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기남
지난 9일 증포동 주민센터에 모인 주민자치위원회 봉사단 단원들이 홀몸 어르신에게 보낼 반찬 메뉴를 선정하는 회의에서 신기남 단장이 넉넉한 웃음을 보이고 있다. /서인범기자 sib@kyeongin.com

남편과 사별 이웃들 배려로 5자녀 키워
고추·참깨등 작물 전부 반찬 담가 봉사
8년째 50명 단원들과 취약아동 등 전달
홀몸어르신들 손맛 기억해줄때 '뿌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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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지역으로 이사 간 어르신들이 '지금쯤이면 신 단장이 보내주는 오이소박이가 가장 맛날 시기인데…'하며 제 손 맛을 기억해주시는 어르신들이 있어 행복합니다."

물질적으로 제 이웃에게 도움을 줄 수 없어 손맛으로 반찬 봉사 품앗이에 나선 신기남(63) 이천시 증포동 주민자치위원회 봉사단장.

이천이 고향인 신 단장은 농사짓는 남편을 따라 송정동에서 행복한 삶을 살았지만 남편과의 이른 사별로 자녀 5명과의 삶이 막막했었다. "그럼에도 아이들을 모두 잘 키워내고 행복한 가정을 이어나갈 수 있었던 건 넉넉한 지역 인심과 이웃의 배려 덕분이었어요. 저도 사랑과 봉사로 보답해야겠다는 것이 항상 머릿속에 있었습니다."

여성 농업인이기도 한 신 단장의 2천640㎡ 남짓한 밭에는 고추·참깨·오이·가지 등 각종 채소가 가득하지만, 밭농사로 얻는 소득은 전혀 없다.

밭작물의 주인은 이웃과 반찬 봉사를 기다리고 있는 지역의 홀몸 어른들이다. 신 단장은 이 채소들을 친환경 방법으로 기르고, 각종 과실로 조미료도 직접 담가 반찬 재료로 쓰고 있다. 거기에 아름다운 손맛이 더해져 '반찬은 보약'이라고 단원들이 설명한다.

신 단장은 2000년도부터 여성농업인 회장을 맡았고, 새마을·주민자치위 등에서 활동해오다 8년 전부터 새댁부터 연차 높은 주부까지 50여 명 반찬 봉사단원들과 함께 2주에 한번 씩 밑반찬 봉사로 홀몸 어르신, 취약아동들에게 사랑을 전달하고 있다.

증포동 11통 통장이기도 한 신 단장은 자신은 '농사꾼'이라며 "비록 금전적으로 사회에 환원할 수 있는 능력은 없지만 농사일로 할 수 있는 반찬봉사, 통장으로서 지역 내 봉사로 지나온 이웃의 사랑에 보답할 수 있어 진심으로 행복하다"고 말하며 웃어 보였다.

그는 "제 나이 60이 넘어 언제까지 봉사할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힘 닿는 그날까지 '이웃이 행복해야 나도 행복하다'는 신념 하나로 다방면의 봉사활동에 참여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그의 넉넉한 웃음 너머로 '행복한 이천'이 넘실거린다.

이천 /박승용·서인범기자 psy@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