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평균 10여명씩 사상… 피해자 중 47%가 어린이
국가·민족·종교 갈등 충돌 사용 '인도주의'에 흠집
'사용금지 예외 국가' 한국 등 여전히 지뢰와의 전쟁
이에 경인일보는 창간 71주년을 맞아 온전한 평화 정착을 위한 미얀마 등지의 지뢰매설과 피해실태 등을 취재한 뒤 '숨겨진 살인자, 지뢰(The Hidden Killer, Landmine)'를 10회에 걸쳐 집중 보도한다. ┃편집자 주
"지뢰는 전쟁에 참여한 '군인의 발(foot)'과 뛰어놀고 있는 '아이들의 발(foot)'을 구별하지 않는다."
지뢰(地雷·Landmine)는 지구촌 평화 실현에 큰 장애물이다. 완전한 지뢰제거 없이는 평화를 노래할 수 없다.
냉전 종식(Cold War·1980년대 말)과 지뢰 금지조약 체결(1997년) 이후 지뢰 생산과 사용은 현저히 감소 추세를 보이고 있다. 지뢰나 폭발물에 의한 피해자는 지난 1996년 1만5천여명에서 2012년 3천268명으로 수치상 크게 줄었다.
그럼에도 지구촌에서는 하루에도 평균 10여 명씩 지뢰 피해자가 발생, 목숨을 잃거나 중상을 입고 있는 게 현실이다. 이중 어린이들의 지뢰 피해는 47%에 달한다.
국가별로 매설된 지뢰 폭발과 그 피해가 기록되지 못하고 있는 상황 등을 고려할 때 피해자 규모는 더욱 클 것이라는 게 지뢰사용금지캠페인을 벌이고 있는 'ICBL(International Campaign to Ban LandMine)'의 주장이다.
또 지뢰는 여전히 인도주의적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 세계 각지의 국가 혹은 민족, 종교 간 갈등으로 인한 충돌이나 국지전에서 지뢰는 여전히 사용되고 있다.
더 중요한 것은, 전쟁 혹은 갈등지역에 매설된 지뢰 때문에 전쟁 종식 이후에도 수십년 간 사람이 다치고 심지어 목숨을 잃는 사고가 시도 때도 없이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민간인에 대한 무차별적 살상을 일으키는 야만적인 무기로 '지뢰'를 규정한 오슬로대인지뢰금지회의와 오타와 프로세스의 취지, 그리고 세계 절대 다수 국가가 지지하고 있는 인도주의 정신을 크게 훼손하고 있다.
#'경제발전의 걸림돌, 지뢰'
=태국과 미얀마, 캄보디아, 라오스, 베트남 등으로 결성된 ASEAN 국가들의 경제발전이 '지뢰'로 인해 크게 저해 받고 있다.
아웅산 수치 여사가 이끄는 미얀마 문민정부는 최근 지뢰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정부군과 반군 간의 내전 속에 적을 몰살시키기 위해 산악지대 등에 매설했던 지뢰로 인해 다이아몬드 등 각종 천연자원개발을 하지 못하고 있다. 지뢰 피해자도 속출하고 있어 의족 등을 지원키 위한 시설 확충도 시급하다.
미얀마 군부의 폭정을 피해 태국 등지로 탈출했던 난민들이 모국으로 돌아와 새로운 삶의 터전을 일궈 마을 공동체를 재건코자 하지만 내전을 벌였던 지역을 중심으로 한 매설된 지뢰로 인해 농사를 짓지도 못하는 등 큰 걸림돌이 되고 있다.
캄보디아도 국경지대 지뢰제거를 위해 정부와 지뢰제거민간단체 등이 긴밀한 협조아래 작업을 벌이고 있다. 민간단체가 지뢰를 제거한 국경 인근 마을들을 연결하는 도로와 다리를 놓고, 물탱크, 학교설립 등 기간시설을 구축하는 동시에 주민들을 대거 이주시키는 등 국경개발에 나서고 있다.
베트남도 지난 2014년 한국과 지뢰제거 원조에 관한 공식 요청을 할 정도로 지뢰제거에 한창이고, 라오스도 UN 등 국제사회의 지원을 받아 산악지대 등을 중심으로 지뢰제거를 하고 있다. 태국은 세계에서 가장 많은 지뢰를 매설한 국가 중 하나여서 일찍이 지뢰제거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들 메콩강 유역 국가 간 국경 무역 등 교류가 급증하고 있는 상황에서 국경 인근에 매설된 지뢰는 경제발전의 속도를 내지 못하게 발목을 잡고 있다. 태국 등 각 국가 간 주요 도로와 철도 연결 등의 ASEAN 시장 통합도 국경지대 지뢰제거가 선행돼야만 더 수월하거나 가능하다.
#'지뢰사용금지 예외 국가, 한국'
=한국은 한반도의 특수한 상황을 고려, 지뢰사용금지 예외 지역으로 인정받고 있다. 미국은 북한의 침입에 대비해 남한의 안전을 보장하기 위해서 제한적이지만 지뢰사용을 승인하고 있다.
특히 남북한을 가로지르는 생명의 보고인 'DMZ'는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지뢰가 묻혀 있는 대표적인 '지뢰 벨트'다. 남한정부가 담당하고 있는 DMZ존 내에도 대량 살상용 무기인 대인·대전차 지뢰가 매설돼 있으나 지뢰제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북한에서 매설한 목함지뢰는 매년 장마철마다 DMZ 인근을 표류, 예기치 않은 상황에서 발생한 지뢰폭발 사고로 장병과 민간인들이 크게 다치거나 심지어 생명을 잃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지구촌은 여전히 지뢰와 전쟁 중이다. 지뢰 제거가 완벽하게 선행되지 않으면, 지뢰와의 전쟁은 사실상 끝나지 않은 것이다.
지뢰가 완벽하게 제거되지 않은 지구촌의 각 국가는 지금 이 순간에도 여전히, 땅에 매설된 보이지도 않는, 냄새도 없는, 심지어 땅속에서 움직이고 있는 '살아 있는' 지뢰로부터 자국 군인들과 시민들을 보호하기 위해 지뢰제거 전쟁을 수행하고 있다.
미얀마 국경 인사이드에서 지뢰피해자들을 위한 지원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는 한·메솟협력센터 허춘중 목사는 "전쟁 중 지뢰로 인한 피해를 당한 사람이나 어린아이 등 약자들에게 지뢰안전교육이나 의족 제작 지원 등을 통한 의료지원사업이 절실한 상황"이라며 "국경 등 메콩강 유역 국가 땅에 매설된 지뢰를 반드시 제거해야만 새로운 공동체 건설 등 경제발전을 견인, 진정한 평화를 실현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상천·김영래 기자 junsch@kyeongin.com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지원을 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