랭킹 1위 리디아고에 5타차 완승
올해 성적부진 우려 말끔히 씻어
세리 키즈로 엘리트 코스 밟아와
긴 슬럼프 딛고 명예의 전당 등극
■ 세계 첫 '골든 커리어 그랜드 슬램'
박인비는 21일(이하 한국시간)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의 올림픽 골프 코스(파71·6천245야드)에서 열린 리우 올림픽 골프 여자부 마지막 날 4라운드에서 버디 7개와 보기 2개로 5언더파 66타를 쳐 최종합계 16언더파 268타로 세계 랭킹 1위 리디아 고(뉴질랜드·11언더파 273타)에 5타차 완승을 했다.
지난해 브리티시오픈에서 우승하며 '커리어 그랜드 슬램'을 달성한 박인비는 이로써 남녀를 통틀어 세계 골프 사상 최초로 '커리어 그랜드 슬램'과 올림픽 금메달을 모두 이뤄낸 '골든 커리어 그랜드 슬램'의 위업을 달성했다.
사실 박인비는 이번 올림픽 출전이 불투명했다. 올해 왼손 엄지손가락 부상 때문에 부진한 성적이 이어졌기 때문이다. 그는 올해 첫 메이저 대회였던 ANA 인스퍼레이션에서 공동 6위, KIA 클래식 준우승 등의 성적을 냈고, 4월부터 4차례 대회에 출전했으나 롯데 챔피언십 공동 68위, 나머지 3개 대회에선 기권 2회와 컷 탈락 1회에 그쳤다.
하지만 박인비는 지난 7월 11일 "올림픽 출전은 오랜 꿈이자 목표다. 남은 기간 컨디션을 끌어 올리겠다"며 올림픽 출전 의사를 밝혔고, 결국 116년 만에 올림픽에서 다시 열린 여자골프 금메달의 주인공이 됐다.
■ 박인비는 '세리 키즈'의 대표
박인비는 지난 1998년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US여자오픈에서 연장 접전 끝에 우승컵을 들어 올린 박세리의 우승 장면을 보고 골프채를 잡았던 '세리 키즈'의 대표 주자다.
아버지 박건규 씨를 따라 골프 연습장을 다니던 박인비는 성남 분당 서현초 때 각종 주니어대회 우승을 독차지했고 2000년 겨울 처음 창설된 국가대표 상비군에 뽑히며 엘리트 코스를 밟기 시작했다.
용인 죽전중으로 진학한 뒤 제주도지사배 주니어선수권대회 중등부에서 우승한 박인비는 2001년 학업과 골프를 병행하기 위해 어머니 김성자 씨와 함께 미국으로 건너갔다.
미국에서도 박인비는 두각을 나타냈다. 2001년 주니어아마추어선수권대회에서 32강에 오른 박인비는 다음 해에는 이 대회에서 14세의 나이로 정상에 올랐다. 2006년 2부 투어(퓨처스 투어)에 나갈 기회를 잡은 박인비는 퓨처스 투어 상금 랭킹 3위에 올랐다. 이어 2007년 LPGA 투어 출전권을 거머쥔 박인비는 2008년 US여자오픈에서 만 19세 나이로 우승, 이 대회 역대 최연소 우승 기록을 세우며 세계 골프계에 이름을 알렸다.
■ 부진과 반전의 계기, 그리고 명예의 전당 입성
이후 슬럼프에 빠진 박인비는 2010년 일본 투어 진출했지만 계속된 부진에 마음고생을 겪기도 했다. 그러던 박인비가 다시 반전의 계기를 마련한 것은 4년 전인 2012년이었다. 그해 7월 '제5의 메이저'로 불린 에비앙 챔피언십에서 우승한 박인비는 여세를 몰아 같은 해 10월 LPGA 투어 사임 다비 말레이시아에서도 우승하며 자신감을 회복했다.
정신적인 안정을 되찾은 그는 2013년부터 본격적인 질주를 시작했다. 나비스코 챔피언십, LPGA 챔피언십, US여자오픈 등 개막 후 세 차례 메이저 대회에서 잇따라 우승했고, 그해 4월에는 처음으로 세계 랭킹 1위에 올랐다.
메이저 3승을 거두며 LPGA 투어 상금과 올해의 선수상을 석권한 박인비는 2015년 유일하게 정상에 오르지 못했던 메이저 대회 브리티시오픈을 제패하며 '커리어 그랜드 슬램'의 위업을 달성했다.
남녀 선수를 통틀어 아시아 최초로 골프 커리어 그랜드 슬램을 달성한 박인비는 메이저 대회 7승을 포함해 LPGA 투어 통산 17승을 거두며 올해 6월에는 LPGA 명예의 전당에 가입했다.
/신창윤기자 shincy21@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