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모갈 증기기관차 도입 1897년 착공 2년만에 노량진~인천역 33.8㎞ 1시간30분대 연결
일제강점기 서울역과 달리 신축 안해… 주로 화물 취급 '교통요충지' 기능 작았던 탓
수인선 개통 불구 간이역 분위기 그대로 유지… 종착역 특성 탓 영화 등 촬영지 인기

최초의 국문신문인 '독립신문'은 대한제국이 철도의 시대로 진입하는 순간을 이같이 표현했다. 기사는 1899년 9월 18일 오전 9시 '거물'이란 이름의 육중한 모갈(Mogul) 증기기관차가 희뿌연 증기를 내뿜으며 굉음과 함께 노량진을 떠나 제물포로 출발한 순간을 묘사했다. 기차를 처음 본 사람들이 얼마나 큰 충격을 받았을지 짐작할 수 있다.
1897년 3월 22일 인천에서 착공한 우리나라 최초의 철도가 2년 6개월 만에 첫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노량진~인천역(당시 제물포) 간 33.8㎞를 1시간30분 만에 연결했다. 당시 도보로 12시간 걸렸던 것을 10시간 넘게 단축시키면서 인천과 서울을 1일 생활권으로 만들었다.
1899년 우리 철도 역사의 시작이며, 117년 동안 열차에서 내리는 사람들과 인천항, 차이나타운 등의 주변 변화상을 지켜봤을 인천역을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던 날에 찾았다.
현 경인선의 인천역사(驛舍)는 수도권 전철 개통 전으로, 일반 열차가 다니던 시절인 1960년에 지어졌다. 1900년 지어진 첫 역사는 건평 300㎡였다.
첫 인천역사는 서울역에서 의미를 유추해 볼 수 있다. 서울역은 1900년 33㎡짜리 목조 바라크(Barrack) 건물을 염천교 아래 논 가운데 짓고 '남대문 정거장'이라 부른 것이 시초다.
1910년 경성역으로 개명했으며, 교통의 요충지로서 역할이 증대되면서 새 역사 건립을 추진, 1922년 6월 착공해 1925년 9월에 준공했다. 이 건물이 현재 신 역사 옆에 자리한 구 서울역사이다.

신축 전 서울역은 인천역사 보다 작은 규모였다. 일제강점기에 서울역사는 신축되지만, 인천역사는 그렇지 못했다.
근대건축전문가인 손장원 인천 재능대 교수는 역의 성격에서 역사의 신축 여부가 결정된 것으로 봤다. 그는 "구 서울역사가 신축되고, 부산·평양 등의 역사도 상당한 규모로 건설됐다"면서 "인천역은 사람보다는 화물을 주로 처리하는 역이었으며, 교통 요충지로서의 기능이 작았기 때문에 신축되지 않은 걸로 보인다"고 말했다.
1960년에 지어진 현재 인천역사는 774.9㎡로, 크지 않은 규모다. 인천역은 여객보다는 인천항을 통해 화물을 취급하기 위해 부두를 따라 선로가 부설되어 있다. 역사는 작지만, 전용선·지선을 포함해 총 1천315량의 화차(貨車)를 수용할 수 있도록 구내는 넓다.
인천역은 수도권의 여타 전철역과 달리 간이역 분위기를 풍긴다. 인천항까지 직선 거리로 300m 정도로 가깝다보니 전철에서 내리면 바다 내음을 맡을 수 있는 곳이다. 무더운 날씨 속에서 땀을 뻘뻘 흘리며 역을 찾은 날엔 플랫폼과 선로에서 내뿜는 열기로 인해 바다의 정취를 느낄 수는 없었다.
지난 2월 27일 수인선 송도~인천 구간이 개통되면서 인천역은 현대적 느낌의 역사로 재탄생할 걸로 예상됐지만, 지하로 내려가는 출입구가 새로 만들어지는 데 그쳤다. 간이역 분위기를 내는 기존의 역사는 그대로 유지됐다.

인천역의 독특한 분위기는 영화와 드라마, CF 등의 배경에서도 표출된다.
영화 '엽기적인 그녀' 전반부의 남자 주인공(차태현)과 여자 주인공(전지현)이 만나 지하철을 함께 타고 도착한 곳이 바로 인천역이다. '엽기적 그녀2'에서도 인천역 광장 씬이 있다. 또한, 오정희의 소설 '중국인 거리'의 배경이 되기도 했다.
채상태 인천역장은 "우선 종착역이기 때문에 열차 운행 종료 후 촬영할 수 있는 여유가 있으며, 지선이 많다 보니 인천역 만의 독특한 느낌이 있어서 촬영지로 종종 선택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인천역은 수인선 개통 전인 지난해 12월 내부 리모델링을 했다. 천장과 바닥, 창틀, 문을 비롯해 역사 지붕에 역명판을 LED로 교체했다.
인천역의 하루 열차 운행량은 평일 기준으로 경인선 262회, 수인선 166회, 화물 열차 4회 등 432회다. 수인선 개통 이후 승객 수도 2배 가까이 증가했다.
채 역장은 "차이나타운과 동화마을 등을 찾는 사람들이 늘면서 주말 승객이 많이 늘었다. 앞으로 승객은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면서 "종착역이기 때문에 취객 사고, 수인선 개통 후 지상과 지하를 잇는 에스컬레이터의 사고 등을 방지하기 위해 더욱 신경 쓰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서 "수년 전부터 복합역사 건립에 대한 계획이 나오고 있지만, 국토부 승인을 얻어야 하는 부분과 민간 사업자가 나서야 되는 부분 등 해결해야 할 부분이 많기 때문에 좀 더 지켜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경인선과 수인선이 시작되고 끝나는 곳. 먼 길을 달려온 경인 전철이 출발 신호음과 함께 뜨거운 선로 위를 따라 다시 길을 나선다.
/글 = 김영준기자 kyj@kyeongin.com · 사진 = 조재현기자 jhc@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