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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2일 더불어민주당 조석환 경기도당 청년위원장(왼쪽)과 새누리당 유인호 경기도당 사회복지네트워크위원장이 함께 만나 대한민국 정치의 현주소에 관한 각자의 가치와 생각을 공유했다. /강승호기자 kangsh@kyeongin.com

사회복지 분야 강조한 유 위원장
투명·민주성 약한 공천문제 지적
뜬구름만 잡는 정책으로 괴리감
시민 가려워하는 부분 긁어줘야


가을의 문턱 '추분'을 맞은 지난달 22일 수원 인계동의 한 카페에서 30대 청년정치인 두 사람을 만났다. 새누리당 유인호(36) 경기도당 사회복지네트워크위원장과 더불어민주당 조석환(39) 경기도당 청년위원장. 조 위원장은 현재 수원시의원이기도 하다. 어색한 인사와 짧은 대화 이후 두 사람은 사진 촬영을 위해 카페 밖으로 나왔다.

어색했다. 정치인으로서 뻔뻔함은 기본적으로 갖고 있을 것이란 예상과 달리 두 사람 모두 어색함을 감추지 못했다. 그도 그럴 것이 둘은 이날 처음 만났다. 하물며 속해 있는 정당도 다르다. 시선을 마주쳐 달라는 사진기자의 요청에 둘은 반강제(?)로 눈을 맞췄지만 멋쩍은 미소만 남발할 뿐이었다.

하지만 사진을 찍기 위한 장소로 함께 걸어가면서 이들의 어색함은 크게 줄었다. 같은 곳을 보며 걸은 덕분일까. 두 사람은 이내 자연스레 대화를 나누는 경지(?)에 이르렀다. 어색했던 미소는 어느새 웃음으로 변해 있었다.

카페로 돌아와 본격적인 대화를 나눴다. 정치에 뛰어들기 전부터 사회복지 관련 일을 해 오고 있는 유 위원장은 소외계층에 대한 사회적 관심과 지원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점이 항상 마음에 걸렸다고 했다.

그는 "국가 지원이나 법안 등 소외계층을 위해 진정으로 해야 할 일이 많지만, 현실과 거리가 먼 정책들이 많다"며 "이를 조금이라도 개선해 보고자 처음 정치를 하겠다고 마음 먹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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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위원장은 자신이 거주하는 수원 광교지역 아파트 대표 모임에서 활동한 것이 정치를 시작하게 된 결정적 계기가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피부에 직접적으로 맞닿아 있는 시민들의 문제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는 기성 정치인이 많지 않다고 생각했다. 생활정치를 통해 이런 구조를 바꿔봐야겠다는 절박한 심정으로 정치를 하게 됐다"고 밝혔다.

올바른 사회를 만들겠다는 공통된 꿈을 안고 30대의 이른 나이에 정치를 시작한 두 청년 정치인. 이들이 바라본, 또 이들이 그리고 싶은 2016 대한민국 정치의 자화상은 어떤 모습일까.

유 위원장은 현 정치에 대해 전반적으로 정치 매너가 떨어진다는 평가를 내렸다. 그는 "공천에 대한 투명성이나 민주성이 많이 떨어지고, 정치 세계에서 결과에 승복하는 문화도 약한 것 같다"고 진단했다. 조 위원장 역시 "타협하지 않고 자신의 주장만 옳다고 하는 잘못된 정치 문화가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다만 "현 정치권이 잘못하고 있는 건 맞지만, 길게 봤을 땐 과거에 비해 정치가 점차 발전을 거듭하고 있는 단계라고 본다"며 긍정적인 부분도 함께 언급했다.

아파트대표모임 경험 조 위원장
자기주장만 고집하는 문화 일침
계파 부작용 날선 비판에 '공감'
청년문제 해결에 앞장서고 싶어


현 정치의 가장 큰 병폐 중 하나인 계파 정치에 대한 질문을 던지자, 정치 구조상 계파정치의 불가피한 부분은 인정하지만 바람직한 정치 문화는 아니라는 점에 의견을 같이 했다.

유 위원장은 "계파라는 건 어찌 보면 자연스러운 현상이지만, (젊은 정치인으로서) 벌써 부터 그 문화에 편승해 초심을 잃어선 안 된다고 생각한다"며 "의견이 다르다 해도 조금씩 양보를 하고, 상대 편이 맞다고 생각될 땐 거기에 따를 수 있는 용기도 필요하다"고 자신의 견해를 드러냈다.


조 위원장 역시 "비슷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끼리 뭉치는 건 현실적으로 어쩔 수 없는 부분이다. 하지만 계파의 이익을 위해 내 생각에 반하는 행동을 하는 경우가 생기는데, 이게 계파정치의 문제"라고 지적하며 "계파라는 것이 과연 존재하는 것인지, 누가 규정하는 것인지 의문일 때도 많다"고 털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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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 유인호 경기도당 사회복지네트워크위원장(왼쪽)과 더불어민주당 조석환 경기도당 청년위원장 /강승호기자 kangsh@kyeongin.com

두 사람은 이제 겨우 30대다. 정치판에서 가장 막내급이다. 일찌감치 정치권에 발을 들인 이상, 앞으로 해 나가야 할 일은 너무나 많다. 그래서 이들의 어깨는 지금보다 훨씬 더 무거워져야 한다. 유 위원장의 정치 목표는 자신이 정치에 뛰어들게 된 계기와 일맥상통한다.

바로 사회복지 분야에서 진정 피부에 와닿는 정책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그는 "정치인들이 말하는 것과 일반 시민들이 느끼는 부분의 괴리감이 클 때가 많다. 국민을 위한답시고 뜬구름 잡는 정책만 쏟아낼 것이 아니라, 진정으로 시민들이 가려워하는 부분을 긁어주는 노력이 정치권에서 필요하다"며 "초심을 잃지 않고, 소외계층을 위한 좋은 정책을 많이 만들고 싶다"고 각오를 다졌다.

조 위원장은 청년 정치인에 걸맞게 이 시대의 청년들을 위한 정책을 많이 만들고 싶다고 밝혔다. 그는 "더민주 서울시당에는 '청년국'이 따로 있다. 우리 경기도당에도 이를 만들어서 청년 문제를 해결하는 데 앞장서고 싶다"고 전했다.

이어 시의원으로 활동하며 '아파트 쉼터'를 제도화하기까지 1년 이상 노력해 온 과정을 언급하면서 "작은 것부터 개선하려고 노력하다 보면 점차 많은 부분들이 바뀔 수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 더 열심히 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구태 정치에서 오는 실망감, 현실적·구조적 한계로 인한 좌절감 등 청년정치인으로서 이들이 감내하고 있는 어려움이 상당 부분 느껴졌다. 하지만 이를 '성장통'삼아 지금보다 더 나은 미래를 향해 노력하는 이들의 모습에서, 대한민국 정치의 밝은 자화상을 엿볼 수 있었다.

/송수은·황성규기자 homerun@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