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공감> 최창섭 서강대학교 명예교수
최창섭 'K-품앗이' 사외추진위원장

공동체 정신, 세계 곳곳서 보여
미래 향한 '씨앗뿌리기' 나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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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앗이 운동의 미래는 국제화(글로벌)와 전국화(로컬) 확산전략에 달려있다. 국내에서는 간헐적이나 품앗이의 흔적이나 현대적으로 변형된 도시형 품앗이의 모습을 볼 수 있다.

품앗이라 직접 표현하지는 않지만, 경기도 의왕시 왕림마을의 공동 김장담그기나 오메기 마을 나눔 밥상, 전남 신안군 만재도 섬마을의 공동 미역 채취 작업 풍습, 수원시 행궁동의 자동차 없는 마을 운동, 서울 산새마을의 공동체 텃밭운영 등은 틀림 없이 품앗이 전통정신을 계승하고 있는 아름다운 모습들이다.

이 마을들에서는 공통적으로 신바람나게 함께 어울리는'신들림'의 경지를 엿볼 수 있다. 아름다운 벽화마을을 꾸며가고 있는 젊은이들의 봉사정신은 품앗이가 청소년 인성 멘토링의 근간이 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이다.

품앗이는 인간의 선한 본성에 바탕을 둔 정신가치인 만큼 만국 공통의 가치로 승화시킬 수 있다. 얼마든지 국제화가 가능하다는 얘기다. 소국 부탄의 높은 행복지수의 근원은 주민들이 돌아가며 상부상조하는 협동 정신에서 유래한다.

히말라야 부족들 사이에 전래되는 야생과 인간의 조화와 공동체 정신, 파푸아뉴기니의 오랜 '베풂' 풍습과 뿌리 깊은'더불어'정신도 때 묻지 않은 인간 심성의 뿌리를 보여준다.

또 '고똥로용'(말레이시아·인도네시아), '바이아니한'(필리핀), '아로파'(Aropa : 솔로몬제도), 'Co-op'(영어권) 등 다른 표현과 약간의 의미 차이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품앗이와 같은 배려와 상부상조의 삶의 모습은 세계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다.

따라서 국내뿐 아니라 세계를 향한 품앗이 활동은 우리 세대의 재현만으로 그쳐서는 안 되며, 다음 세대로 이어져야만 하는 간단없는 대장정이어야 한다. 경인일보의 품앗이 캠페인이 새세대와 미래를 향한 '품앗이 씨앗뿌리기(Pumassi+seed=Pumaseeding) 운동'으로 자리매김해야 할 당위도 여기에 있다.

아프리카어에 우분투(Ubuntu)라는 말이 있다. 한 인류학자가 아프리카 한 부족의 아이들에게 게임을 하자고 제안했다. 그는 근처 나무에 아이들이 좋아하는 포도 한 바구니를 매달아 놓고 먼저 도착한 아이가 그것을 먹을 수 있다고 하며 '시작'을 외쳤다.

그런데 아이들은 뛰어가지 않고 모두 손에 손을 잡고 함께 가 포도를 나눠 먹었던 것이다. 인류학자는 아이들에게 "누군가 먼저가면 다 차지할 수 있는데 왜 함께 갔지?"라고 물었다. 그러자 아이들은 "우분투"라고 외치며 "다른 사람이 모두 슬픈데 어째서 한 명만 행복해질 수 있나요?"라고 대답했다. 우분투는 반투족 말로 '네가 있기에 내가 있다'라는 뜻이다.

넬슨 만델라가 자주 언급하면서 널리 알려졌다. 우·분·투. 당신이 있기에 내가 행복합니다. '함께 = 행복'이라는 아름다운 공식이다. 아프리카의 작은 마을에서 보여준 아름다운 풍경이야말로 바로 우리가 추구하고자 하는 나눔과 봉사와 배려의 집대성인 품앗이의 적확한 본보기이다.

면면이 이어지는 국내의 품앗이 전통, 세계 곳곳에서 확인할 수 있는 품앗이 정신이다. 경인일보의 품앗이 캠페인은 선현들이 뿌려 놓은 '품앗이의 길'을 21세기를 이끌어가는 한국의 글로벌 리더십의 상징으로 변주하는, 그 출발점이다.

/최창섭 'K-품앗이' 사외추진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