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신대 신학전공 전도사때 인권에 눈떠
한국어·문화교실~후원 연결 다양한사업
"이민자 대한 내국인 인식개선 먼저" 강조
"한번 입장바꿔 생각해보라. 내가 어느 선진국에 갔을 때 그들이 나에게 그들 문화를 강요할 때 느끼는 감정이란 어떤 것일지."
고양시다문화가족지원센터를 이끌고 있는 김승일(52) 센터장은 우리나라 다문화 정책의 시선이 달라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한국인과 결혼한 다문화 가정 위주로 지원하기보다는 다문화 가정은 물론, 외국인노동자와 유학생, 난민, 동포, 장기거주 외국인까지 전부 아우르는 모델이 우리가 갈 길이라고 보는 것이다.
이런 생각은 그가 다져놓은 '승리다문화비전센터'에 고스란히 담겨있다.
그는 우리나라 다문화의 역사는 결혼이 아니라 '노동자'로부터 시작됐음을 주목한다. "우리나라 노동문제가 어느 정도 해소돼 가던 1980년대 후반, 86아시안게임과 88올림픽을 기점으로 외국인 노동자들이 들어오기 시작했다"고 김 센터장은 설명했다.
때마침 한신대에서 신학을 전공한 김 센터장은 서울 가리봉동 민중교회에서 전도사 생활을 하면서 외국인노동자 인권에 눈을 떴다. 전국을 다니며 외국인노동자와 호흡하고 희로애락을 함께 했다.
그는 "대학시절 개인적으로 성남지역의 필리핀 노동자들의 실태를 조사해 학보에 전면 투고할 만큼 관심이 많았다"고 말했다.
그가 외국인노동자 문제에 본격적으로 뛰어든 건 2000년대 중반 안산으로 목회지를 옮기면서다. 그는 그곳에서 국내 이주민사업 1세대 박천응 목사를 만났고, 박 목사와 함께 민간단체를 중심으로 소위 '이주민 사역'에 전력을 기울였다. 이후 2011년 고양시 소재 승리교회로 거처를 옮기면서 '승리다문화비전센터'를 총괄했다.
김 센터장은 승리센터를 다양한 외국인을 도울 이상적 모델로 만들려 밤낮없이 일했다. 가정폭력과 인권 유린 등으로부터 외국인을 보호하는 활동에서부터 후원연결, 한국어 및 문화교실, 다문화축제 등에 이르기까지 사설 다문화센터를 반듯하게 이끌었다. 그 역량이 인정돼 올해부터 고양시로부터 다문화가족지원센터를 위탁받아 운영 중이다.
김 센터장은 "외국인 노동자로 인해 한국의 부(富)가 유지된다는 사실을 부인해서는 안 된다"면서 "이들을 한국사회 속에 들어오게 하는 동화주의적 시각으로 접근할 게 아니라, 쌍방 간 동의가 선행되는 통합의 대상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우리가 이들을 보편적인 인류애로 품으면, 결국 우리의 국력 신장으로 이어질 것"이라고도 덧붙였다.
인하대학교 다문화학과에서 '이민자 사회통합과 다문화가족지원센터의 상관관계'를 주제로 박사논문을 쓰고 있는 그는 끝으로 "더 많은 외국인이 몰려오기 전에 우리가 먼저 준비해야 한다"며 "정부에서 다문화에 대한 내국인 인식개선에 투자를 확대했으면 좋겠다"는 희망을 전했다.
고양/김재영·김우성기자 wskim@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