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의 인천 관광은 어떤 모습일까.
인천은 항만과 공항이 있고, 주변에 수도인 서울이 있다. 이 때문에 외국인에게 인천은 '관문도시' 또는 '거쳐 가는 도시'라는 인식이 강하다. 하지만 인천은 동북아의 대표적인 관광 도시를 꿈꾸며 여러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인천항 신(新) 국제여객터미널 배후부지를 개발하는 '골든하버'와 카지노를 중심으로 한 복합리조트인 '영종 파라다이스 시티' 등이다. 강화도의 고인돌과 유적, 중구의 개항장거리와 차이나타운, 남동구의 소래포구와 생태습지공원 등 기존의 관광자원들이 장차 인천항과 인천공항 거점의 관광산업 프로젝트와 맞물려 큰 시너지 효과를 낼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2025년 모처럼 크루즈를 타고 인천에 있는 친구를 만나러 온 중국인을 가상으로 설정해 미래 관광도시 인천의 모습을 그려봤다. ┃편집자주
세계최대 규모의 크루즈선 접안 가능한 전용 터미널 '눈길'
편리한 입국·하선시스템… 3천여명 승객들 1시간이내 내려
역주변 쇼핑몰·친수공간 갖춘 골든하버 '원스톱 관광 명소'
해외 명품·화려한 브랜드 매장… 지구촌 먹거리 탐방은 '덤'
"Welcome to Incheon! Welcome to Korea!!"
마중 나오기로 했던 한국인 친구 가영이(31·여) 나를 반갑게 맞았다.
중국 베이징에 사는 나는 한국을 9년 만에 찾게 됐다. 크루즈 여행을 통해 한국을 찾았던 것이 2016년인데, 벌써 9년이 지나 2025년이 됐다.
9년 전처럼 이번에도 크루즈를 타고 인천을 찾았다. 중국 톈진에서 출항한 배가 15시간 정도 항해한 끝에 인천항에 들어서자 'Welcome to Incheon'이라고 씌여 있는 크루즈 터미널이 눈에 들어왔다. 우리가 입항할 부두 옆에는 또 다른 크루즈가 접안해 있었다. 세계에서 가장 큰 22만5천t급 크루즈였다.
크루즈를 몇 차례 타보긴 했지만, 이처럼 큰 크루즈를 본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9년 전 터미널이 없는 임시 크루즈 부두에서 내렸던 기억이 나면서 '확실히 달라졌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배에서 내리자 유선형 모양의 크루즈 전용 터미널로 들어섰다. 다른 나라의 크루즈 터미널보다 큰 규모의 터미널은 입국 절차와 하선 시스템도 편리하게 돼 있었다. 내가 탄 크루즈에 승객 3천여 명이 있었는데 1시간도 채 되지 않아서 배에서 모두 내릴 수 있었다.
터미널에서 기다리고 있던 친구 가영이 나를 반갑게 맞이했다.
9년 전에 크루즈를 타고 인천에 왔을 때는 머무는 시간이 짧은 데다가 한국에 대해 잘 모르기 때문에 서울을 여행하는 관광상품을 선택했다. 당시 인천에서 내린 다음 서울까지의 이동시간이 2시간 정도로 너무 길어서 제대로 된 관광을 못했던 기억이 났다.
관광 프로그램도 면세점 쇼핑 중심으로 짜여 있어서 쇼핑 외에 다른 관광에 대한 기억이 많지 않았다. 특히 당시에는 인천을 관광하는 관광상품이 하나도 없었다. 서울로 향하는 것이 전부였으나, 이번에는 달랐다. 인천 관광 상품이 서울 것보다 더 많았다. 친구 가영이가 직접 가이드를 해준다기에 자유여행을 택했다.
가영은 "인천은 9년 만이지? 오랜만에 오니까 어때? 많이 바뀌었지?"라며 나를 반겼다.
터미널을 나서자마자 눈앞으로 펼쳐진 화려한 모습에 입을 다물 수 없었다. 이전에는 볼 수 없었던 쇼핑몰의 웅장한 규모에 압도당하는 기분이었다.
길을 걸으며 본 쇼핑몰에는 해외 명품뿐 아니라 한국에만 있을 것 같은 다양한 브랜드의 상품이 화려한 조명을 받으며 진열돼 있었다. 또 쇼핑몰 인근에는 테마파크와 호텔, 리조트, 공연장 등 관광에 필요한 모든 것이 모여 있었다.
"이 일대를 '골든하버'라고 불러. 2년 전쯤 개발됐어."(가영)
골든하버는 석양에 붉게 물든 인천 서해의 매력적인 풍광을 담아 이름을 붙였다고 한다. "국내외 관광객들을 위한 쇼핑, 레저, 휴양, 친수공간 등을 갖춘 새로운 복합관광단지"이며, "골든하버가 생긴 이후 인천을 찾는 크루즈가 많아졌다"고 인천 토박이인 가영은 신이 난 듯 자랑에 여념이 없었다.
그의 설명을 들으니까 인천의 크루즈 기항이 왜 높아지고 있는지 이해가 됐다. 2015년 만해도 인천의 크루즈 관광객은 8만8천 명으로, 제주도(62만명)·부산(28만명)보다 훨씬 적었다. 하지만 지금은 인천을 찾는 크루즈 관광객은 연간 50만 명이 넘어 부산보다 많아졌다는 뉴스를 본 것이 떠올랐다.
■ 원스톱 관광 '골든하버'
가영의 말처럼 크루즈 터미널에서 걸어서 갈 수 있는 가까운 곳에 내가 원하는 시설이 모두 자리 잡고 있었다. 가영은 쇼핑을 하고, 오후에 진행될 공연을 보러 가자고 제안했다. 그 전에 먼저 식사를 하기로 했다.
식당을 찾기 위해 쇼핑몰 인근을 둘러봤다. 세계 각국의 요리를 먹을 수 있는 식당이 줄지어 있었다. 게다가 새로 지었기 때문인지 모든 식당에서 고급스러움이 묻어났다. 나는 그래도 한국에 온 첫 식사인 만큼 한식을 먹자고 제안했고, 가영은 이곳에서 가장 이름난 식당이라며 나를 안내했다.
다행히 창가에 자리가 있었다. 내가 타고 온 크루즈와 그 너머 바다가 창문 너머로 한눈에 들어왔다. 크루즈를 타고 오면서 지겨울 정도로 봐 왔던 바다이지만, 이렇게 육지에서 보니 황홀한 기분까지 들었다.
가영에게 물어보니 전통 한정식 식당이라고 했다. 하늘을 향해 길게 뻗은 건물, 화려한 외관과는 달리 음식은 자극적이지도 않고 내 입맛에 딱 맞았다. 바다가 한눈에 펼쳐진 장소가 내 입맛을 더욱 당겼을 수도 있다는 생각도 들었다.
식사를 마친 뒤 쇼핑몰로 향했다. 무엇보다 쇼핑몰까지의 거리가 가까워서 좋았다. 세계 각국의 의류·잡화 브랜드 매장이 펼쳐졌고, 많이 돌아다니지 않고도 내 맘에 드는 옷과 액세서리 등을 볼 수 있었다.
특히 인천 상품을 모아서 판매하는 상점이 눈에 띄었다. 인천의 역사를 알 수 있는 엽서와 책, 티셔츠, 인형, 캐릭터 상품, 특산물 등을 판매하고 있었다. 내가 산 엽서는 150여 년 전의 인천항의 모습이 찍힌 사진엽서였다. 1883년 개항 직후의 사진이라고 가영은 설명했다.
쇼핑 이후에 관람했던 K-POP 공연도 만족스러웠다. 좋아하는 가수의 공연도 재미있었고 공연장 시설도 최근에 가본 곳 중에서 가장 좋았다. 무엇보다 하루에 여러 일정을 소화할 수 있었기 때문에 알찬 여행을 했다는 뿌듯함이 있었다.
섬 곳곳 역사·문화재… 관방유적 유네스코 문화유산 등재
해안방어 목적 작은 城 형태 '용두돈대' 세계서 유례 드물어
인천공항 연계 외국인 카지노 복합리조트 '파라다이스 시티'
미술갤러리·영화 스튜디오체험관 등 볼거리 다양 필수코스
■ 과거로 떠나는 시간 여행
나는 3일간 인천에 머물 예정이다. 지난번과 달리 항공편을 통해 중국으로 돌아가려고 한다. 골든하버에 있는 호텔에서 하루를 묵은 뒤 둘째 날엔 가영과 함께 강화도를 찾았다.
강화도를 가기로 한 것은 가영의 추천 때문이었다. 강화도는 예전부터 '지붕 없는 박물관'이라고 불릴 정도로 역사·문화 유산이 섬 곳곳에 있다는 설명을 들었다. 특히 강화도의 관방유적은 최근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될 정도로 세계적으로 그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고 했다.
강화도에 도착해 강화 관방유적 중 한 곳이라는 '용두돈대'를 먼저 찾았다. 용의 머리 모양을 닮았다고 해서 이름이 붙여졌다고 가영은 설명했다.
그는 "강화도는 과거 섬 자체가 하나의 '요새'로서의 역할을 했다. 작은 성 형태를 띤 돈대라는 해안관방시설 또한 강화도에서만 볼 수 있는 독특한 유적"이라고 했다.
그는 이어 "게다가 현재까지도 돈대는 강화도를 포함해 대한민국의 최전방을 지키는 국방시설로 활용되고 있다. 강화도와 같은 해안방어체계는 우리나라는 물론 세계에서도 유례가 드물다"고 자랑스럽게 이야기했다.
강화도의 해안선을 따라 설치된 관방유적은 확실히 다른 나라에서 볼 수 없었던 형태라고 생각했다. 중국에도 돈대가 있지만, 구릉 위에서 적을 감시하기 위한 용도였던 것에 반해 강화도의 돈대는 해안가에 쌓여 있었다. 가영은 "해안가로 상륙하는 적을 막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가영은 "강화도는 관방유적 외에도 고인돌, 고려 왕릉 등 여러 문화재가 곳곳에 분포해 있다"며 "또한 지정학적으로 중요한 위치였기 때문에 고려 시대에는 39년간 임시수도로서 역할을 했지만, 반면에 같은 이유로 전쟁이 끊이지 않았던 섬이기도 하다"고 했다.
우리 일행은 강화도에서 1시간 정도를 이동해 인천시 중구 개항장으로 향했다.
개항장은 골든하버, 강화도와는 또 다른 매력이 있었다.
가영은 100년 이상 된 근대건축물 수십 동이 이곳에 밀집해 있다고 설명했다. 줄지어 늘어선 오래되고 낮은 건물은 시간이 켜켜이 쌓여있는 느낌이었다.
일부 근대건축물이 박물관과 식당, 카페, 전시관, 공방 등 여러 용도로 활용되고 있는 점이 눈길을 끌었다.
가영은 전날 내가 골든하버에서 산 사진엽서가 이 일대를 촬영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사진엽서 안에 있는 한 건물을 가리키며 그게 지금 내 앞에 있는 건물이라고 했다. 바로 일본 제1은행 인천지점이다.
■ 공항과 연계된 카지노 복합리조트
우리가 셋째 날 '영종 파라다이스 시티'로 향했다. 외국인을 위한 카지노가 있는 곳이었다. 크루즈 내의 카지노와는 비교할 수 없이 큰 규모를 자랑했다.
누군가는 내게 마카오 못지 않은 시설을 갖췄다고 한 적이 있었다.
1시간 정도 카지노를 둘러보고 슬롯머신 게임을 하기는 했지만, 오래 머물지는 않았다.
외국인 전용 카지노이기 때문에 가영은 인근 쇼핑몰을 둘러본다고 했다. 카지노에서 나와 가영과 함께 주변을 돌아다녀 보니, 미술 갤러리와 영화 스튜디오 체험관 등이 인상적이었다.
특히 영화 스튜디오 체험관에서는 내가 재미있게 봤던 영화의 세트장을 재현한 곳이 있어, 영화의 장면이 새록새록 다시 생각났다.
나뿐만 아니라 많은 외국인 관람객이 사진을 찍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나도 이번 여행 중에 영화스튜디오에서 가장 많은 사진을 찍었다.
가영은 "인천공항 환승객이 가장 많이 오는 장소 중에 하나가 영종파라다이스 시티"라며 "카지노를 즐기는 사람도 많지만, 주변에 볼거리가 많아서 관광객에게 인기가 많다"고 설명했다.
인천공항의 환승객은 매년 늘어 2015년 700만명에서 지금은 1천만 명을 넘어서고 있다고 하니, 카지노를 포함한 영종지역 관광지를 찾는 사람도 갈수록 많아질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파라다이스시티'에서 곳곳을 둘러보니 출국시간이 가까워졌다. 여기는 인천공항과 직선거리로 1㎞ 정도여서 걸어갈 수 있었지만, 공항과 연결된 자기부상열차를 타기로 했다. 처음 타본 자기부상열차가 그저 신기했다.
2017년부터 운영됐다는 인천공항 제2여객터미널은 사람들로 북적였다. 인천공항 이용객은 이미 수용 능력인 7천200만명을 넘어 포화상태이며, 제3 여객터미널 건립이 추진되고 있다고 하니 놀라울 따름이다.
마지막으로 공항에서 가영과 인사를 나눴다.
나는 그에게 중국 친구들과 함께 다시 인천을 찾겠다고 약속했다.
"오랜만에 한국에 왔는데 덕분에 정말 즐겁게 지냈어. 주변 사람들이 꼭 한 번 인천에 가보라고 권유하던데, 그 이유를 이제야 알겠어. 친구, 고마웠어!"
/차흥빈·정운기자 jw33@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