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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주산성의 성벽. 오른쪽이 원래의 성벽이고 왼쪽이 복원한 성벽이다. 복원성벽이 원상에서 크게 벗어나 있음을 알 수 있다.

경기와 충청 잇는 길목 죽산지역
봉업사지 등 道문화재 집중 분포
편마암 대신 화강암으로 쌓는 등
학술적 고증 부족 가치 떨어뜨려


죽주산성(竹州山城)이 자리한 안성시 죽산(竹山) 일대는 조선시대 죽산현(竹山縣)이 자리했던 곳이다. 이 일대로는 지금도 충주와 연결되는 38번 국도, 청주와 연결되는 17번 국도가 지난다. 현재 중부고속도로 일죽 나들목이 바로 옆에 자리하고 있다. 한마디로 죽산지역은 충청도와 경기도를 잇는 길목이자 관문이었다.

옛날에도 도시는 교통로를 중심으로 발달했고, 이런 도시에는 사람과 돈이 모였다. 아울러 대군이 진군할 수 있는 대로(大路)를 여럿 끼고 있기에 군사적 요충지일 수밖에 없다. 죽산 일대도 충청도로 통하는 교통로이자 요충지였던 까닭에 일찍부터 문물이 번창했고 군사적으로도 중요한 지점이었다.

이런 까닭에 죽산일대에는 수많은 문화유적이 위치하고 있으며, 경기도 지정 문화재가 집중 분포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조선시대의 공립 교육시설인 죽산향교(경기도 기념물 제26호)와 읍치의 진산에 축성한 죽주산성(경기도 기념물 제69호)이 소재하고 있다.

또 고려 태조 왕건의 진전사찰(眞殿寺刹, 왕의 초상을 모신 전각이 있는 절)이었던 봉업사지(경기도 기념물 제189호)가 자리하는데 그 경내에는 안성 봉업사지 오층석탑(보물 제435호), 안성 죽산리 당간지주(경기도 유형문화재 제89호) 등이 있다.

아울러 주변으로는 안성의 미륵신앙을 대변하는 매산리 석불입상(경기도 유형문화재 제37호), 안성 죽산리 삼층석탑(경기도 유형문화재 제78호), 안성 죽산리 석불입상(경기도 유형문화재 제97호) 등의 유형문화재가 자리한다.

죽주 일대의 역사를 대변하는 죽주산성은 죽주(竹州)의 방호별감(防護別監)으로 송문주(宋文胄) 장군이 몽고군을 물리친 전승지이자 임진왜란 때 변이중(邊以中, 1546~1611) 장군이 왜군과 전투를 펼친 격전지이다. 삼국시대에 처음 축성된 이래, 고려와 조선시대를 거치면서 본성에 중성과 외성이 더해져 3중 구조로 되어 있다.

비봉산을 중심으로 능선을 따라 축성했는데, 그 전체 길이는 1.6㎞에 달한다. 남쪽 성벽의 양쪽 끝과 동쪽 성벽의 북쪽 끝에는 방어력을 높이기 위해 성벽 바깥으로 튀어나오게 쌓은 치성(雉城)이 여러 곳에 설치되어 있으며, 조선후기에 만들어진 것으로 판단되는 포루가 비교적 잘 남아 있다.

성 안에는 송문주 장군의 전공을 기리는 사당이 있으며, 발굴조사를 통하여 삼국시대의 집수시설 6곳과 조선시대의 집수시설 2곳이 확인되기도 했다.

이렇듯 죽주산성은 한국성곽사의 발달과정을 잘 보여줄 수 있는 유적인데, 학술적 고증에 충실하지 않은 복원으로 인하여 문화재적 가치가 떨어진 상태다. 현재 성벽복원은 외성을 제외한 본성과 중성 대부분이 완료된 상태인데, 원래의 모습에서 크게 벗어나 있다. 구체적으로 조선전기까지 성돌의 재질은 가공이 쉬운 편마암을 주로 사용했는데, 죽주산성은 화강암으로 복원되었다. 또 조선후기까지 성돌은 지표에 노출된 암석들을 잘라서 썼는데 죽주산성의 성돌은 깊은 땅속에서 채석한 심석(深石)을 사용하여 겉면이 흰색을 띠고 있어서 옛스러움이 없다. 축조방식도 대충 다듬은 할석에 쐐기돌을 끼워가며 쌓은 옛날 방식과는 달리 쐐기돌을 거의 사용하지 않고 벽돌 쌓듯이 차곡차곡 쌓아 올렸다.

이렇게 미흡한 복원 성벽이기에 진정성이 떨어져 현재의 죽주산성은 역사교육의 장으로는 부족한 점이 있다. 이런 현실은 우리나라 산성 복원의 현실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으로 죽주산성만의 문제는 아니다.

앞으로 우리나라 성벽 복원 시 발굴 등 철저한 고증을 거쳐 원형에 가까운 복원이 이루어지고 그것을 바탕으로 다양한 볼거리와 흥미로운 스토리텔링을 개발하여 역사에 대한 지식을 넓히고 역사인식을 새롭게 했으면 한다. 죽주산성의 외성은 다행히 현재 미복원 상태이다. 향후 제대로 복원이 이루어져 참된 문화자산이 되었으면 한다.

문화유산의 가치면에서, 죽주산성은 사통팔달의 교통의 요지에 있어 접근성이 뛰어나며, 국난을 극복한 승전의 장소이자 전쟁 이야기가 있는 역사의 현장으로 '역사성'이 매우 뛰어난 문화재이다.

또한 잘못 복원된 구간 외에 원형이 보존된 성벽을 통해 우리나라 성곽축조기술의 발달을 직접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성곽이기도 하다. 아울러 봉업사지를 비롯한 경기도를 대표하는 문화재가 주변에 집중적으로 분포하여 반나절만으로도 여러 문화재를 보고 느끼고 배울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곧 무더위도 물러가고 여행하기 좋은 계절이 다가온다. 주말 답사지로 죽주산성 일대를 추천해 본다. 추석 연휴 여정에 잠시 들렀다 가기에도 '안성맞춤'인 곳이다. 덧붙여 안성은 경기도에서 문화유적이 가장 풍부하고 그 종류도 다채로운 곳이다. 여유가 있다면 안성 전체에 대한 문화유적 답사도 권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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