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 소라딱지를 귀에 대 본 적이 있다. 그저 윙~ 소리를 낼 뿐이었다. 시 잘 쓰는 시인은 확실히 다르다. 소라와 깊이 있는 대화를 했다니 말이다. 시인은 해방 직후 인생 진로를 놓고 고심하던 시절, 인천 월미도 해변에서 소라를 만났다. 시인의 첫 작품 '소라'(경인일보 2016년 7월 27일자 1면 보도)는 그렇게 태어났다. 시가 막힐 때마다, 혼자서 조용히 생각을 정리하고 싶을 때마다 시인은 '소라'와 이야기를 나눴던가 보다. 그러던 어느 날 그 소라한테서 혼쭐이 났다. 너무 이해타산에만 매달리지 말라고. 그만 좀 영악하라고. 백사장 위를 느릿느릿 기어가던 소라가 약삭빠른 인간을 향해 일침을 가했다. 빠르고 늦고, 많고 적고 하는 것은 다 상대적인 개념일 뿐이라고. 죽비라도 한 대 얻어맞은 듯 정신이 번쩍 들게 한다. 더디게만 보이는 소라의 걸음을 놓고, 자기 집을 지고 다녀야 하는 소라의 신세를 놓고서 속 터진다면서 비웃어 온 우리가 아니던가. 소라의 더딘 걸음이 빠른 것만을 추구하는 우리에게 느림의 미학에 대해, 소라의 단출한 껍데기가 화려하고 비싼 집만을 추구하는 우리의 재산 관념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한다.
/정진오기자 schild@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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