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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문화 대부' 이병희 센터장이 오산지역 다문화를 상징하는 다양한 국가들의 국기 앞에서 웃음을 짓고 있다./김태성기자 mrkim@kyeongin.com

한국 생활서 느끼는 고민해결 함께해
해마다 수백명 보살피며 정착등 지원
시 협업 봉사시스템 타 지자체 '모범'
"성공 교육생이 멘토될때 가장 보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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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이주여성의 자립은 또 다른 이주여성이 성공적으로 한국에 정착하도록 돕는 선순환의 구도를 만듭니다."

이병희(53) 오산시다문화가족지원센터장은 다문화계의 '품앗이안'이다. 그는 다문화가족의 대부로 불리며, 그들 곁에서 친구처럼, 때로는 가족처럼 결혼이주여성들이 한국생활에서 느끼는 애로를 함께 고민하고 해결한다.

남편·아이들과의 가정 문제, 학교·광공서·병원 등 생활 속 민원은 물론 결혼이주여성이 한국생활에서 경제적으로 자립하는 데도 앞장서고 있다.

그가 한해에만 수백 명의 결혼이주여성들을 보살피며 품앗이하는 것이 이들의 적응은 물론 또 다른 품앗이로 이어지고 있다.

그가 다문화가족에 관심을 두게 된 건 사실 우연히 한국어 강의 자원봉사를 맡게 되면서부터다. 그는 "제 전공이 중국어다. 2008년 오산에 '행복한이주민센터'라는 곳이 있었는데, 한국어 강사 중 한 분이 수업을 펑크냈고 제가 대타로 자원봉사 강의를 하면서 첫발을 들이게 됐다"고 설명했다.

한국어 강의로 시작된 다문화와의 인연은 그의 운명이 됐다. 언어도 안 통하는 곳에서 여러 어려움을 겪는 이주여성들에게 안타까움을 느껴 그들의 도우미가 되기로 했다. 아예 사회복지사 자격증을 취득하고 하던 사업을 접고는 2011년부터 오산시다문화가족지원센터의 센터장을 맡았다.

센터장으로서 아예 '품앗이 전문가'가 돼버린 그는 오산시 다문화정책이 타 지자체의 모범이 될 정도로 온 힘을 기울였다. 특히 올해 초 전국 최초로 오산시가 중국 베트남 등 주요 8개국 화상통역서비스를 실시하는 데는 결정적 역할을 했다.

외국인 인구 비율이 6%를 넘어서 다문화 사회에 진입한 오산시에서 시와의 협업을 통해 결혼이주여성의 정착 지원 프로그램, 다문화 가정의 지역사회 참여행사 등을 활발히 벌이며 '하나'가 돼가는 과정을 주도하고 있다.

이 센터장은 "이 일을 하며 가장 보람을 느낄 때는 결혼이주여성들이 도움과 지원을 받는 수혜자에서, 어엿한 시민으로 성장해 또 다른 이주여성들에게 도움을 주는 모습을 지켜볼 때"라고 말했다.

다문화지원센터에서 한국어교육, 생활교육 등을 배운 이주여성들은 다시 '신입 이주여성'의 멘토가 돼서 한국어 강사 보조를 하기도 하고, 같은 국가 출신 이주여성들의 살림을 보살피기도 한다. 때문에 이 센터장은 "한 이주여성의 자립은 곧 또 다른 이주여성의 성공으로 이어진다"고 믿고 있다.

경기도다문화가족지원센터장협의회 회장도 맡아 정책과 지원의 질을 높이는 데도 힘쓰고 있는 이 센터장은, "우리 사회가 이미 다문화 사회인만큼 다문화를 경계지으면 안된다"며 "다문화가족이 정당한 권리를 누리며 한국사회에 한 축이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오산/김태성기자 mrkim@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