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공화당 대선후보 도널드 트럼프로부터 성추행 피해를 봤다고 증언하는 여성이 하루가 멀다고 새로 등장하고 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15일(현지시간) 19년 전 트럼프에게 성추행을 당했다는 캐시 헬러(63)와 한 인터뷰를 보도했다.
헬러는 1997년께 플로리다 주 팜비치에 있는 트럼프 소유 저택 클럽 '마라라고'에서 열린 어머니의 날 브런치 행사에 갔을 때 트럼프가 강제로 키스하려 했다고 주장했다. 헬러는 행사에 남편, 자녀 등 가족과 함께 참석했다.
당시 트럼프가 돌연 자신을 붙잡고서 키스하려 해 피하려고 몸을 뒤로 젖히다가 휘청거렸는데, 트럼프는 자신의 고개를 강제로 돌려 키스했다고 헬러는 전했다.
트럼프 측은 헬러의 주장이 거짓이라고 반박했다. 트럼프 캠프의 제이슨 밀러 대변인은 성명에서 "어머니의 날에 공공장소에서 열린 행사에서 결코 이런 일이 일어났을 리 없다"며 헬러를 두고 "정략적인 민주당 활동가"라고 비난했다.
미국 언론은 대체로 대선 레이스 기간에 트럼프에 의한 성추행 피해 사실을 공개한 여성을 가장 최근에 증언한 헬러를 포함해 9명으로 집계하고 있다.
상당수 피해 여성이 트럼프의 외설적인 대화가 담긴 '음담패설 비디오'가 공개된 이후 자신의 경험을 세상에 알리기로 결심했다고 AP통신은 전했다.
트럼프는 이 음담패설을 '탈의실에서 주고받을 개인적 농담'이라고 일축했으며 이후 성추행 증언이 나올 때마다 여성의 주장이 거짓이고 오히려 자신이 음모의 희생자라고 항변하는 반론을 되풀이했다.
그러나 뉴욕타임스(NYT)가 지난 12일 트럼프에게 성추행 피해를 봤다는 여성 2명에 대해 보도하고 나서 비슷한 증언이 이어졌으며 트럼프가 진행한 TV 리얼리티쇼 '어프렌티스'의 출연진과 제작진 20여 명도 그가 성차별적 언어를 반복해 사용했다고 폭로했다.
과거 성추행과 성희롱 등의 혐의로 트럼프를 고소한 여성들도 다시 언론에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다.
1997년 트럼프를 성폭행 미수 혐의로 고소한 메이크업 아티스트 질 하스는 지난 5월 NYT 보도로 다시 수면 위로 등장했다.
그는 1992∼1993년 미인대회 후원을 설득하려 트럼프를 수차례 만났을 때 성희롱을 반복해 당했으며, 트럼프의 저택에서 사업계약이 이뤄진 뒤에는 딸 이방카가 쓰던 방에서 자신을 성폭행하려 했다고 주장했다.
하스는 남자친구가 트럼프를 상대로 제기한 500만 달러(약 57억원) 규모 사업계약 위반 고소 건이 합의되자 몇 주 후 소송을 취하했다.
이런 보도에 트럼프 측이 하스가 거짓말을 한다는 반응을 보이자, 하스는 명예훼손이라며 변호인을 고용하기도 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