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0여만 베이비부머 세대 은퇴 시작
정부·지자체 일자리창출 효과미미
재취업난 심각… 사회적 관심 절실
제2인생 설계 '식지않는 열정' 중요
700여만명에 이르는 베이비부머(55~63년생) 세대의 본격적인 은퇴가 시작되면서 재취업을 통한 '인생 이모작'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베이비부머들의 일자리 창출과 창업에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지만 청년층의 극심한 취업난 속에 노년층의 일자리 찾기는 어려울 수 밖에 없다. 하지만 행복한 사회가 되기 위해서 취업난에 허덕이는 청년층 못지 않게 사회적인 관심이 필요한 세대도 노년층이다.
은퇴 이후 제2의 인생에 도전하고 있는 은퇴자 3인에게 은퇴 이후 행복한 삶을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한지 들어봤다.
■송영춘씨 "직업에 귀천이 있나요."
"일은 생활의 활력이자 젊음입니다."
수원지역 모 금융기관 지역본부에서 계약직으로 근무하는 송영춘(67)씨는 "주차요원이라는 일이 보잘 것 없는 것 같이 보일 수 있지만 나에게는 노후를 재미 있게 살 수 있게 하는 소중한 일자리"라고 말했다.
송씨의 일과는 매일 이른 오전부터 시작된다.
송씨는 오전 6시쯤 일어나 아침을 먹은 후 곧바로 일터인 인계동 A은행 주차장으로 향한다. 그가 이른 시간부터 일터로 향하는 건 출근하는 직원들의 차량 주차 안내도 있지만 그들과 눈인사를 하기 위함이다.
송씨는 "직원들과 아침 인사를 하며 그들의 불편을 해소해 주고 고맙다는 한마디에 즐거운 마음으로 하루를 시작한다"며 "아침 일찍 일어나 식사를 하고 출근할 곳이 있다는 것이 행복하다"고 말했다.
직업에 귀천이 없다는 송씨. 그도 젊은 시절 남부럽지 않은 직업을 갖고 활발한 활동을 펼쳤다. 그는 젊은 시절 국방부 소속 군무원으로 38년간 근무했고 운동을 좋아하는 송씨는 보디빌딩 도대회에서 입상을 하기도 했다. 또 국방부에서 정년 퇴직 후에는 모 제약회사에서 계약직근로자를 관리하는 책임자로도 근무했었다.
송씨는 "젊은 시절 화려했던 삶을 생각하면 뭐하겠어요, 젊은 시절 일자리와 비교하다보면 적응하기가 쉽지 않다"며 "일을 하고 싶어도 건강이 따라주지 못해서 못하는 사람들도 많은데, 일을 할 수 있다는데 행복한 마음을 갖고 즐겁게 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과거를 돌아 보기 보다는 매일 주어진 것에 만족하고, 최선을 다하기에 행복하게 살 수 있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새삶 개척 모범 3인방 성공길 조언
송영춘 "현재 주어진 것 만족해야"
이도권 "실패 두려워 말고 도전을"
김철기 "사회 경험 노하우 나누길"
■김철기씨 "은퇴자들의 경험이 사회에 녹아들었으면 좋겠어요."
인생 제2모작을 대학교 교수로 시작하고 있는 김철기(58) 전 중소기업중앙회 중소기업인력개발원활성화 추진단장은 "막상 퇴직하고 나와 보니 정년한 세대들이 일할 수 있는 사회적인 여건이 잘 마련 되어 있지 않았다"며 "수십년간 사회활동을 하며 쌓아 온 그들의 경험도 사회의 큰 자산인데 활용되지 않고 있어 아쉬움이 남는다"고 말했다.
김 교수가 이런 고민을 하게된건 중기중앙회를 퇴직한 후 정년퇴직한 사람들이 사회에 정착하는 것을 지원하는 사단법인 설립을 추진하면서다.
그는 "중기중앙회에서 오랜시간 근무하며 중소기업들의 인력난 문제를 지켜 봐 왔다"며 "중소기업 입장에서도 노년층을 근로자로 쓰기에는 여러가지 어려움이 있다는 것을 실제 인생 이모작을 시작하며 몸으로 느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김 교수는 "중소기업 입장에서는 젊은 사람보다 업무공정을 빠르게 소화할 수 없는 노년층을 써야 하기에 고민이 될 수 밖에 없고 , 노년층 입장에서는 젊은 시절의 삶을 잊고 사회 초년생이라는 자세로 젊은 사람들과 어울려가면서 배워나가야 하는데 이런 부분도 쉽지 않은 거 같다"고 덧붙였다.
김 교수는 또 "기업에서는 노년층을 고용할 수 있고, 노년층은 기업에서 필요한 인력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제도적인 지원도 필요하다"며 "일하고 싶은 노년층이 많은데도 불구하고 일자리가 마땅치 않은 사회분위기가 아쉽다"고 덧붙였다.
그는 "분명한 건 은퇴자들이 수십년간 사회활동을 하며 쌓은 노하우가 사회에 다시 녹아들어야 우리 사회가 발전할 수 있다는 것"이라며 "은퇴자들의 경험이 사회에 녹아들어 우리 사회의 발전에 일조했으면 하는게 바람"이라고 전했다.
■이도권씨 "귀농도 즐기기 나름 아닐까요."
화성시 우정읍에 위치한 형제농가를 운영하고 있는 이도권(71)씨는 도내 축산업계에서는 젊은 사람 못지 않게 열정적으로 소를 키우는 인물로 평가 받고 있다.
그는 소를 잘 키우기 위해 지난 2004년 성균관대 최고경영자 교육과정을 수료하며 노익장을 과시했고, 무항생제 인증을 받기 위해 보유하고 있던 20마리 한우의 질병예방, 사료보급 등 사육의 모든 내용을 기록해 축산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이런 노력의 결과 형제농장은 지난 2012년 HACCP지정과 무항생제 인증을 동시에 달성했다.
도내 축산계가 인정하는 이 대표도 사실 젊은 시절에는 축산과 전혀 관련 없는 일에 종사했었다.
이 씨는 "한국도로공사에서 28년간 근무한 후 지난 1998년 명예퇴직을 했다"며 "주말농장 처럼 시작한게 지금은 소 53마리를 키우고 있다"고 말했다.
젊은 시절 전혀 관심을 갖지 않았던 축산업이기에 초창기에는 여러가지 말 못할 속앓이도 했다.
이 씨는 "30두로 처음 시작했는데, IMF때는 속 앓이도 했고 소를 사가기로 한 사람들이 대금을 치러주지 않아서 갈등을 빗기도 했었다"며 "동종업계에 있는 분들의 조언과 여러 경험을 쌓으며 이제는 어엿한 축산인이 된거 같다"고 말했다.
그는 "제2의 인생을 생각하면 걱정부터 하는 분들이 많은데, 열정을 갖고 도전하는 게 가장 중요한 거 같다"며 "각각 처한 상황은 다르겠지만 할 수 있는 일을 선택해 최선을 다한다면 젊은 시절 못지 않은 재미 있는 삶이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글·사진/김종화기자 jhkim@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