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립진료소
민간 의료법인이 운영을 맡고 있는 유바리시립진료소 전경. 파산 이후 시립병원에서 시립진료소로 이름이 바뀌고 진료과목·의사·병상 수가 줄었다. 유바리시에서 입원이 가능한 유일한 의료시설이다. 유바리/목동훈기자 mok@kyeongin.com

시립진료소, 의사 고작 5명
초중고 보조금등 모두 끊겨
버스·열차도 '근근이' 운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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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홋카이도(北海道) 유바리(夕張)시 파산은 시민들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끼쳤다. 세(稅) 부담은 늘어났고 그와 반대로 행정서비스와 민간보조금은 줄었다. 다른 도시 시민보다 세금을 많이 내는데, 오히려 혜택은 줄어든 것이다. 재정난 때문이다.

지난달 28일 유바리시 북부에 위치한 시립진료소. 이곳을 방문한 시각이 오후 4시 정도 됐는데, 3층짜리 건물의 2~3층은 불이 꺼져 있었다.

건물 안에 들어가 진료소 직원과 대화를 나누고 있는 도중 젊은 부부가 아이를 데리고 들어왔다. "아이가 열이 난다"며 진료를 요청했지만, 진료소 측은 "진료가 어렵다"며 다른 병원으로 갈 것을 권했다. 시립진료소는 민간의료법인이 위탁 운영 중이다.

유바리시에는 원래 시립의료시설이 없었다. 이 진료소는 탄광회사가 직원들을 위해 운영하던 병원이다. 탄광회사는 폐광 후 도시를 떠났고, 유바리시는 1982년 병원을 인수해 시립병원으로 운영해 왔다. 그러다가 2006년 도시가 파산하면서 시립병원은 시립진료소로 축소됐다.

당시 시립병원 운영으로 40억엔(432억9천만원)의 적자를 봤다. 진료과목에서 외과·안과·소화기내과·이비인후과는 없어졌으며, 의사는 5명이 전부다. 병상은 200개에서 19개로 크게 줄었다. 구급차도 없다고 한다. 유바리시에는 시립진료소를 포함해 총 4개의 의료기관이 있지만, 입원이 가능한 곳은 진료소뿐이다.

유바리시에서 33년째 장사를 하는 아베 요우노스케(63)씨는 "응급환자가 생기면 소방서 구급차를 부르면 되지만, 구급차에 타는 순간부터 어느 병원으로 가야 할지를 고민해야 한다"며 "노인들은 진료소의 인공투석실이 폐쇄된 것이 가장 큰 불편 사항"이라고 말했다.

유바리시에는 초·중·고가 1개씩 있다. 탄광산업이 활발할 때는 초등학교 21개, 중학교 9개, 고등학교가 4개 있었다. 학교당 학생 수는 많게는 2천명에서 적게는 700명 정도 됐다. 그러나 폐광에 이어 재정난까지 겪게 되면서 학생 수가 크게 줄었다. 폐교들은 기업·단체에서 사무실과 식당 등 다른 용도로 사용하거나 그대로 방치돼 있다.

파산이후 세금은 오르고, '초중고 예술 프로그램 지원금' '신규·소규모 농장 보조금' 등 시민들에게 지원되던 보조금은 모두 끊겼다. ┃표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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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당시 자녀가 초등학생이었던 도미타 에니코(54·여)씨는 "아이들에 대한 지원이 없어진 게 가장 어려웠다"며 "지자체의 지원이 끊기면서 학부모가 모든 비용을 대야 했다. 100% 자부담이 됐다"고 말했다.

유바리시의 교통수단은 열차와 버스·자가용이 전부다. 하루에 5번만 운행하는 열차는 이용객 감소와 유지·관리비 증가로 운행이 중단될 가능성이 크고, 버스 역시 운전사 부족으로 운행 횟수가 적다고 한다.

유바리시 노인회 간부인 야구치(75) 씨는 "다른 도시로 통학하는 학생 몇 명만 열차를 이용한다. '공기를 태우고 달린다'고 할 정도로 승객이 적다"며 "교량과 터널이 오래돼 언젠가 운행이 중단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고 했다. 유바리시 스즈키 나오미치(35) 시장도 열차운행 중단에 찬성하고 있다고 한다.

버스는 운전사 부족으로 증편이 어려운 상황이다. 야구치 씨는 "홋카이도청에서 유바리 교통대책을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공직사회도 파산의 고통을 분담해야 했다. 유바리시 직원은 263명에서 127명으로 줄었다. 시장 월급이 86만2천엔(933만원)에서 25만9천엔(280만원)으로 삭감되는 등 직원 인건비도 줄었다. 유바리시의 재정운용 상황을 제대로 감시하지 않았던 시의원도 절반으로 줄었다.

현재 시의원 수는 9명으로, 많을 때는 37명까지 있었다고 한다. 유바리시 시바키 세이지 재무과장은 "채무를 줄이기 위해선 수입을 늘리고 지출을 줄여야 하는데, 수입이 많지 않기 때문에 돈을 안 쓰는 게 최고의 방법이었다"고 했다.

유바리/목동훈기자 mok@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