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들 꺼리는' 험난한 뮤지션 길로 꿈 찾기 선언한 아이들
리더 최고든양 염려 많던 부모님 연습삼매경 본 후 '응원'
'가수 희망' 이윤상군, 작사·가창·연기교육 병행 강행군
이유 각기 달라도 '자신의 음악' 향한 '인생의 멋진 도전'
틀에 박힌 교육에서 벗어나 자신들만의 꿈을 찾아 행동으로 옮기는 10대 힙합 댄스팀 '필드할러(FieldHoller)'. 힙합 댄스팀의 중·고등학생 5명은 자신들이 가려는 힙합 뮤지션의 꿈이 험난하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가족과 친구, 선생님 등 주변인의 반대도 있지만, 그래도 남들이 꺼리는 길을 가기 위해 매일 춤을 추고 있다.
지난달 9일 오후 5시 30분 성남의 분당무브댄스학원. 이날 모인 5명의 아이들은 흘러나오는 힙합 음악에 맞춰 신발끈을 고쳐매거나 손과 발 등을 스트레칭 하는 등 저마다 몸을 풀기 시작했다. 경쾌한 힙합 음악이지만, 얼굴엔 긴장감이 가시지 않았다.
팀 한 가운데에서 춤을 지휘하는 학생은 리더 최고든(18)양이었다. 작은 체구와 어울리지 않게 크고 절도 있는 동작으로 나머지 4명을 이끌기 시작했다.
최양을 따라 큰 키의 정지윤(16)양이 한 치의 오차도 없는 발동작으로 춤을 이어갔다. 한두 번 맞춰본 솜씨가 아닌 듯 5명은 한 몸처럼 익숙하게 팔과 몸을 튕기는 동작인 팝핀(Poppin)을 선보였고, 경쾌한 발차기 동작으로 이어나갔다.
1시간 30분의 연습이 끝나자 5명의 아이들은 굵은 땀을 흘리고 가쁜 숨을 내쉬면서 휴식을 가졌다. 잠시 시간을 내 5명의 아이들이 춤을 추는 이유에 대해 물아봤다.
어렸을 때부터 막연하게 K-POP과 춤을 좋아한 고든은 댄서라는 꿈을 키우기 위해 힙합을 시작하게 됐지만, 작곡을 하는 아버지와 성악을 하는 어머니, 언니는 최양의 꿈을 이해하면서도 걱정도 많이 하고 있다고 했다.
고든은 "제가 춤 연습으로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면서 마음 아파하시는 부모님이 대학교에 입학한 뒤 다시 춤을 배우는 것이 어떠냐고 제안하셨다"며 "그럴 때마다 더욱 춤을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보여드렸는데 부모님도 그 모습을 보면서 조금씩 마음을 열고 응원해주신다"고 말했다.
힙합가수를 꿈꾸는 같은 팀의 이윤상(17) 군은 다른 팀원보다 더욱 고된 일상을 보내고 있다. 윤상은 노래 실력까지 겸비하기 위해 매주 세 차례에 걸쳐 다른 학원에서 노래와 연기 교육도 받는다.
또 꿈이 비슷한 친구들과 그룹을 결성해 노래가사를 작사하고, 음악을 녹음하면서 하루를 보낸다. 한 달에 한 번씩 서로에게 작사한 노래 가사를 공유하고, 음악을 선보이면서 평가도 한다. 게다가 윤상은 음악 녹음에 필요한 200만원 상당의 장비를 마련하기 위해 레스토랑에서 아르바이트를 병행하고 있다.
윤상은 "아르바이트를 병행하는게 쉽지는 않지만, 힙합음악 활동만 하면 금세 고단함을 잊곤 한다"며 "2년 전 처음 힙합가수가 되겠다고 말했을 때 부모님은 얼마 지나지 않아서 포기할 거라 생각했지만, 지금은 어느 누구보다 저를 믿어준다"고 말했다.
어린 댄서들이 힙합을 하는 이유는 저마다 달랐지만, 음악을 향한 열정은 같다는 점이 느껴졌다.
잠시 동안 인터뷰 시간을 가진 10대 댄서들은 다음날인 10일에 있는 '증평 국제 청소년 K-POP 페스티벌' 때문에 곧바로 연습에 들어갔다. 5명이 팀을 이뤄 처음 출전하는 대회인 만큼 긴장감을 감출 수가 없는 듯 했다.
70여일 동안 팀을 이뤄 이번 대회를 준비한 만큼, 팀원끼리 서로를 의지하고 격려했다.
고든은 "동아리 활동으로 무대에 서는 것과 사뭇 달라요. 게다가 학원에서 청소년 대회에 나가는 게 처음이어서 더욱 잘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요"라며 진지하게 말했다. 지윤 역시 "이번 대회를 준비하면서 자신을 알아갈 수 있는 계기가 됐다"며 "좋은 결과가 개인이 아닌 팀에게 돌아올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아이들의 꿈은 힙합을 통해 자신만의 음악을 하는 것이다.
고든의 하루는 학교 수업을 제외하고는 춤으로 시작해서 춤으로 끝난다. 학교가 끝나면 곧바로 학원에 와서 힙합댄스를 연습하고 K-POP을 듣는다. 토요일에도 학원을 찾아 혼자 연습한다. 고든은 다른 사람들이 알아주는 힙합댄서가 되는 것이 꿈이었다. 고든은 훗날 사람들이 자신을 알아주지 않더라도, 힙합댄서 지망생을 육성하면서 춤을 계속 추는 사람이 되는 게 꿈이다.
지윤 역시 댄서와 안무가가 목표다. 지윤은 안무가가 돼서 좀 더 많은 사람들과 감정을 공유할 수 있는 춤을 만드는 것이 꿈이다. 윤상은 대학에 굳이 진학하지 않더라도, 어디에서나 음악 활동을 하면서 힙합 가수가 되는 것이 목표다.
윤상은 "단기적인 목표는 신인 가수 캐스팅이나 오디션을 준비할 생각"이라며 "힙합뿐만 아니라 장르를 초월한 가수가 돼서 힙합을 하는 음악인에 대한 고정관념을 바꿀 수 있도록 하겠다"고 포부를 말했다.
/김범수기자 faith@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