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플래트닝, 생각의 형태┃닉 수재니스 지음. 배충효 옮김. 송요한 감수. 책세상 펴냄. 208쪽. 1만8천800원.

언플래트닝
언어와 이미지를 중첩시키며 완전히 새로운 '시각적 사고Visual Thinking' 실험을 선보이는 책이다. '사유의 수단이 우리의 시야를 규정한다'라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한 이 책은 사유의 수단으로서 텍스트에 의존하게 되면서 언어 바깥에 있는 것들이 얼마나 무시되어왔는지를 추적한다.

그리고 언어가 만들어낸 '인위적 한계' 너머의 가능성을 드러내기 위해 문자와 이미지를 만화라는 형식 안에서 동등하게 활용하면서 두 요소가 '동시에' 의미를 만들어내는 과정을 재현한다.

저자는 인간이 고안한 온갖 도구와 개념, 제도 등이 인간의 사고와 행동을 일차원적으로 만드는 메커니즘으로 변모해 거꾸로 인간의 무한한 가능성을 가로막고 있다고 말한다.

이처럼 경직되고 협소한 일차원적인 것을 총칭해 '단조로움flatness'이라 하고, 인간의 잠재적 에너지와 생기, 인간성 등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관점을 동원해 새로운 방식으로 대상을 바라보는 시각이 필요하다고 역설한다.

샌프란시스코 주립대 인문학부 교수이자 만화가인 저자의 박사학위 논문을 바탕으로 쓰였다. 발표 즉시 '통념과 상식을 뛰어넘는 실험적 시도'라는 평가를 받으며 '컬럼비아 대학 최초로 논문 심사를 통과한 만화' 형식의 이 책은 이후 '하버드 대학이 출간한 최초의 만화 철학책'이라는 타이틀을 거머쥐며 학계와 만화계뿐 아니라 다양한 매체와 평단의 호평을 받았다.

철학, 과학, 문학, 예술, 신화 등 다양한 지식 분야를 아우르는 시선은 강렬하고 역동적인 이미지를 만나 보다 깊고 넓은 풍경을 보여준다.

/민정주기자 zuk@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