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급서 '솔선수범' 6명 후보 제치고 당선
"서로돕는 한국문화 세계에 알릴것" 포부
권희숙 교장 "함께하는 프로그램" 강조
"저는 비록 한국사람이 아니지만 친구들에게 도전하는 모습, 다문화 학생도 할 수 있다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 나왔습니다."
다문화가정이 밀집한 안산에서 탄생한 최초의 외국인 전교학생회장 기디연(19·사진 오른쪽) 군의 연설 중 일부다. 유창하지는 않았지만 한마디 한마디 진심을 다해 연설을 마친 그에게 박수갈채가 쏟아졌다. 그렇게 기군은 나머지 6명의 후보를 제치고 지난 1일부터 안산국제비즈니스고등학교의 전교 회장이 됐다.
필리핀 국적의 기군은 9살이던 지난 2007년 말, 당시 선교사였던 아버지를 따라 한국에 왔다. 홈스쿨링으로 한국어 공부에 매진했던 기군은 어느 정도 의사소통이 가능해졌을 때도 학교에서 왕따를 당하지 않기 위해 구석에 조용히 있던 게 유년시절 기억의 대부분이다.
하지만 고등학교에 진학하고부터는 기군의 삶이 달라졌다. 조용하지만 모범적인 모습으로 솔선수범하는 기군에게 칭찬을 아끼지 않은 담임교사 덕분에 친구들과도 곧잘 어울리게 됐고, 이는 학급반장에 이어 학생회장 선거에도 도전하는 자신감으로까지 번지게 됐다.
기군은 "자율동아리 활동으로 매일 아침마다 1시간30분씩 축구를 하는데, 땀 흘리며 같이 운동하다 보니 친구들과 자연스레 친해질 수 있었다"며 "학교에서 다문화 학생들이 일반 학생들과 거리낌 없이 지낼 수 있는 시간을 많이 만들어준 것이 학교생활에 큰 도움이 돼 학생회장까지도 맡게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로 안산국제비즈니스고에는 결혼이민자 자녀, 중도입국 청소년, 조선족 등 다문화 학생이 63명에 달한다. 학교 측의 교육 철학과 방식에 따라 이 학생들의 학교생활 성패가 달려 있는 셈이다.
권희숙 교장은 "학생들끼리 멘토-멘티 프로그램은 물론 갯벌 탐방 등의 문화체험 활동, 자율동아리 활동 등 학생들을 별도로 분리하지 않고 함께 어울릴 수 있는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며 "다양하게 어울리는 학생들이 우리 사회 동력이 될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영어와 한국어를 섭렵한 기군의 장래희망은 항공 승무원이다. 그는 "한국에 처음 왔을 때는 낯설고 무서웠지만, 서로 돕고 챙겨주는 한국 문화를 접한 뒤로는 이제 어느 나라를 가는 것도 두렵지 않다"며 "한국에서 느낀 좋은 점들을 세계 각국을 다니면서도 느끼고 싶다"고 말했다.
/신선미기자 ssunmi@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