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0년대초~2000년대까지 운영
공장·기숙사 등 당시 모습 보존
복합문화공간 활용안 제시 불구
아직도 방치 해외사례 본받아야
경기도는 한국 산업화의 산실이라고 할 수 있다. 그 이유는 기반시설과 사회간접자본이 잘 발달하였고, 서울이라는 대규모 소비지역에 인접해 있다는 이점이 있기 때문이다. 시흥시, 안양시, 수원시, 안산시가 포함되었던 '경인공업지대 경기일원지구'를 대표적으로 꼽을 수 있다.
전기·섬유·제약·화학·염료 관련 산업들이 활발하게 진행되었던 이곳의 1981년 통계에 따르면 전국 공장수와 종업원 수의 45%, 부가가치의 42%를 점유하고 있었다고 하니 그 당시 국가 산업을 통틀어 경기도의 위상을 짐작할 만하다. 그리고 당시 이런 경기도 위상의 중심에 '선경직물 수원공장'이 있었다.
선경직물 수원공장은 1940년대 초반 당시 대규모의 직물공장으로 출발하였으며, 점점 확장하면서 2000년대까지 가동·운영되었던 직물 공장이다. 이곳은 경기도, 나아가 우리나라 산업 발전사에 장구한 역사와 전통을 대변하고 있을 뿐 아니라 일제강점기 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산업 흐름과 흔적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곳이다.
현재 수원시 평동에 위치한 선경직물 수원공장 터에는 1944년 건립된 공장사무실, 1959년 건립된 공장 본관, 1960·1964년 건립된 공장 2동, 1965년 건립된 공장 기숙사, 1966년 건립된 수조 및 폐수처리장 등이 건립 당시의 모습 잘 간직한 채 남아 있다.
이에 따라 현재 두 가지 가치를 강조할 수 있다. 첫 번째는 보존가치고, 두 번째는 근현대문화유산으로서의 가능성이다. 즉 근·현대 산업화의 과정이 실물로 잘 남아있다는 점에서 그 보존가치도 강조되지만, 근현대문화유산의 특수성을 미루어 보아 활용가치도 더불어 제고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근대화 과정에서 이룩해온 산업유산들을 활용해서 문화시설로 탈바꿈시켰다고 할 수 있을만한 대표적인 공간이 없는 실정이다. 이것의 실례는 가까이는 일본, 멀리는 유럽에서 찾아볼 수 있다. 일본 나고야에는 도요타 산업기술기념관이 있다.
이 기념관은 도요타 방직 본사 공장 터를 활용하여 1994년 6월에 개관했다. 1911년 건설 당시의 빨간 벽돌 공장의 외관을 그대로 살리고 내부는 전시관으로 개조하여 과거 생산한 제품, 현재 생산하고 있는 제품, 앞으로 생산할 제품을 총 망라하여 전시하고 있으며, 체험도 가능하도록 꾸며있다.
이 밖에도 독일 루르지방의 대표적인 탄광지역을 문화공간으로 재탄생시킨 졸퍼라인 탄광지대(Zollverein Mining Complex)나 영국 런던에 위치한 19세기 화력발전소를 미술관으로 재생한 테이트 모던 갤러리(Tate Modern Galler)도 그 예이다.
선경직물 수원공장 활용에 대해 2012년 경기문화재단 경기학연구실(현재 경기학연구센터)에서 현장조사를 실시한 바가 있다. 당시 활용에 대한 긍정적인 논의가 진행되기도 했으며, 산업박물관이나 복합문화예술공간으로 재창조하는 구체적인 방안도 제시되었다. 그러나 선경직물 수원공장은 아직도 방치되고 있는 실정이다.
과연 이곳이 급박하게 변화하는 경제 논리 속에서 언제까지 존립할 수 있을까? 후에 그 모습이 완전히 사라진다면 우리의 과거를 어떻게 추억하고 체감할 수 있을까? 지금 잠시 멈춰서 선경직물 수원공장이 한국 산업사의 상징으로 남아 도민들이 즐길 수 있는 공간으로 거듭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