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조

왕위에 오른 정조의 첫 일성은 "나는 사도세자의 아들이다"였다. 정조는 생전의 아버지의 뜻을 잊지 않고 그가 꿈 꾼 세상을 찾아나섰다. 아버지는 백성은 곧 물이라 했다. 정조는 '물의 근원'을 찾으려 한다.

무고한 아비의 죽음을 목격한 정조는 노론으로 토막난 세상에 복수하려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선악 구도가 분명하게 구성된 가운데 사도세자의 뜻이 사라지지 않고 극을 끌어가기 때문이다.

그러나 복수의 날이 겨눈 것은 인간의 목숨이 아니다. 아버지의 못 이룬 꿈에 서린 한을 겨눈다. 정조는 물의 근원을 찾아냄으로써 한을 베어낸다. 그의 개혁과 애민의 정치는 세상을 밝혀 차고 어두운 것을 몰아낸다.

정조를 소재로 하는 작품은 고통과 비극의 정서를 피해갈 수 없다. 수원시립공연단의 '정조'도 그러하지만 '정조'가 다른 점은 민중과 그들의 꿈이 극을 단단하게 떠받친다는 것이다. 저잣거리에서 펼쳐진 탈춤 한 판은 걸출하다. 해학과 풍자가 어우러진 민중예술의 힘이 생생하게 전해진다.

수원시립공연단은 지난해 7월 13일 창단 후 1년 동안 3편의 작품을 선보였다. 앞서 공연한 두 작품과 마찬가지로 첫날 객석이 가득찼다. 뮤지컬 정조를 수원을 상징하는 대표공연으로 만들고 싶어한 장용휘 예술감독이 욕심을 부린 태가 난다.

공연은 17일까지 수원 SK아트리움에서 열린다.

/민정주기자 zuk@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