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익 선거방해 '우회적 비판'
당시 대중일보에서는 인천 을선거구 한국민주당 하상훈 후보와 관련한 소식이 유난히 많다. 한국민주당은 해방 후 보수세력이 결집해 만든 정당이다. 자산가들이 주축을 이뤘고, 이승만의 단독정부 수립 노선을 지지했다. 대중일보는 1948년 4월 21일 "인천에서 처음으로 선거운동원이 괴한에 피습당하는 사건이 발생했다"고 보도했다.
을선거구 하상훈 후보의 선거사무원 이태영(44) 씨가 귀가하던 중 송현동 함내과 뒷골목에서 괴한 4명에게 폭행당했다는 사건이다. 대중일보는 "이 씨가 간신히 생명을 보존한 불상사가 있었다"며 "이마 등에 큰 타박상과 가슴에 중상을 입고 치료 중인데, 범인은 남노(남조선노동당)계열 극악분자로 보인다"고 했다.
하상훈 후보 선거사무소 앞에선 40~50명의 '폭도'들이 투표반대 전단(삐라)을 뿌리면서 '입후보자를 박살하라'고 외친 일도 있었다.
대중일보는 같은 해 5월 4일 이 사건을 보도하면서, "조국의 운명을 좌우할 총선거가 박두함에 따라 적색 분자들의 반대 행동도 나날이 무성해지고 있다"며 "경찰청에선 폭동혐의자 4~5명을 검거해 취조 중이라 한다"고 했다.
같은 선거구 무소속 조봉암 후보 선전대가 4월 30일 부평에서 정체불명의 단체원에게 테러를 당하는 일(경향신문 48년 5월 5일자 보도)도 있었다. 그런데 대중일보에서는 이 소식을 찾을 수 없다. 조봉암은 훗날 이승만 정권에 의해 간첩누명을 쓰고 처형을 당한 진보 정치인이다. 보수진영의 하상훈 후보 관련 소식은 자세히 보도하면서도 진보진영의 조봉암 후보 관련 소식은 다루지 않은 셈이다.
대중일보는 사법당국의 선거사범 엄정대응 입장을 상세히 보도한다. 대중일보는 "조국의 운명을 좌우할 총선거를 앞두고 반동분자의 선거방해가 심해 경찰에서 철저한 단속을 명령하는 경고문을 발표했다"며 "경찰은 경거망동·불순행동의 폭거에 대해서 동족 동포의 자주독립을 위해 엄중 처단할 것"이라고 했다.
좌익 진영의 선거방해 활동을 우회적으로 비판한 것이다.
앞서 대중일보 편집국의 주축을 이루던 엄흥섭 편집국장 등 좌익진영 기자들은 창간 100일 만에 대거 이탈했다. 대중일보는 이들이 이탈한 후 우익적 성향이 강해졌다는 분석이 있다.
혼란 속에 치러진 우리나라 첫 선거는 우여곡절 끝에 마무리됐고, 당선된 200명의 제헌 국회의원들은 헌법과 정부조직법, 지방행정조직법 등 국가의 근간을 이루는 주요 법을 제정했다.
/이현준기자 uplhj@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