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리고 너는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묻는다. '나는 여성성기절제에 반대한다. 당신은 어떤가?'
누군가는 할례(circumcision)라 부르고 누군가는 여성성기절제(Female Genital Mutilation, FGM)라 부른다. 어떤 소녀들은 순응하여 사회에 귀속되고 어떤 소녀들은 할례반대 캠프로 도피한다. 검은 피부와 흰 모자, 검은 티셔츠와 그 안에 새겨진 하얀 글자들이 대비되어 도드라진다. 그러나 여전히 소녀는 너무 멀리 있다. 아프리카의 전통과 우리가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김효정 감독은 사하라 사막에서 펼쳐지는 마라톤에 참가했다가 <desert flower>라는 영화를 보고 다큐멘터리 <소녀와 여자>를 만들기로 결심했다고 한다. 발상 자체가 먼 곳에서 이루어졌다. 이집트와 수단, 소말리아 등지에서는 여성의 80%가 이 문제로 고통 받고 있지만, 우리로서는 용어조차 생소하다. 그러니 상관 없는 이야기로 치부해버릴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감독은 그들에게 카메라를 비춘다. 주제의 자극성에도 불구하고 영화는 시종 담담하게 그들의 이야기를 듣는다. 일방적으로 한쪽 편을 들지는 않지만, 인터뷰가 이어질수록 여성성기절제 반대 입장으로 무게가 쏠린다. '전통'이라는 것 외에 옹호론자들의 주장을 뒷받침할 근거가 미약하기 때문이다.
카메라는 때때로 인터뷰이들의 이야기를 듣는 감독의 모습까지도 포착한다. 검은 피부를 가진 사람들 사이에 있는 그녀는 이질적이다. 그러나 문득 그녀 역시 여자라는 사실을 깨닫는 순간, 그녀의 공감과 연대가 피부색과 공간의 거리를 넘어 지금, 여기, 대한민국으로 소급되어 날아온다.
우리는 얼마 전 여성혐오로 인한 강남역 살인사건을 겪었고 저소득층 여성의 원활한 위생용품 수급에 관해 뒤늦은 논의를 했다. <소녀와 여자>가 더 이상 먼 곳의 이야기로 들리지 않는 까닭은, 여성인권이란 크고 작음의 문제가 아니라 유무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이대연 영화평론가
※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