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컵·AFC챔스리그도 부담
경기는 뜨거운 '동해안 더비'를 더 드라마틱하게 만들기 위해서인지, 후반 추가 시간 포항의 극적인 골로 마무리됐고 황선홍 감독은 처음 K리그 클래식 우승 트로피를 거머쥐었다.
2011년 부산 아이파크를 떠나 포항으로 자리를 옮긴 황 감독은 포항을 젊고 흥미로운 팀으로 탈바꿈시켰다.
구단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지 못한 상태에서도 잘 짜인 구단 유소년 시스템을 활용, 포항판 '티키타카'(※ 스페인어로 탁구공이 왔다 갔다 한다는 뜻. 스페인 축구에서 짧은 패스로 경기를 운영하는 형태를 일컫는다)를 완성시키며 성적과 내용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았다.
주축 선수들이 떠나 전력 누수가 생기면 무리한 패스 게임보다 안정 지향적인 실리 축구로 리그에서 전술가 적인 기질을 인정받기도 했다.
그런 황 감독이 얼마 전 FC 서울 사령탑에 올랐다. 시즌 도중 갑작스럽게 중국으로 떠난 최용수 감독의 뒤를 잇는 부담스러운 자리. 서울은 뜻밖의 변수에 적잖게 당황했을 터지만 풍부한 경험까지 지닌 상품성 있는 젊은 명장을 잡으면서 피해를 최소화했다.
황 감독은 이제 K리그에서 세 번째 도전에 나선다. 다만 지금까지와는 다르게 몇 가지 불안감이 도사리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시즌 중도에 그것도 갑자기 기대치가 큰 수도권 클럽의 수장이 됐고 바통을 이어받은 시점도 하필 부진의 전조가 보이는 때라 그렇다.
이번 시즌 서울은 리그와 AFC 챔피언스리그, 그리고 FA컵까지 가져갈 수 있는 모든 트로피를 노리는 큰 목표치가 있다. 따라서 곧 있을 FA컵과 AFC 챔피언스리그 8강전이 꽤 부담스럽게 다가오고 있다. 리그 5경기 연속 무승으로 흔들리는 팀 상황을 빠르게 수정하지 못하면 자칫 모든 목표가 물거품이 될 위기다.
황 감독이 팀을 맡은 지난 3경기는 여러 가지 시도가 경기 내에서도 빈번하게 일어나는 모양새였다. 기본 포메이션인 스리백 카드에 손을 대기도 했고 선수 위치 변화를 통해 다른 돌파구를 찾아보기도 했다. 공격 전개 방식의 변화는 당연한 수순이었다.
하지만 아드리아노의 징계, 주세종 부상 등으로 완벽한 전력을 갖추지 못하면서 시행착오가 조금 길어질 조짐이 엿보인다.
환경도 낯설고 선수단 구성도 전임 감독 체제에서 극대화된 전력. 모든 상황에 정돈되기까지는 적잖은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 그러나 당면 과제를 생각하면 황 감독에게 주어진 시간은 정말 최소한이다. 어쩌면 그래서 능력자 황 감독을 택했을지도 모른다.
시스템만 빠르게 정착된다면 선수 지원을 받는 황 감독이 펼칠 새 모습에 기대감이 크다. 황 감독 축구가 아드리아노, 데얀, 오스마르, 다카하기까지 그간 자주 접하지 못했던 외국인 선수 풍년을 만난다면? 분명한 것은 이 도전이 감독 황선홍의 능력치를 또 한 번 업그레이드 시킬 기회라는 점이다.
/박찬하 해설위원
※위 칼럼은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