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팝·스웨덴 핫도그 만들며 자활
커피 내리고 행복 볶는 '바리스타'
야시장 접고 문어꼬치로 새 인생
닭꼬치에 뛰어든 전직 사회복지사
창업을 준비하는 사람들에게는 꿈과 희망이 있다. '저녁이 있는 삶을 살겠다', '돈을 많이 벌어 가난에서 벗어 나겠다' 등 그 종류와 이유도 다양하다. 하지만 창업했다고 해서 곧바로 꿈과 희망이 실현되는 경우는 많지 않다. 오히려 창업 시 투자한 원금을 회수하기는커녕 거액의 빚까지 지는 경우도 허다하다.
그래서인지 요즘은 창업 투자의 위험성을 최소화하기 위해 상대적으로 초기 비용이 적게 드는 '이동 영업'을 선택하는 사람들이 있다. 작은 봉고차나 트럭을 개조한 음식판매 자동차, 이른바 '푸드트럭'이 대표적 사례다.
이날 이곳에 자리한 푸드트럭은 모두 5대. 여주를 비롯한 수원·화성·남양주·안성의 푸드트럭도 이곳으로 와 자리를 잡았다. 인기 있는 지역 축제인 '제2회 여주국제대학가요제'가 열리는 날이기 때문이다.
5대의 푸드트럭 중 가장 분주한 곳은 콜팝·스웨덴핫도그 등을 파는 '해피모닝 푸드트럭'이었다. 안성맞춤지역자활센터에서 운영하는 해피모닝 푸드트럭은 자활을 꿈꾸는 임흥빈(62), 김종철(61), 하길용(56) 씨가 운영하는 것이다.
이들은 모두 기초생활 수급자로 지난해 7월부터 자활센터에서 제공하는 푸드트럭을 운영하고 월 급여로 90만원씩 받고 있다.
또 푸드트럭을 운영해 생기는 수입 중 일부는 자활자들의 창업 지원비용으로 쓰일 예정이다. 이들의 목표는 푸드트럭 영업으로 받은 월급과 창업지원비용을 합쳐 대학가 주변에서 자신들의 푸드트럭을 직접 운영하는 것이다.
커피 등 음료를 판매하는 '시현이네 커피트럭'의 나진수(29)씨는 전문 바리스타다. 하지만 자금 부족으로 카페를 직접 운영하지 못하고 아르바이트를 전전해야 했다. 그는 결혼을 하고 아이까지 생기자 생계를 위해 소규모 자본으로 창업할 수 있는 푸드트럭사업에 도전했다. 나씨의 꿈은 푸드트럭을 통해 가족들의 행복을 책임지고 어엿한 아버지가 되는 것이다.
문어꼬치를 판매하는 '진스델리(JINSDELI) 푸드트럭'의 이성진(34) 씨는 원래 야시장 등을 돌며 호떡 장사를 했다. 그런데 그동안 생활이 불규칙하고 불법적인 부분이 있어 마음이 편치 않았다고 한다. 특히 위생이 안 좋은 음식을 판매한다는 생각이 강했다.
그는 우연히 푸드트럭사업에 대해 알게 되면서 합법적이고 위생적인 설비를 갖출 수 있다는 장점에 끌려 트럭을 구입하게 됐다고 했다. 친형과 함께 푸드트럭을 운영하는 이씨는 지역에 있는 유명한 맛집처럼 누구에게나 인정받을 수 있는 '명물 푸드트럭'으로 알려지는 것이 꿈이다.
닭꼬치를 판매하는 '미스터 슈퍼(MR. SUPER) 푸드트럭'의 김태연(32)씨는 원래 정년이 보장된 사회복지사였다. 하지만 결혼을 하고 부양가족까지 생기자 안정성이 전부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는 지난해 7월 다니던 직장에 사표를 쓴 후 본격적으로 푸드트럭 사업에 뛰어들었다.
사업 초기에는 어쩔 수 없이 불법 영업을 전전하다가 최근엔 합법 푸드트럭으로 등록했다. 김씨의 꿈은 가족들과 함께 푸드트럭을 운영하며 알콩달콩 부대끼며 사는 것이다.
열살아들 함께하고파 택한 트럭
지역축제에 모인 다섯개 사연들
규정상 지정된곳 매출적어 한숨
"장소선택권 확대" 한목청 건의
스웨덴 핫도그를 판매하는 'DH 푸드트럭'의 곽동훈(40)씨는 국내 유명 기업에 다녔던 인물이다. 그런데 해외 근무와 서울 출퇴근으로 가족들과 보내는 시간이 줄어들게 되자 푸드트럭 사업을 하기로 결심한다. 그는 최근에 10살 된 아들이 직접 그린 푸드트럭 그림을 트럭에 붙이고 다니며 손님들에게 자랑하는 재미에 살고 있다.
곽씨의 꿈은 테이블까지 갖춘 11t 푸드트럭을 끌고 가족들과 함께 제주도를 비롯해 전국을 돌며 지역 특산물을 재료로 한 음식과 소'필리스테이크' 등 국내에서 쉽게 접하지 못하는 세계음식을 소개하는 것이다.
푸드트럭을 운영하며 발생하는 애로사항이나 개선사항에 대해 5곳의 푸드트럭 운영자 모두 '장소 선택권 확대'를 꼽았다. 각기 지정된 자리가 있지만, 지정된 장소에서만 영업을 하다 보면 수지타산을 맞추기 어렵다는 것이다. 실제로 이들이 지정된 장소에서 영업하는 일수를 따져보니 1년 중 평균 30일이 채 되지 않았다.
지난 7월 4일, 개정된 '공유 재산 및 물품관리법'에 따르면 지자체에서 정한 푸드트럭 존 안에서는 자유롭게 이동 영업이 가능해졌지만, 푸드트럭 운영자가 임의대로 장소를 이동하면서 영업을 하지는 못하게 돼 있다.
시현이네의 나진수씨는 "지자체가 정한 장소에서만 영업을 하면 손님들이 '왜 이런 곳에서 장사하느냐'며 오히려 물어본다"고 했다. 해피모닝의 김종철씨도 "지정된 장소에서는 하루 매출이 1만~2만원 불과해 차라리 푸드트럭을 운영하지 않는 편이 낫다"고 말했다.
이런 문제점에 대해 진스델리의 이성진씨는 "새로 생겨 아직 상권이 형성되지 않은 신도시나 아파트단지에서 한시적으로 푸드트럭 운영을 합법화해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미스터 슈퍼를 운영하는 김태연씨는 "지자체가 장소를 상세히 지정하는 것이 아니라 시설 전체로 확대해 해당 시설 내에서는 어디든지 돌아다닐 수 있게 해주면 그나마 나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전기 수급과 판매 상품 확대 등이 푸드트럭의 과제로 거론되기도 했다. DH 푸드트럭 곽동훈씨는 "푸드트럭과 관련한 정책 입안자들과 푸드트럭 운영자들 사이의 간담회가 절실한 상황"이라며 "실제로 푸드트럭을 운영해본 사람들은 현실에서 벌어지는 문제점에 대한 대안을 많이 갖고 있으니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시언기자 cool@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