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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림하이 고양시민합창단의 창단 일화를 설명하는 송재용 지휘자. 합창단은 꽃보다 아름다운 사람들의 도시를 진실한 화음으로 물들이고 있다. 고양/김우성기자 wskim@kyeongin.com

대안학교서 교편… 소외계층에 '관심'
요양원·군부대·학교 등서 나눔 릴레이
단원 65명 십시일반 정성 시설 후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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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시립합창단 상임단원인 송재용(43) 씨는 이탈리아와 영국에서 성악을 공부하다가 IMF가 터지면서 귀국, 서울 성지고등학교 음악교사가 됐다.


대안학교인 이곳에서 송씨는 학생들과 울고 웃으며 청춘을 보냈다. 울랄라세션 멤버인 고(故) 임윤택 씨가 그의 제자다. 송씨는 "상처받고 온 아이들의 재능에 관심이 많았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송씨는 성지고에 재직하는 동안 고양지역 교사오페라단과 함께 자선공연을 다닌 인연으로 2003년 고양시립합창단에 수석테너로 입단했다.

소외계층과 더불어 사는 삶에 익숙했던 그는 자신의 소임에 늘 고민했다. 그러던 어느 날 전환점이 찾아왔다. 장애인과 다문화가정, 북한이탈주민 등으로 구성된 드림하이고양시민합창단(단장·오경환, 이하 드림하이합창단)이 창단된 것이다.

"KBS '드림하이' 제작을 고양시에서 지원했어요. 드라마가 끝나고 아이유, 수지 등 출연진이 콘서트 형식으로 종방연을 열었죠. 그 자리에서 '고양시도 시민들이 참여할 수 있는 음악프로젝트를 꾸며보자'는 의견이 나왔던 게 합창단으로 결실을 맺었어요."

송씨는 드림하이합창단의 지휘를 맡았다. 고양시립합창단 활동중에 개인적인 시간과 노력, 재능을 쏟았다. 초기 40여 명이던 단원은 65명으로 늘었다.

드림하이합창단은 원래 단발성 프로젝트였다. 음표도 볼 줄 모르는 이들이 모여 박칼린 음악감독의 지도로 KBS '남자의 자격'에 출연했고, 시청자들에게 감동을 안겼다. 방송 출연 후에도 단원들은 계속 합창을 하고 싶다는 의지를 보였고, 어느덧 오는 25일이면 창단 5주년 특별정기연주회를 개최한다.

송씨는 단원들을 데리고 1주일에 한 번씩 연습에 매진한다. 때로는 자정을 훌쩍 넘기기도 한다. 여전히 음표는 볼 줄 모르는 중구난방이지만, 10대 청소년부터 70대 노인까지 생동하는 열기가 연습장을 달군다.

드림하이합창단은 요양원과 군부대, 학교 등지를 찾아다니며 공연한다. 이 과정에서 단원들은 '더 어려운 이웃'을 돕겠다며 십시일반 정성을 모아 시설에 후원한다.

"부모 없이 쉼터에서 살던 흑인혼혈 청소년이 초등학교 6학년 때 입단했는데 곧 대학에 진학해요. 음악 덕분에 비뚤어지지 않고 잘 성장한 것 같아 보람을 느낍니다. 학비도 단원들이 마련해줬거든요."

지난해 필리핀 보홀 국제합창대회에 초청돼 혼성합창 부문 은상을 거머쥐기도 한 드림하이합창단은 '꽃보다 아름다운 사람들의 도시'라는 슬로건에 딱 어울리는 고양시의 마스코트가 됐다.

최근 단원들과 평창동계올림픽 응원가 녹음에 참여했다는 송씨는 "앞으로 더 바빠질 것 같다"며 환하게 웃었다.

고양/김재영·김우성기자 wskim@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