 대회다. 그는 "이번 대회를 치르면서 감독님과 고양시를 비롯한 많은 분께 큰 빚을 졌다"며 "내년 7월 터키에서 열리는 데플림픽에서 꼭 메달을 딸 수 있도록 잘 준비하겠다"고 했다.
김 감독은 이무용에 대해 "진지하고 열정적이고 궁금한 것이 있으면 꼭 물어봐야 하는 스타일이다. 항상 배우려고 하는 자세가 가장 큰 장점"이라고 소개하면서 "지금 태릉에서는 리우올림픽에 맞춰 리우 체제로 가고 있지만 (이)무용이는 터키 체제로 준비하자고 했다. 원없이, 후회없이 운동하고 결과에 연연하기보다는 일련의 과정이 더 중요하다"고 답했다.
/이원근기자 lwg33@kyeongin.com

■청각장애 육상 선수 이무용 프로필
▲ 1989년 군포 산본 출생
▲ 군포 산본중·수원 유신고·성균관대 졸업
▲ 2011년 제92회 전국체전 2관왕(800m,1천600m 계주)
▲ 2012~2013년 제93~94회 전국체전 1천600m 계주 금메달
▲ 2015년 고성통일전국실업육상경기대회 400m 우승
▲ 2015년 한중일친선육상경기대회 800m 준우승
▲ 2015년 제27회 전국실업단대항육상경기대회 800m 금메달
■데플림픽(Deaflympics)
데플림픽은 4년마다 개최되는 청각 장애인을 위한 올림픽과 같은 국제경기대회로서 스포츠를 통한 심신을 단련하고 세계농아간의 친목도모와 유대 강화를 목적으로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