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비 내리는 부평역 마을버스 정류장 앞 허연 비닐을 뒤집어쓰고 다리 저는 아주머니 밤 깊도록 꽃을 판다 사람들마다 봄이 되라고 살아갈수록 꽃이 되라고 팔다 남은 노란 프리지어 한 묶음 젊은 역무원에게 슬며시 수줍은 듯 건네주고 승강장 노란 불빛 사이로 허옇게 쏟아지는 봄비 속을 절룩절룩 떠나간다 동인천행 막차를 타고 다운증후군 아들의 어린 손을 꼭 잡고
-정호승(1950~)
찡하다. 어려움은 왜 이리도 뭉쳐서 오나. 몸이 불편한데 가난하기까지 하다. 거기에 어린 아들마저 다운증후군이라니. 아주머니는 집에서 가까운 주안역이나 제물포역에서 꽃을 팔 수가 없다. 저는 다리를 이끌고, 아픈 어린 아들을 데리고 부평역까지 나선 것은 사람이 많기 때문이다. 인천지하철 1호선과 경인전철이 교차하는 곳, 인천에서 사람이 가장 많이 붐비는 곳. 꽃을 하나라도 더 팔 수가 있는 곳이다. 아주머니에게는 주머니 사정은 넉넉지 않지만 팔다 만 꽃을 누군가에게 선사할 여유는 충분하다. 아마도 꽃을 닮았나 보다. 그런데 왜, 정이란 놈은 없는 사람에게만 넘치게 되는 것일까.
/정진오기자 schild@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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