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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에서 내려본 파주 육계토성과 임진강. /경기도박물관 제공

임진강 유역서 집자리·유물 출토
둘레 1700m 장타원형 '평지토성'
온조 첫 도읍지 하북위례성 주장
역사적·고고학적 증거 가능성↑


지난 1996년 7월 26일부터 3일간 임진강 유역에는 1천500㎜에 달하는 어마어마한 집중호우가 내렸다. 임진강은 현무암대지를 흐르기에 강 유역이 넓지 않다. 이렇듯 좁은 강안에 폭우가 내리니 어지간한 제방은 버티지를 못했고, 파주시 적성면 주월리 마을을 지키고 있던 제방도 일부 무너져 내렸다.

 

그리고 수마가 지난 어느날, 젊은 향토사학자가 주월리 일대를 탐사했고, 물이 빠져나간 자리에서 엄청난 양의 백제토기편과 철제유물을 발견하게 된다.


그해 늦가을 경기도박물관은 한양대박물관과 공동으로 훗날 '파주 주월리유적'으로 불리는 유물출토지역을 긴급 수습 조사했다. 한성백제시대의 전형적인 여(呂)자형 주거지를 비롯해 온돌시설, 각종의 백제 토기, 다양한 철제무기, 장신구 등이 무더기로 발굴됐다.

 

그중에는 그때까지만 해도 남한지역에서 드물게 출토되는 고구려 토기도 있어 학계의 주목을 받게 된다. 어쨌든 주거지나 출토유물들의 학술적 가치가 보통 이상의 것들이어서 고고학계는 물론 고대사학자들도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그런데 더 중요한 사실은 발굴조사지역이 일찍이 백제토성으로 지목받아오던 육계토성(六溪土城) 내부였던 점이다. 육계토성은 김정호(金正浩)의 '대동지지(大東地志)'에 "주위가 7천692척으로 강 건너 호로고루성과 마주하고 있다"고 기록되어 있던 곳으로, 1993년 한국고고학계의 제1세대인 윤무병 교수가 "풍납동토성과 비슷한 성격을 지닌 곳이다"고 언급했던 곳이기도 하다.

서울의 풍납토성에 준하는 임진강유역의 토성 내부에서 한성백제시기의 집자리와 유물이 확인됐기에, 그 실체를 파악하기 위해 경기도박물관은 지난 2005년 육계토성에 대한 시굴조사를 실시한다. 그 결과 육계토성은 임진강 남안의 충적대지에 축조된 평지토성으로 둘레는 약 1천700m이며, 평면은 장타원형에 가까운 형태이고, 구조는 내성과 외성의 이중구조라는 사실이 밝혀진다. 

 

또 외성은 판축기법으로 축조했으며 일부구간은 돌을 덧대 보강했음도 확인한다. 그리고 육계토성은 학술적 가치가 인정되어 지난 2007년 10월 22일 경기도기념물 제217호로 지정되기에 이른다. 


한국 고대사학자들은 백제의 시조인 온조가 남쪽으로 내려와서 한강 이북에 도읍을 정했다가, 낙랑과 말갈의 침략을 피해, 한강 이남으로 천도(遷都)하였다고 보면서, 첫도읍지를 하북위례성(河北慰禮城), 천도한 곳을 하남위례성(河南慰禮城)이라 부르고 있다.

 

또 그들은 하남위례성을 지금 서울의 풍납토성으로 비정(比定)한 다음, 하북위례성을 서울의 중량천 일대로 파악하고 있다. 그런데 천도의 배경이 외적의 침략 때문이라는 기록을 감안할 때, 반나절 거리도 되지 않은 곳으로의 천도는 매우 납득하기 어렵다고 할 수 있다.

 

이런 시각에서 풍납토성과 입지·형태·축조방식 등에서 흡사한 임진강유역의 육계토성이 주목을 받게 되었고, 일부 학자는 육계토성이 하북위례성일 것이라는 주장을 하고 있다.

지금과 마찬가지로 삼국시대에도 임진강은 접경지역이였다. 백제가 건국한 이래 임진강은 낙랑·말갈과 대치하던 곳이었고, 낙랑 멸망 후 백제의 대고구려전 최전방이었으며, 한성백제기 북부세력의 중심 거점이었다. 어찌 보면 한성백제를 떠받치는 하나의 축이었다. 

 

그럼에도 우리에게 한성백제는 한강본류의 풍납토성과 몽촌토성 일대로만 각인돼 있다. 육계토성을 비롯해 백제유적이 집중적으로 분포하고 있는 곳은 사실상 북한강과 남한강 그리고 임진강 유역이다. 앞으로 백제의 실체에 접근하고 경기도의 역사적 정체성을 찾고자 한다면, 경기지역의 백제유적에 의존하지 않을 수 없다. 이런 의미에서 육계토성의 역사적 가치를 천명하고 선양하는 일이 우선됐으면 한다.

 

왜냐하면 온조가 처음 정착하여 도읍을 정한 곳은 역사적 정황과 고고학적 증거로 볼 때 임진강유역일 가능성이 점차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없는 것도 만들어 문화 상품화하는 세상에 우리는 내안의 보배도 제대로 모르고 묵혀두고 있지 않나 반문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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