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영장
①방치돼 있는 유원지 내 물놀이 시설. 유원지 내에 식당 건물 등과 야외 공연장 등의 시설이 있는데, 관리가 되지 않고 있다. ②문이 닫힌 유바리 석탄박물관. 유지·관리비 부담 때문에 문닫는 날이 많다고 한다. ③테라에 카즈토시 유바리시 총무과장. ④시바키 세이지 유바리시 재무과장. 유바리/목동훈기자 mok@kyeongin.com

1960년대 잘나가던 탄광도시, 폐광후 인구 줄자 '관광산업' 집중
한때 혁신사례 '장관 표창'… 부채급증·회계조작 결국 쇠락의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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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홋카이도(北海道) 유바리(夕張)시는 탄광산업이 활발했던 1960년대 소위 잘 나가는 도시였다. 그러다 정부의 에너지정책 변경으로 해외에서 석탄이 수입되면서, 탄광들이 하나둘씩 문을 닫기 시작했다.

유바리시는 탄광회사들이 운영하던 주택과 병원 등을 매입하고, 유원지 조성 등 관광산업 육성으로 고용을 유지하려고 했다. 하지만 과도한 투자는 부채증가로 이어졌고, 결국 2006년 파산을 선언했다. 유바리시는 회계를 조작해 부채를 감췄고, 공무원과 시의원들은 재정상태가 좋지 않은 것을 알면서도 모르는 체 했다.

■탄광도시에서 관광도시로


1960년 유바리시 인구는 12만명이었다. 탄광산업 발달로 사람이 몰렸다. 탄광 입구가 23개나 됐고 그 일대는 마을이 형성됐다. 유바리에서 나온 석탄은 질이 좋았다. "용광로가 깨진다"고 할 정도로 화력이 좋았다고 한다.
유바리의 탄광산업은 일본 경제에도 큰 도움이 됐다. 일본 해군 장성이 "유바리 덕분에 배와 잠수함이 움직인다"며 탄광 직원들을 격려한 적도 있었다.

이이즈카 타카시(86)씨는 "당시 유바리시를 2개의 도시로 나누자는 얘기까지 나올 정도로 사람이 많았다"며 "식품점을 운영했는데, 물건이 있으면 다 나갔다. 물건을 모으는 게 더 힘들었다"고 했다. 유바리에는 '슈파로'라는 호텔이 있다.

이 호텔이 있던 자리에 백화점이 있었고, 그 주변으로 음식점과 술집 등 상점이 300개 넘게 있었다고 한다. 당시 홋카이도에 백화점이 5개밖에 없었는데, 그중 하나가 유바리에 있었던 것이다. 유바리 백화점은 홋카이도 백화점 중에서 에스컬레이터가 가장 먼저 설치됐다고 한다.

이이즈카 씨는 "백화점이 세일을 하면 길이 꽉 막힐 정도로 사람이 붐볐다"며 "폐광으로 인구가 줄기 시작했다"고 했다.

탄광회사들은 직원들을 위해 주택·병원·복지시설 등을 운영했다. 폐광으로 회사가 유바리를 떠나게 되자, 유바리시는 막대한 비용을 들여 이들이 운영하던 시설을 매입했다. 또 이들 시설을 운영하기 위해 제3기관(지방공기업)을 설립했다. 이때부터 빚이 쌓이기 시작했다.

유바리시 테라에 카즈토시 총무과장은 "유바리는 탄광과 함께 성장하고 탄광과 함께 쇠퇴한 도시"라며 "지하에는 산업이 있었지만 지상에는 아무것도 없었다"고 했다. 영원할 줄 알았던 석탄채굴이 중단되자 지역경제를 이끌 산업이 없어졌다는 얘기다.

"탄광시설을 관광자원화하자"는 의견이 나왔고, 시민들의 일자리를 유지하기 위해선 그 방법밖에 없었다. 테라에 과장은 "관광산업이 '탄광'의 나쁜 이미지를 없애줄 것이라는 기대도 있었다"며 "관광산업은 지역경제를 살리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고 했다.

■관광도시에서 파산도시로

유바리시는 폐광이후 '탄광에서 관광으로'라는 구호를 만들었다. 그리고 석탄박물관과 유원지를 만드는 등 관광산업에 집중적으로 투자했다. 이를 위해 정부로부터 돈을 빌리기도 했다. 당시 유바리시는 혁신사례로 꼽히기도 했다.

유바리시 시바키 세이지 재무과장은 "국가에서 탄광시설을 관광자원화하는 것을 지지했었다"며 "혁신이라고 해서 장관 표창까지 받았다"고 했다.

유바리시는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빚이 쌓이면서 '혁신 도시'에서 '재정을 잘못 운영한 도시'가 됐다. 일본은 물론 세계 언론들이 '파산 도시' 유바리를 집중 보도했다.

한 주민은 "2006년 파산선언 이후 길거리에 기자들밖에 없었다"며 "도시가 파산한 것인데, 마치 내가 잘못한 것 같은 자책감까지 들 정도였다"고 했다.

유바리시는 2007년 3월 재정재건계획을 세웠다. 2026년까지 20년간 매년 25억엔(273억원)의 빚을 갚아 나간다는 내용이었다.

파산이후 인구 유출이 심해졌다. 시민들이 홋카이도 외 지역과 홋카이도 내 삿포로·에베쓰·도마코마이 등의 도시로 떠났다. 지난해 1월 기준 노인(65세 이상) 비율은 47.72%로, 홋카이도(27.98%)와 일본 전체(25.90%)보다 두 배 정도 높다. 파산이후 젊은 사람들이 일자리를 찾아 다른 도시로 떠나면서 도시의 생산활동인구가 많이 줄어든 것이다.

'재정난'에 '인구 절벽'과 '고령화'까지 겹친 셈이다. 유바리시는 과도한 투자로 재정이 나빠졌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시바키 과장은 "(재정운용 상황이 나쁜 상태를) 알면서도 (고용·시설 유지를 위해) 멈출 수 없었다"며 "유바리시는 부채를 감추려고만 했고, 시의회는 이를 덮어 줬다"고 했다.

유바리/목동훈기자 mok@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