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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관 5명의 목숨을 앗아간 지난 7일(현지시간) 미국 텍사스 주 댈러스의 경찰 저격사건 이후 희생 경관들에 대한 추모와 함께 경찰을 향한 응원과 감사의 메시지도 잇따르고 있다. 사건이 발생한 후 데이비드 브라운 댈러스 경찰서장은
미국 전역에서 흑인을 향한 경찰 총격에 항의하는 시위가 다시 번지고 있다.

7일(현지시간) 텍사스 주 댈러스 시위에서 백인 경찰 5명이 매복 총격범에 의해 사망하는 사건이 벌어진 직후 소강상태였던 '흑인 목숨도 소중하다'(블랙라이브즈매터) 시위가 재점화했으며 일부 지역에서 시위대와 경찰이 대치하고 도로가 봉쇄되는 등 상황이 격화하고 있다.

10일 CNN 방송은 토요일이었던 전날 밤늦게까지 뉴욕, 시카고, 세인트폴(미네소타), 배턴 루지(루이지애나) 등에서 시위가 있었으며 이 과정에서 최소 198명이 체포됐다고 보도했다. 또 시위 진압 과정에서 27명의 경찰이 다쳤다고 폭스뉴스는 전했다.

세인트폴에서는 시위대와 경찰이 94번 주간 고가도로에서 대치하면서 최소 5명의 경찰관이 시위대가 던진 유리병과 폭죽, 돌 등에 맞아 다쳤다.

200여 명의 시위대가 도로를 점거하자 경찰은 연막탄을 동원해 시위대를 강제 해산했다. 경찰은 세인트폴에서 50명을 체포했다.

배털 루지에서도 항의 시위가 진행됐다.

이곳에서는 '흑인 목숨도 소중하다' 운동을 이끄는 저명 운동가인 디레이 매케손을 포함해 125명이 체포됐다.

배턴루지 경찰 당국과 시위대 측에 따르면 매케손은 9일 밤 에어라인 고가 인근을 걷다가 체포됐으며 정확한 체포 이유는 확인되지 않았다.

매케손은 경찰서에서 밤을 샌 뒤 10일 풀려났다.

미네소타와 루이지애나는 최근 경찰관의 흑인 피격 사망사건이 벌어진 곳이다.

조지아 주 애틀랜타에서는 시위대가 75번과 85번 주간도로에서 경찰과 대치했으며 플로리다 주 마이애미에서도 시위대가 395번 주간도로를 일시 점거했다.

캘리포니아 주에서는 수백 명의 시위대가 베이교(橋)를 가로막으면서 통행이 최소 두 시간 동안 막히기도 했다.

워싱턴DC와 뉴욕, 시카고 등지에서도 항의 시위가 열렸다.

뉴욕과 시카고에서는 각각 20명, 3명이 경찰에 붙잡혔다.

경찰에 대한 공격도 잇따랐다.

텍사스 주 샌안토니오 경찰 본부에는 9일 밤 여러 발의 총탄이 날아와 건물 외벽에 박혔다. 댈러스 경찰서에는 이날 오후 "테러하겠다"는 익명의 협박전화가 걸려와 인근 주차장에 경찰 특수기동대가 출동하는 소동도 벌어졌다. 두 사건 모두 용의자는 잡히지 않았다.

이외 지역에서는 대체로 평화 시위가 유지됐지만, 팽팽한 긴장감이 이어졌으며 불안감과 균열도 곳곳에서 감지됐다.

워싱턴DC에서 400명이 참여한 평화시위를 조직한 유진 퍼이어는 댈러스에서 경찰관이 피격 사망한 것은 비극이지만 흑인에 대한 경찰의 폭력 때문에 필연적인 일이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우리는 지금 티핑 포인트(tipping point·살짝만 건드려도 넘어갈 수 있는 지점)에 서 있다"고 강조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연민과 통합을 촉구하는 목소리에도 불구하고 자유주의자 대 보수주의자, '흑인의 목숨도 소중하다' 대 '경찰(Blue) 목숨도 소중하다', 시위대 대 경찰의 균열이 벌어지고 있다며 "당신은 어느 편에 서고 어떤 희생자를 추모하느냐"고 질문을 던졌다.

댈러스 외곽의 추수감사절 광장에서는 8일 오후 수백 명이 모여 '모든 생명은 소중하다'라는 팻말을 듣고 추모집회를 열었다. '흑인의 목숨도 소중하다'에 대비되는 구호다.

레드릭 C. 해리스 컬럼비아대 흑인정책사회연구소 국장은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현재 미국은 잠재됐던 인종 갈등이 끓어오르는 시점에 와 있다"며 "또 다른 '붉은 여름'이 다가오고 있다. 상황이 더 나아질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다"고 우려를 표했다. '붉은 여름'은 1919년 발생한 미국사상 최악의 흑백 충돌로, 당시 시카고에서 시작된 갈등이 25개 도시로 번져 흑인 23명과 백인 15명이 사망했다.

흑인 청소년들 사이에서는 자신이 백인 경찰의 손에 숨지는 다음 '희생자'가 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번지고 있다.

15세 흑인 소년인 엑세비어 레벨은 AP 통신에 자신이 형과 함께 경찰관의 심문에 걸린 적이 있다며 "평정심을 유지하려고 하고 입을 다물고 '네 경관님, 아니요 경관님'이라고만 말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또 다른 흑인 소년은 "그게 (다른 흑인 희생자들이) 목숨을 잃은 방식"이라며 "그들은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고 반발하기도 했다.

다른 쪽에서는 이 시위를 부정적으로 보는 시각이 꺼지지 않고 있다.

2008년 미국 공화당 부통령 후보였던 세라 페일린 전 알래스카 주지사는 "'흑인의 목숨도 소중하다'는 코미디(farce)"라고 낮잡아 표현했다.

그는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아프리카계 미국인(African-Americans), 아시아계 미국인(Asian-Americans)처럼 하이픈(-) 표시로 자신의 인종적 배경을 드러내는 사람들이 미국을 분열시킨다며 "미국에 하이픈을 치는 것이 우리를 망치고 있다"고도 주장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