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라
바다엔
소라
저만이 외롭답니다
허무한 희망에
몹시도 쓸쓸해지면
소라는 슬며시
물 속이 그립답니다
해와 달이 지나갈수록
소라의 꿈도
바닷물에 굳어 간답니다
큰 바다 기슭엔
온종일
소라
저만이 외롭답니다
-조병화(1921~2003)
인천은 이렇게 뭔가가 꿈틀거리는 태동의 공간이다. 설사, 희망이 허무가 되더라도 쓸쓸함을 달래줄 그런 곳이다. 주저앉았다가도 다시 일어나 뛸 수 있게 하는 쉼터이기도 하다. 한국의 대표적 다작 시인 조병화의 첫 작품 '소라'는 해방 직후 인천 월미도에서 탄생했다. '물리학도'의 꿈을 접어야 하는 그 상실의 순간 조병화는 월미도에서 해변을 기어가던 새끼 소라를 만났다. '시인 조병화'가 새로 태어나는 순간이기도 했다. 그 뒤로 50년, 조병화는 50권 넘는 시집을 채울 만큼 엄청난 양의 시들을 쏟아냈다. 그에게 월미도 소라의 나선형 껍질은 마르지 않는 시의 샘이 되었다.
/정진오기자 schild@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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