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길의장터사람들 경인일보 연

암투병으로 먼저 떠난 아내가 해오던 일
딸이 이어받고 아들도 도와 전국 입소문
장날이면 20~30분 줄 서야 맛 볼 수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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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길 다큐멘터리작가
예나 지금이나 장터에서의 주전부리 하면 '호떡, 순대, 떡볶이, 국화빵, 붕어빵'이 떠오른다. 평택시 송북 장터에는 남녀노소를 가리지않고 맛으로, 추억으로 소소한 즐거움을 안겨주는 붕어빵 장수 김준영(72)씨가 있다.

그는 30년의 세월을 오로지 장터에서 붕어빵을 만들어 먹고 살았다. 1남 1녀를 두었고, 반평생을 함께 한 아내는 암 투병 끝에 세상을 뒤로 했다.

아내가 하던 붕어빵 장사를 딸이 이어받았고 아들도 이를 돕고있어서 김씨네는 온가족이 붕어빵 장수로 유명하다. 장날이 아니어도 송북시장에서 붕어빵을 팔지만, 장날에 김씨네 붕어빵을 먹으려면 20~30분씩 줄을 서야 할 때도 있다.

김 씨네 붕어빵은 입소문을 타고 전국에 알려졌다. 아침 8시 30분부터 장사를 시작하면 반죽이 없어질 때까지는 밥 먹을 시간도 없이 붕어빵을 구어야 한다고 한다. 그래서 장날에는 아예 점심 먹을 생각을 안 하고 대신에 막걸리를 한 잔씩 마신다고 한다. 그나마도 단골손님들이 막걸리를 사다 주면 일하면서 한 잔씩 마시는 게 전부다.

김씨는 눈코 뜰 새 없이 바빠도 붕어빵 장수로서 가진 원칙을 소홀히 하지 않는다. 아무리 바빠도, 손님들에게 깨끗한 음식을 대접한다는 것이 그의 원칙이다. 그는 "먹는 음식은 청결이 우선이다. 그래서 하루에도 몇 번씩 작업 장갑을 새 것으로 바꿔 끼면서 작업을 한다"고 말했다.

그야말로 장인정신으로 30년간 만들어 온 김씨의 붕어빵은 맛도 최고, 청결함도 최고다. 그가 붕어빵을 굽고 있는 기계는 두꺼운 강철로 만들어졌고, 10개를 동시에 구울 수 있다. 그의 아들에게까지 물려줄 만큼 단단하다. 김 씨는 "아들이 가업을 이어받아 반죽도 할 줄 알고 장사도 잘 하고 대견하다"고 한마디 덧붙였다.

이 시대에 필요한 직업정신이 바로 장인정신이다. 또한 부모의 업을 이어갈 수 있는 마음가짐은 이 시대에 칭찬받을 만한 일이 아닌가. 붕어빵 하나로 사람들을 모으고 그 맛으로 감동과 즐거움을 주는 장터 사람들. 대한민국 최고의 맛으로 붕어빵 행복바이러스를 전파해주는 김준영 씨에게 감사의 박수를 보낸다.

/이수길 다큐멘터리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