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유나이티드 강등 탈출
'감동 드라마' 그라운드 가득한 팬심 지난 5일 인천축구전용경기장에서 열린 프로축구 인천 유나이티드와 수원 FC의 '현대오일뱅크 K리그 클래식 2016' 최종전에서 1-0 승리로 인천이 1부리그 잔류가 확정되자 그라운드에 뛰어든 팬들이 선수들과 뒤엉켜 함께 기쁨을 만끽하고 있다. /임성훈 기자 hoon@kyeongin.com

수원FC와 '강등권 탈출' 빅매치
후반 김용환 결승골로 1-0 승리
선수·팬 부둥켜안고 '감격 눈물'


1등에게만 가치를 부여하는 세상이다. 2등조차 주목받기 버거운 사회다. 하물며 꼴찌는 오죽하랴.

지난 5일 바로 꼴찌들의 리그가 펼쳐졌다. 그러나 그 경기는 상식을 파괴했다. 우승을 다투는 결승전보다 더한 열기가 경기장을 지배했다. 경기 종료를 알리는 휘슬이 울리는 순간, 그 열기는 극에 달했다. 눈 깜짝할 사이, 그라운드는 감동의 도가니로 변했다.

구름처럼 몰려나온 팬들과 선수들은 서로 부둥켜안고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 환호는 그칠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한국 프로축구 사상 첫 사례로 기록될 진풍경에 경호원들도 팬들의 일탈(?)을 수용할 수밖에 없었다. 그라운드는 '살아남은 자의 기쁨'을 만끽하는 축제의 장이었다.

프로축구 K리그 클래식(1부) 인천 유나이티드가 자력으로 클래식 잔류에 성공했다.

인천은 지난 5일 인천축구전용경기장에서 열린 수원FC와 '현대오일뱅크 K리그 클래식 2016' 최종전에서 김용환의 극적인 결승골에 힘입어 1-0으로 승리했다. 이날 승리로 강등권(11~12위)에서 탈출한 인천은 10위(승점 45·11승12무15패)로 올 시즌을 마무리했다.

시즌 개막 11경기 연속 무승이라는 최악의 부진 속에 출발한 인천은 시즌 내내 최하위와 11위를 오가면서 부진했다. 시즌 중 감독 경질까지 이어지면서 축구계 대다수는 인천을 유력한 강등 후보로 점쳤다.

그러나 인천은 주저앉지 않았다. 이기형 감독대행 체제로 팀을 재편하면서 분위기 쇄신에 나섰다. 그러자 잔류의 가능성이 엿보이기 시작했다. 지난 2일 수원 삼성전에선 심판의 오심 속에 첫 골을 허용한 가운데, 2-3으로 패하기 전까지 8경기 연속 무패(5승3무)를 내달렸다. 누구도 예상못한 막판 상승세가 이어진 것이다.

인천은 5일 시즌 최종전에서 악조건도 극복해 냈다. 핵심 공격수 케빈과 진성욱이 경고 누적으로 경기에 나설 수 없는 상황에서, 신예 송시우의 부상에다 주전 골키퍼 조수혁까지 컨디션 난조로 엔트리에서 빠졌다. 여러모로 승리를 장담하기 어려운 여건이었다.

3골 차 이상 승리해야만 12위에서 탈출할 수 있었던 수원FC는 공격에 방점을 두고 인천을 몰아붙였다. 전방에서부터 강한 압박으로 상대 공세를 효과적으로 막아낸 인천은 후반 30분 카운터 펀치를 날렸다.

오른쪽 측면에서 완벽한 패스플레이로 기회를 만든 인천은 권완규가 문전으로 빠르고 정확한 크로스를 올렸고, 김용환이 결승골을 터뜨렸다. 순간 경기장은 용광로로 변했다.

승강제 도입 이후 최고의 명승부로 기록될 이날 경기는 그라운드에서 선수와 팬이 한데 어우러지는 장관을 연출하며 막을 내렸다.

김경수(35·인천 연수구 옥련동) 씨는 "너무나 조마조마한 심정으로 경기를 지켜봤는데 종료 휘슬이 울리고 잔류가 확정되는 순간 몸을 주체할 수가 없어 나도 모르게 그라운드로 뛰어 나갔다"며 "꼴찌들이 만들어낸 감동에 가슴이 먹먹하다. 오늘 경기는 영원히 잊지 못할 추억으로 남을 것"이라고 말했다.

구단의 한 관계자는 "팬들이 대거 그라운드에 진입한 초유의 사태에 대해 프로축구연맹 차원에서 어떤 조치가 내려질지도 모르겠다"며 "그러나 팬들의 열정을 확인하는 등 K리그의 새로운 가능성을 엿보았다는 점에서 잃은 것보다 얻은 게 훨씬 많은 경기였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임성훈·김영준기자 hoon@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