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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노인이 유바리시내를 걷고 있다. 상가 건물은 셔터가 내려져 있다. 유바리시는 인구의 절반이 노인으로 고령화가 심각하다. 유바리/목동훈기자 mok@kyeongin.com

파산 이후 사회적 요인 탓 인구 급감·고령화 심각 '미래 불투명'
시영주택 건설 '新시장 형성' 기대… 향후 산업정책 미지수 고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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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홋카이도(北海道) 유바리(夕張)시 구호는 'Restart! More Challenge'다. '다시 시작하자 더 도전하자'는 뜻으로 재정 재건 의지를 담고 있다. 2006년 파산을 선언한 유바리시는 2026년까지 빚을 갚아야 한다. 파산한 지 10년이 됐고 부채 상환 완료까지 10년이 남았으니, 현재 중간 지점에 와 있는 셈이다.

유바리시는 행정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콤팩트 시티' 건설을 추진 중이다. 여기저기 흩어져 사는 시민들을 한곳으로 모아 행정 서비스의 효율성을 높이겠다는 전략이다. 하지만 산업 기반이 취약하고 인구가 계속 줄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유바리시의 미래는 불투명하다.

■인구 절반이 노인

유바리시 인구는 예상보다 빠르게 줄고 있다. 빚은 허리띠를 조여 갚아나가면 되지만, 인구 감소는 어떻게 할 도리가 없다. 특히 전체 인구의 절반은 노인이다. ┃그래픽 참조

인구는 폐광이 시작되면서 감소해왔는데, 2006년 파산 이후 급감했다. 2006년과 2007년 사회적 요인으로 인한 인구 감소 비율은 70%대로, 자연적 감소 비율보다 2배 이상 높았다. 파산 이후 유바리시를 떠난 사람이 급증했다는 얘기다.

유바리시는 고령화가 심각하다. 아동 수가 2008년부터 급격히 감소해 2014년에는 236명만 남았다. 또 그해 중학교 졸업자 65명 가운데 37명만 고등학교에 진학했다. 나머지 중학교 졸업자는 다른 도시에 있는 학교를 다니거나 이사를 간 것으로 볼 수 있다.

도미타 에니코(54·여)씨는 "학생 수가 적다 보니 아이들이 사회적 관계를 형성하기 어려운 환경"이라며 "유바리시에는 일자리가 없기 때문에 아예 이사 가거나 아이들만 다른 도시로 유학 보내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했다.

유바리시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고자 ▲전출 억제 및 정주 촉진 ▲결혼·출산·보육 지원 강화 ▲이웃공동체 형성 ▲교류인구 창조 등을 추진 과제로 설정했다. '교류인구 창조'는 다른 도시와의 교류를 활성화해 유바리시 내 유동인구를 늘리겠다는 내용이다.

■행정 효율성을 높이자

시영주택 건설이 한창이었다. 유바리시가 시내 중앙부에 단층짜리 시영주택을 짓고 있는데, 이는 '콤팩트 시티' 건설의 일환이다. 시민들이 모여 살면 행정 효율성이 향상되고 새로운 시장이 형성된다는 게 유바리시의 설명. 입주 희망자 대부분이 노인이라 단층으로 짓고 있다고 한다.

새 시영주택 옆 주택들은 수십 년간 개·보수가 이뤄지지 않아 금방 무너질 듯 낡았다. 유바리시는 북쪽에 있는 시립진료소를 시내 중앙부로 이전하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시민들이 병원까지 이동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기 때문이다.

유바리 시민이 병원까지 이동하는 데 소요되는 시간은 평균 67분(2012년 기준)으로, 홋카이도 평균(35분)의 두 배다. 시립진료소는 '방문 진료'를 강화하고 있다. 예방으로 시민들의 건강을 지키겠다는 것인데, 취지는 좋아 보여도 의료인력·시설 부족에 따른 고육지책이라는 게 주민들의 얘기다.

파산으로 민간보조금 지급이 중단되면서 자원봉사자의 역할이 중요해졌다. 이들은 기업 등으로부터 기부금을 받아 운동장 등 공공시설을 관리하고 환경 정비 활동을 한다. 자원봉사자 덕분에 그나마 유바리시가 유지되는 것이다.

■뭐 먹고 살래?

'유바리시 재생 방침에 관한 검토위원회'는 올 3월 보고서를 냈다. 위원회는 보고서에서 "빚을 갚는 것보다 '지방창조'가 더 중요한 정책"이라고 강조했다. 2026년까지 빚만 갚다 보면, 그 이후에 아무것도 남지 않는다는 것이다.

위원회는 "재정 재건을 위해선 가혹한 계획이 최우선시되어야 하지만 빚 갚는 데만 집중하면 유바리시의 미래를 내다보지 못한다"고 했다.

채무 상환 이후 어떤 산업 정책으로 일자리를 만들 것인지, 인재를 어떻게 양성할 것인지에 대한 유바리시의 고민이 보고서에 담겨 있다.

유바리/목동훈기자 mok@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