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찰이 징수하는 문화재 관람료를 둘러싼 논쟁이 뜨겁다. 등산로를 막고 막무가내로 돈을 거두는 데 대한 불만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신용카드를 받지 않거나 집행내역을 공개하지 않는 문제도 연일 도마에 오른다.

등산객들은 "절에 가지도, 문화재를 보지도 않는데, 왜 돈을 받느냐"고 목소리를 높인다. 2007년 국립공원 입장료 폐지 이후 9년째 되풀이되는 주장이다. 굳이 돈을 받으려면 억울한 입산객이 없도록 매표소를 사찰 입구로 옮기라는 요구도 있다.

문화재 관람료 강제 징수에 대한 한결같은 거부감이다.

여론이 들끓는 데도 정부나 사찰에서는 귀담아듣지 않는 분위기다. 9년째 이어지는 케케묵은 논쟁인 데다, 뾰족한 해결방안이 없다는 이유를 들어 국민 여론을 모르는 척 외면하고 있다.

◇ 들끓는 여론…언제까지 방치할 것인가

문화재 관람료 징수근거는 문화재보호법 49조다. 소유자가 문화재를 공개할 경우 관람료를 받을 수 있게 한 이 규정을 토대로 국립공원 내 사찰 25곳 등 전국의 사찰 64곳에서 1인당 1천∼5천원씩 관람료를 징수한다.

문제는 이들이 절을 찾는 방문객은 물론, 산에 오르는 일반 등산객한테도 무차별적으로 돈을 거두는 데 있다. 말이 관람료지 사실상 '통행료'인 셈이다.

정부는 문화재 관람료가 문화재를 유지관리 하는 데 쓰인다고 설명한다. 사찰들도 징수 금액의 47%는 종단으로 보내져 문화재 보수비 등으로 예치된다고 말한다.

따라서 문화재 관람료 징수 논쟁을 해결하려면 문화재 유지관리 방안이 먼저 논의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관람료를 없애려면 문화재 유지관리에 드는 돈을 전액 정부에서 지원해야 하는데, 이는 또 다른 논쟁과 조세저항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등산객이 관람료 납부를 거부하는 것처럼 사찰 문화재에 관심 없는 국민이 비슷한 불만을 제기할 수 있다는 얘기다.

조계종 관계자는 "관람료 논쟁에 앞서 과거 1천700년간 문화유산을 지켜왔고, 지금도 유지관리를 위해 애쓰는 불교계의 노력이 먼저 평가돼야 한다"며 "관람료의 단면만 부각시켜 정당성을 논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이어 "관람료 문제에 접근하려면 사찰과 불교 문화유산에 대해 정확한 가치평가가 먼저 이뤄져야 하고, 이를 토대로 보존대책이 논의돼야 한다"고도 했다.

정부 차원의 노력 없이는 실마리를 풀 수 없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 문화재 소유자는 국민…공공 개념 접근 필요

불교계의 이 같은 주장에 대한 반론도 만만찮다.

함평우 한국문화유산정책연구소장은 "과거 사찰은 땅을 소유하지 않았고, 불교 문화재 역시 국가와 국민의 시주로 건립된 만큼 굳이 따지자면 국민이 주인"이라고 반박했다.

그는 "문화유산은 특정 종교나 단체 소유로 볼 수 없는 공공재이고, 관리도 공공개념에서 접근해야 한다"며 "돈을 거두더라도 정부나 지자체가 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또 "사찰이 거둬들인 관람료 중 얼마나 되는 돈이 문화재 보존관리에 쓰이는지 의문을 제기할 수 밖에 없다"며 "사찰은 지금 같이 직접 징수방식을 고집하지 말고, 국민 스스로 마음에서 우러나 돈을 내는 구조가 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불교계는 일일이 대응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면서도 문화재 관람료가 관광산업 침체의 원인인 것처럼 몰아가는 데는 불만을 제기했다.

조계종 관계자는 "통계를 볼 때 문화재 관람료가 해당 지역 관광산업에 영향을 미친다는 근거를 찾을 수 없다"며 "시민단체가 소송을 제기한 적은 있지만, 관람료 때문에 지역사회와 갈등을 겪은 사례도 거의 없다"고 잘라 말했다.

되풀이되는 관람료 논쟁에 대해 "국립공원 입장료 폐지 때 함께 정리됐어야 할 문제가 때를 놓치는 바람에 더욱 복잡해졌다"고 정부에 책임을 돌리기도 했다.

국민의 불만이 커질수록 문화재 관람료를 바라보는 불교계의 고민도 그만큼 깊다.

한 관계자는 "쉽게 해결될 수 없더라도 언젠가는 매듭 지어야할 문제"라며 "실무팀을 구성해 외국 사례 등을 분석하는 등 합리적인 대안을 찾아가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문화재 관람료가 '눈먼 돈'처럼 쓰인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거둔 돈은 사찰예산회계법에 따라 투명하게 관리되고, 집행내역도 낱낱이 공개된다"며 "신용카드 허용 등 탐방객 불편해소에도 나서고 있다"고 해명했다.

◇ 충북도-법주사 '관람료 폐지 논의' 새로운 해법 될까

이런 면에서 최근 법주사 문화재 관람료를 둘러싼 충북도의 움직임이 주목받고 있다. 충북도는 침체된 속리산 관광경기를 되살리는 차원에서 법주사에 손실금 일부를 보전해주는 조건으로 관람료(4천원) 폐지를 협의하는 중이다. 지난달에는 회계사가 입회한 가운데 실무접촉이 이뤄졌다.

법주사가 징수하는 관람료 수입은 한해 15억원대에 이르는 것으로 전해진다. 도와 보은군은 이 중 일부를 보전하는 카드를 꺼내들고 사찰을 설득 중이다.

넘어야 할 산도 많다. 우선 사찰 재정을 일일이 확인하기 어려워서 손실금을 정확히 산정하는 게 쉽지 않다.

손실금이 나오더라도 어느 정도 보전하는 게 적당하지도 고민할 부문이다. 도는 지난해 관람료 수입의 절반을 보전해주는 제안을 했다가 거절당한 바 있다.

도 관계자는 "아직은 사찰 측과 입장료 폐지를 위한 공감대만 형성된 상태"라며 "앞으로 협상을 통해 손실금 산정과 보전비율 등이 논의될 것"이라고 말했다.

비슷한 사례는 또 있다. 부산시는 2008년 범어사의 문화재 관람료(1천원)를 폐지한 뒤 한해 3억원의 문화재 보호관리비를 보조금 형태로 지원하고 있다.

부산시 관계자는 "관람료 폐지 뒤 시민들의 민원이 사라졌고, 사찰 방문객도 늘었다"고 말했다.

충북도 움직임에 대해 지역 주민과 시민단체는 반기는 분위기다.

우창재 속리산관광협의회장은 "문화재 관람료가 없어지면 법주사 지구 관광객이 지금보다 2배 가까이 늘 것"이라며 "바닥권인 관광경기도 어느 정도 살아날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망했다.

충북 청주 경실련 이병관 정책국장은 "국민의 불만이 높은 문화재 관람료는 당연히 폐지되는 게 마땅하고, 사찰이 손실금을 보존 받으려면 관람료 수입과 집행내역부터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손실금 보전에 대해서는 "관람료 수입 전체가 아니라, 실제 문화재 관리에 드는 돈을 근거로 지원액을 산정하는 게 맞다"는 의견도 내놨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