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리소설은 조사의 이야기일 수밖에 없다. 범죄의 이야기는 작품 뒤로 은폐돼 있으며, 미스터리로 남겨져 있기 때문이다. 조사의 이야기는 논리적 해결을 향해 가는 작품의 여정이면서 동시에 범죄의 이야기를 재구성해가는 과정이기도 하다.
작품이 미스터리를 풀어가는 탐정의 활약상에 초점화돼 있으면 탐정소설이고, 캐릭터보다 플롯에 중점을 두고 있으면 미스터리요, 범죄소설은 범죄라는 작품의 제재와 그에 대한 사회학적 성찰에 서사의 무게가 실려 있다.
추리소설의 플롯은 탐정의 소개(introduction), 범죄와 단서의 제시(crime & clue), 조사(investigation), 복잡화(complexity), 설명(explanation), 대단원(denouement) 등 대개 여섯 단계로 이뤄져 있다. 이를테면 독자들에게 탐정의 비범한 능력을 보여주고 범죄와 사건의 단서들에 대한 정보가 남김없이 제공된다.
그리고 탐정의 조사가 진행된다. 조사 과정 중에서 복잡한 트릭이나 난관에 부딪치게 되나 명쾌한 추리를 통해 트릭이 풀리고 이에 대한 탐정의 논리적 설명이 제시되는 방식이다.
추리소설의 매력은 수수께끼에 있다. 추리소설을 퍼즐러(puzzler)라 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수수께끼 곧 범죄는 밀실트릭이나 알리바이의 조작 등으로 정교하게 위장돼 있다. 이것들이 책을 읽는 동기요, 독자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흥미요소며, 작품의 성패를 좌우하는 요소다.
코난 도일의 '얼룩끈'(1892)은 밀실트릭의 전형이다. 어머니의 막대한 유산을 물려받은 쌍둥이 자매 헬렌 스토너와 줄리아 스토너를 살해하려는 사악한 범죄를 홈즈는 어떻게 막아낼 것인가. 외부와 철저하게 단절된 실내에서 일어나는 미스터리한 범죄의 비밀은 무엇인가. 해답은 단순하다.
자매의 죽음으로 가장 큰 이익을 보는 자를 찾으면 될 것이다. 또 독자와 탐정의 눈길을 속이는 범인의 마술, 곧 그릇된 방향(misdirection)을 지시하는 트릭에 속지 않으면 되는 것이다. 범인은 양부인 그림스비 로일롯. 딸들의 결혼으로 인한 금전적 손실을 막으려 맹수들을 이용해 꾸민 범죄였다.
밀실트릭은 추리소설만의 전가의 보도이다. 최초의 추리소설인 E. A. 포의 '모르그가의 살인사건'(1841)이나 아가사 크리스티의 '오리엔트 특급 살인'(1934)도 밀실트릭이다. 폭설로 갇힌 특급열차에서 벌어진 살인사건. 완벽한 알리바이를 가지고 있는 승객들. 잘난 척하길 좋아하는 왕재수 탐정 에르큘 포와로는 과연 이 난국을 또 어떻게 헤쳐 나갈 것인가.
/조성면 문학평론가·수원문화재단 시민문화팀장
※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