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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사진) 하남시다문화가정지원센터를 통해 친정엄마 결연을 맺은 오호산뉴씨가 친정엄마 김종복씨와 손을 잡고 있다. 결연 3년차인 이들모녀는 매월 한 차례씩 함께 모여 다양한 봉사활동을 펼치며 가정애를 쌓고 있다. (가운데사진)하남시다문화가족지원센터는 해마다 친정엄마 결연을 맺은 (사)아이코리아와 함께 배추와 무를 직접 심고 김장철에 직접 김치를 담가 지역 소외계층에 나눠주는 봉사활동을 펼치고 있다. 사진은 김장채소를 심는 모습. (오른쪽사진) 하남시다문화가족지원센터의 다문화 가정 악기교실에서 참가자들이 연습하는 모습./아이클릭아트

2010년부터 결혼 이주 여성들과
한국인 친정엄마 연결 '알콩달콩'
답답함 들어주고 육아등 챙겨줘
다문화 가족 갈등해소·정착 도와

한달에 한번 모여 지역봉사활동도
송편·간장 만들기 무심어 김장…
다양한 문화체험 이웃에 음식나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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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이 태어나서 가장 먼저 배우는 말은'엄마'다. 하남으로 시집온 결혼 이주 여성들의 상당수도 가장 먼저 배우는 말 가운데 하나가 '엄마'다.

하남시 다문화가족센터(센터장·백정숙, 이하 센터)는 2010년부터 친정엄마 결연 맺기 사업을 추진해오고 있으며, 벌써 60여 가구의 '친정엄마'와 '딸'이라는 새로운 가정(?)이 꾸려져 생활하고 있다.

결연을 맺은 엄마와 딸은 이주 여성 가정 형편 등의 이유로 직접 만나는 것을 지양하지만 그래도 휴대전화를 통해 안부를 물으며 나름 알콩달콩하게 지낸다. 또한 매월 1차례 정기적인 모임을 갖고 다양한 봉사활동을 함께 하면서 자신들만의 가정애(愛)도 키우고 있다.

특히 이주여성들의 큰 고민중 하나인 육아도 친정엄마와 함께 쉽게 헤쳐나가고 있다.

이주 6년차 중국 출신의 오호산뉴(41)씨는 2013년 남편이 급작스런 병을 얻어 1년 동안 병수발을 도맡아야 했다.

그녀는 힘든 생활 속 답답함과 어려움을 호소할 길이 막막했지만 같은 해 결연을 맺은 친정엄마로 인해 힘든 생활을 버텨낼 수 있었다고 회상한다.

그녀는 "남편이 1년 동안 아팠을 때 친정엄마가 아니었으면 더 힘들었을 것"이라며 "어려울 때 곁에 있어준 엄마 덕분에 지금까지 잘 버텨올 수 있었고 늘 관심을 가져줘서 감사한 마음을 표현할 방법이 없다"고 말한다.

아직도 한국말이 서툰 그녀는 친정엄마에게 '잘 지내세요?' 등의 단문으로 휴대전화 메시지를 전하는 게 전부지만 그 마음만은 진심이 담겨 있다.

그녀의 친정엄마인 김종복(49)씨도 "자주 만날 수는 없지만 그래도 매달 한 번씩 만나 같이 봉사도 하고 밥도 같이 먹으면서 서로의 안부를 묻는 것 자체가 행복한 일"이라며 언제든 힘든 일이 있을 때 연락하라고 그녀를 다독인다.

이주 1년차 베트남 출신의 진티응얻(21)씨도 한국에 오자마자 친정엄마 결연맺기를 통해 한국문화 적응을 시작했다.

아직 한국어교육 초급반이라 제대로 된 의사소통은 하지 못하지만, 엄마 이야기가 나오면 "그냥 좋다. 다 좋다"며 함박 웃음을 짓는다.

하남시다문화가족지원센터는 친정엄마 자매결연 사업을 연장, '엄마딸 봉사단'도 운영 중이다. 이주여성들이 친정엄마와 함께 다양한 지역사회 봉사활동을 전개하면서 사회연대의식 및 자긍심, 자립심 등을 고취 시키기 위해 마련됐다.

봉사단은 1월 신년맞이 떡케이크 만들기, 2월 척사대회, 3월 간장·된장·고추장 담그기, 7월 감자캐기, 8월 배추·무심기, 9월 추석맞이 송편 만들기(한국전통음식 교육 병행) 봉사활동을 실시하고 있다.

하반기에는 상반기 중 한국문화를 배우며 직접 체험한 간장·된장·고추장 등을 직접 뜬 뒤 지역 내 소외계층에 전달하고, 김장철에도 직접 심은 배추와 무를 뽑아 김장을 담가 지역사회 소외계층에 전달한다.

백정숙 센터장은 "대부분의 결혼 이주민은 어린 나이에 오기 때문에 육아, 음식 등 문화차이가 크다"며 "이주 여성들의 한국 정착을 돕는 봉사단체인 (사)아이코리아에서 적극적으로 돕고 싶다고 해서 추진된 친정엄마 결연 맺기로 가족간의 갈등 해소에 상당한 도움을 주고 있다"고 설명한다.

하남시다문화가정지원센터는 이주여성들의 한국 정착을 돕기 위해 한국어교육 및 악기교실, 음식교실, 홈패션(옷만들기) 등 다양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센터는 2008년 한국어 위탁교육 기관으로 선정된 뒤 제1회 한국어교육을 실시한 이후 지금까지 결혼이민자, 외국인, 중도입국자녀, 북한이탈주민을 대상으로 '집합 한국어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한국어 교육은 1~4단계로 나눠 읽기, 듣기, 말하기, 쓰기를 중심으로 일상 생활의 대화 활용도를 높이는 프로그램으로 구성돼 있으며, 입국 5년 이하 결혼이민자, 중도입국자녀(만 19세 미만), 임신 중~만 12세 이하 자녀를 둔 결혼이민자 등을 대상으로는 직접 가정으로 찾아가는 방문 교육도 시행 중이다.

센터는 다문화 가정 뿐만 아니라 하남시민들도 다문화 가정에 대한 이해 및 인식을 돕기 위해 베트남어, 중국어, 영어(2개반)반도 운영 중이다.

2012년부터는 시의 보조금 지원을 받아 이주여성들의 친정 모국 방문도 돕고 있다. 1년에 5가구를 대상으로 진행되는 친정 방문에는 친정엄마 등으로 구성된 (사)아이코리아 봉사원들과 함께 현지 보육 및 교육시설 등에 대한 물품 지원 사업도 추진하고 있다.

백 센터장은 "친정 방문 첫날에는 친정엄마 등 봉사단과 현지 가족들이 함께 호텔에서 하루 묵으면서 서로 교감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한다"며 "봉사단은 또 자체적으로 마련한 물품 등을 현지에 전달하는 봉사활동도 병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방문 첫 해 현지 봉사를 위해 마련한 전달 물품을 한 명이 한꺼번에 가져 들여가려다 세관에서 장사꾼으로 오해받아 물품 반입이 미뤄져 우여곡절 끝에 출국 직전 전달한 후부터는 현지 전달 물품을 입국자 개별이 나눠서 들여간다"고 뒤띔했다.

또 센터는 다문화 가정의 취업 지원을 위한 다문화강사 육성 프로그램 및 홈패션(옷만들기) 사업도 추진 중이다.

올해부터는 바쁜 생계활동으로 지친 심신을 달래기 위한 '다문화 악기교실'을 마련했다.

기타, 베이스, 드럼, 키보드 등을 배워 밴드 공연을 통한 문화 감수성 향상을 위해 마련된 악기교실에서는 한국 동요, 세계 동요를 시작으로 한국의 가곡, 70·80 가요, K-pop, 세계 pop 등을 단계적으로 배운 뒤 하반기 중 길거리 버스킹 공연은 물론 직장, 학교, 유치원 등으로 직접 찾아가는 공연도 펼칠 예정이다.

현재 하남에 거주하는 다문화 가정은 570세대로 통계에 포함되지 않은 가구까지 포함하면 약 600 세대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센터에서 다문화 가정의 사회 정착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지만 무엇보다 가장 선행돼야 하는 것은 이들을 바라보는 불평등한 사회적 편견 해소가 선행돼야 한다.

백정순 센터장은 "가족통합교육, 한국어교실, 방문교육, 사회통합교육, 상담, 통·번역사업, 언어발달지원 사업 등 센터에서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다문화 가족과 외국인의 사회 정착을 돕고 있지만 늘 뒤돌아서면 다문화가족에게 제대로 해주지 못한 것 같다"며 "앞으로도 결혼이민자에게 친정과 같은 역할을 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하남/최규원기자 mirzstar@kyeongin.com·사진/하남시다문화가족지원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