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단속·시설' 사고감소 방안에 자율 주행기능 더해 '4E 전략'
강한 법제도·어린시절부터 안전 의식 체화할 수 있는 시스템 절실
운행기록 제출 의무화 중요… 사업용자동차 첨단장비 장착 성과낼것
도심 제한속도 60㎞로 낮추기 '미션'홍보보다는 현장위주의 대안… 사고 다발도시→안전도시'변화'이끌겠다
세월호 참사 이후 안전은 국민적 화두이자 국가적 어젠다가 됐다. 대중은 성장 만능주의의 폐해가 낳은 고도위험사회를 새롭게 인식했고, 정부는 국민안전처를 신설하는 등 '안전'은 지속가능한 사회를 지탱할 중요한 가치로 자리잡았다. 하지만 우리사회가 안전해지고 있다는 징후는 불투명하다.
육상교통안전을 최일선에서 책임지고 있는 교통안전공단(이하 공단) 오영태 이사장(60)을 만나 국민이 체감못하는 안전의 진화가 진행중인지 탐문해봤다.
오 이사장은 공단 설립 이후 최초의 민간 교통전문가 출신 이사장으로 주목받았다. 지난 21일 서울 양재동 집무실에서 만났을 때는, 공교롭게도 영동고속도로 졸음운전 버스 참사 동영상 파문으로 어수선했을 즈음이었다.
-공단 설립 이후 처음으로 민간 출신 이사장으로 공단 안팎의 기대가 많았던 것 같습니다. 구체적으로 어떤 기대였을까요.
"제가 처음 강조한게 전문성입니다. 교통안전업무를 전문성있게 하자는 뜻을 분명히했죠. 다만 학교(아주대학교)에 있을 때는 내 생각을 마음대로 얘기했는데 여기 오니 내 말에 책임이 따르는게 다르더군요. 책임질 수 있는 말을 해야 할 입장이 된겁니다. 학교에서 학생들과 소통을 많이 했는데, 여기서도 직원들과 소통하면서 그들의 아이디어를 교통안전 현장에 접목하는 데 노력중입니다."
-공단의 교통안전 사업에 전문성이 필요한 시점에 이사장께서 오셨다는겁니까.
"정확합니다. 일반적으로 교통사고 감소 방안으로 3E(Education교육, Enforcement단속, Engineering시설)를 거론합니다. 어려서부터 지속적인 교통안전교육을 하고, 교통안전시설이나 사고다발지점을 개선하고, 교통법규에 따른 단속과 처벌이 삼위일체가 돼야 교통안전을 확보할 수 있다는 겁니다. 그런데 요즘 교통안전을 지원하는 첨단장치가 속속 개발되는 추세잖아요. 그래서 전 E(Enhance the safety vehicle)를 하나 추가해 4E 전략을 세웠습니다. 자율주행자동차에 장착되는 안전장치를 염두에 둔거죠. 최근 전세버스가 대형사고를 내지 않았습니까. 사고 당시 105㎞라고 하니 틀림없이 그사람(운전자)은 사고 당시 졸거나 다른 행동을 하고 있었을 겁니다. 긴급제동장치나 차로이탈경고장치 같이 그런 걸 막을 수 있는 첨단장치들이 개발돼 있는데 말이죠. 2018년부터 사업용 신규등록차량은 장착을 의무화했는데, 운전자 과실을 최소화 할 수 있을겁니다. "
-교통안전 확보가 공단만의 일은 아닐테고, 첨단안전장치 의무화도 법으로 뒷받침돼야 할텐데, 유관기관간의 유기적인 협력은 원활한가요.
"아닙니다. 예를 들어 사업용자동차에는 운행기록계가 다 장착돼있어요. 공단은 올해 운행기록계의 50% 이상의 기록을 제출받아 분석을하자 이렇게 목표를 잡았습니다. 운행기록계만 보면 10가지 위험행동 즉 과속, 급차선변경, 급가속 이런게 다 나옵니다. 이걸 분석하면 위험행동을 하는 운전자를 가려낼 수 있고, 위험 운전자를 버스나 트럭회사에 통보해 특별히 관리를 하거나 상주와 화성에 있는 공단 교통안전체험센터에서 교육도 시킬 수 있어요. 체험센터 교육효과로 사고율이 58% 줄고, 사망사고는 70%까지 감소시킬 정도니 대단한겁니다. 운행기록계를 통해 이런 조치가 가능한겁니다. 유럽은 사업용 자동차에 운행기록계를 장착하고 운행기록 제출을 의무화 시켜 그걸 가지고 법적 제재를 하거든요. 유럽 대형자동차 운전자들이 80㎞ 이상 속도를 내지 않고 질서를 잘 지키는 이면에는 운행기록계의 의무장착과 기록의 의무제출이라는 제도가 작동하기 때문입니다."
-운행기록 제출이 의무화 안되는게 이상하네요.
"(수익때문에) 운전자의 (교통법규)위반이 많으니 기록제출을 안합니다. 장착은 의무화 돼있는데 기록미제출에 따른 법적제재는 없으니 장착의 의미가 사라진거죠. 이런게 제도적으로 개선해야할 부분이에요. 최근에 국토부와 함께 법인택시 카드단말기에 디지털운행계를 장착해 자동으로 운행자료를 공단이 받을 수 있도록 개선중입니다. 앞으로 사업용 차량 운행기록이 통신을 통해 자동적으로 올라와 빅데이타가 구축되고 이를 분석하면 교통사고 감소에 큰 효과를 볼수 있을 겁니다."
-테슬라 무인자동차 운전자 사망사고 이후 미래첨단교통수단에 대한 안전관리가 큰 숙제일텐데요.
"(조감도를 가리키며)화성에 있는 공단의 주행센터 저게 한 65만평 됩니다. 저기에 K시티라는, 자율자동차를 시험적으로 운행시키고 연구개발하는 테스트베드를 만들겁니다. 미국 M시티의 3배인데 2018년에 개통하면 다양한 도로와 시가지 환경에서 자율자동차의 안전운행 기준을 시험하고 수립할 수 있을 걸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K시티를 통해 구현하려는 차세대 첨단교통수단의 안전 패러다임은 무엇입니까.
"무엇보다 현실과 똑같은 운행환경을 조성해 무인차량이 모든 환경에서 유효한 운행을 할 수 있는지 확인하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지금은 무인자동차를 운용하려면 교통안전공단의 허가가 있어야하는데 운전자 탑승, 긴급상황시 수동모드 전환이 허가조건이에요. 앞으로 자율주행차량이 상용화돼도 이런 원칙은 유효할테고, 테스트베드를 통해 구체적인 안전기준을 계속 추가해나갈 생각입니다."
-경기도도 판교에 자율주행자동차 테스트베드 건설계획을 발표했습니다.
"판교 테스트베드와 우리 테스트베드는 달라요. 공단 테스트베드는 주행환경을 변형할 수 있는데 반해 판교는 실제 도시입니다. 도시에 무인자동차를 적용하겠다는 것이지 테스트베드 성격은 아닙니다. 개념이 다른 거죠. 물론 경기도와 정보 공유 등 서로 필요한 협력을 안할 이유는 없습니다."
-교통환경 패러다임 변화에 맞춰 교통안전 패러다임도 전환될 상황 아닙니까.
"공단은 2009년부터 자율자동차의 첨단 안전장치를 개발해왔습니다. 현대모비스와 서울대 등 10개 기관과 공동으로 7~8년 개발한 핵심기술들이 현재 자율자동차에 들어가는 핵심 안전장치들입니다. 자율자동차가 2020년 상용화되고 2035년에 자동차 판매량의 75%에 달할 것이라 예상하는데 이렇게 되면 안전패러다임은 '사고 제로(0)'로 변하겠죠. 작년에 4천621명이 교통사고로 사망했어요. 5천명대의 사망자가 감소추세니 다행이라지만 지금이라도 첨단안전장치를 사업용 자동차에 장착하면 2020년에는 현재 사망자 수를 절반으로 줄일 수 있다고 봅니다. 첨단안전장치의 전면적 수렴이 굉장히 중요합니다."
-교통사고를 줄이기 위한 현장정책은 있나요.
"홍보 보다는 현장이 중요합니다. 그래서 홍보예산을 줄여 9억원을 투입해서 무단횡단 방지시설을 직접 설치하고 있어요. 차 대 보행자 사고가 OECD 평균의 4배나 되는데 지자체는 예산이 없다하니 우리가 그 효과를 보여주자고 나선거예요. 그리고 한국도로공사와 함께 급제동장치와 차선이탈경보장치를 화물차 100대에 시범장착하기로 했어요. 회사들은 비용이 든다고 망설이니 일단 시범사업으로 안전장치의 효용성과 수익성을 보여주겠다는 시위인 셈이에요."
-운행기록계처럼 의무화하면 안되나요.
"2018년 부터 신규제작되는 (화물)차에는 장착이 의무화가 되는데 기존 차량은 제외되는게 문제에요. 그래서 대안으로 화물연합회와 협의해 화물공제회가 안전장치를 장착해주는 방안을 논의중입니다. 사망사고가 줄면 공제회의 보상예산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거든요."
-세월호 사고 이후 민간인으로 교통안전공단에 취임했으니, 안전철학이 각별할 듯 싶은데요.
"철학이라고 까지 말씀 드릴 수 있을지는 모르겠네요. 첫번째는 국민의식이 중요해요. 무단횡단이나 난폭운전을 보세요. 선진국은 강력한 법제도와 시설로 국민의 교통안전의식을 유지합니다. 영국은 안전벨트 안매면 90만원인데 우리는 3만원이에요. 제도가 엄하니 의식이 유지되고 질서가 잡힌다고 봅니다. 또 선진국은 어려서부터 교통안전교육을 철저하게 시킵니다. 독일의 어린이 자동차 사각지대 현장체험교육은 혀를 내두를 정돕니다. 우리는 안전교육을 운전면허 취득때 딱 1시간만 하죠. 법제도가 개인의 안전을 지킬 수 있도록 강화되고 어린시절 부터 안전의식을 체화할 수 있는 교육시스템이 절실합니다."
-공단의 자동차 검사에 대해 형식적이라는 비판이 있습니다.
"정확한 지적입니다. 저희는 공공기관이기 때문에 검사를 철저하게 진행합니다. 오히려 검사제도를 강화할 생각도 있구요. 예를 들어 차령에 따라 배출가스 기준을 낮추도록 한 현행 제도의 그런 어드밴티지를 없앨 생각이에요. 제대로 검사하자는겁니다. 그런데 배출기준을 넘을 것 같은 경유 차량들이 우리 공단 직영 검사를 회피하고 지정정비공장을 찾아가는 게 현실입니다. 그래서 독일처럼 민간에 위탁하되 정비와 검사를 완전히 분리하는 방안을 생각해 볼 필요가 있어요. 정비와 검사를 분리하면 수익을 내기 위한 검사가 없어질겁니다. 아무튼 안전을 지향하는 검사를 하는 공단에 비해 수익을 위해 검사를 하는 민간에 대한 지도감독에 한계가 있는 건 사실입니다."
오 이사장은 1시간 남짓한 인터뷰 동안 질문에 대해 막힘없이 답변을 내놓았다. 인정할 것은 인정하고 강조할 대목은 오랜세월 체계를 세워온 논리를 펼쳤다. 녹음기에는 단 한 순간의 여백도 없었다.
그는 교통안전공단이 육상 뿐 아니라 항공안전에도 책임이 있다고 강조했다. 예를 들면 보잉기종에서 경량비행기 까지 모든 조종사 자격증을 공단에서 발급한다거나, 최근 각광받고 있는 드론의 제작안전인증도 공단의 몫이라는 것. 드론 운행자격증 발급도 물론 공단 일이란다. 다만 내년부터는 신설되는 항공기술안전원으로 제작인증기능이 넘어가지만 모든 항공수단의 조정자격 인정은 공단의 업무로 남는다고 했다.
-남은 임기중 교통안전 강화를 위해 반드시 해내야 할 일이 있나요.
"사업용자동차에 첨단안전장치 장착을 최대한 높이는 일 만큼은 성과로 남기고 싶어요. 버스공제회와 화물공제회가 첨단장치를 제공하는 일은 모두에게 윈윈인 사업이에요. 작은 투자로 큰 손실을 줄일 수 있는데 안할 이유가 없잖아요. 사업차량 관련 협회 회장님들 반응도 좋고 조금 더 설득하면 좋은 결과가 나올 거 같습니다. 또 작년에 16개 시·도에서 벌인 교통안전 대토론회를 올해는 기초자치단체를 중심으로 확대할 생각입니다. 현장 토론이 주는 효용이 생각 보다 좋더군요. 후반기에는 교통사고 다발도시를 대상으로 교통안전 도시로 변화시킬 수 있는 실질적 대안을 현장위주로 마련해 볼까 합니다. 또 도심 제한속도를 선진국 수준인 60㎞로 낮추는 것도 제겐 중요한 미션입니다. 도심 교통환경은 속도제한이나 대중교통위주로 바꾸고 사업용 차량의 첨단안전장치 장착 확대 쪽으로 교통환경을 개선해야 합니다. 이런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사람이 우선, 자동차는 차선'이라는 제 신념을 도와줄 분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하고 협력하겠습니다."
■ 오영태 교통안전공단 이사장은
-1975 부산고
-1981 한양대 토목공학과
-1983 서울대 도시계획학 석사
-1989 美 NYU공대 교통공학 석·박사
-1989.3 ~ 1993.3 한국교통연구원 책임연구원/교통안전실장
-2004.8 ~ 2006.3 아주대학교 교무처장
-2009.3 ~ 2011.2 대한교통학회장
-2011.3 ~ 2014.10 아주대학교 교통ITS대학원장
-1993.3 ~ 2014.10 아주대학교 교수 (교통시스템공학과)
-2014.10.29 ~ 교통안전공단 제15대 이사장
글/윤인수 문화부장(편집부국장)isyoon@kyeongin.com·사진/김종택기자 jongtaek@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