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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의 극작가 함세덕의 연극 '무의도 기행'이 지난 13일 오후 이 작품의 배경인 인천 중구 무의도 해변 특설무대에서 열렸다. 바다가 무서워 배를 타지 않으려는 한 소년과 그를 기어코 바다에 내보내려는 못난 어른들 사이의 서사가 밤바다를 배경으로 펼쳐졌다.

함세덕을 재조명하기 위해 지난 12일부터 14일까지 무의도아트센터가 개최한 '제1회 무의도 청년 함세덕 연극 페스티벌'의 둘째 날 공연이었다.

손민목(주부 역), 방용원(낙경 역), 이미나(공씨 역), 이병철(주학 역), 조황래(천명 역) 등 10명의 배우가 출연했고 극단 다락의 백재이 대표가 연출을 맡았다.

무대는 여러모로 악조건에서 준비됐다. 배우와 스태프는 공연 준비 내내 모래 위에서 더위와 체력전을 벌였다. 이상고온으로 조명, 음향 장비마저 오류가 발생해 리허설 없이 연극을 시작해야 했다.

하지만 관객들의 반응은 열대야 만큼이나 뜨거웠다. 대중에게 낯선 함세덕의 작품임에도 관객들은 모래바닥 객석에서 1시간30분 동안 작품에 몰입하는 것으로 배우들의 연기에 화답했다.

연극이 끝난 뒤 마련된 함세덕 연구자인 서연호 고려대 명예교수를 초청한 토크 콘서트에서도 관객들은 서 명예교수의 이야기에 집중하고 질문하며 자리를 지켰다.

서연호 교수는 "한 청년의 미래를 가꾸기보다 청년의 삶을 각자의 욕심에 이용하려는 어른들의 모습이, 작품이 발표된 1941년이나 지금이나 별반 다를 것이 없을 정도로 무섭게 닮아있다"며 "인천이 낳은 함세덕을 조명하고 알리는 행사를 계속 이어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성호기자 ksh96@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