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청년활동가 개발사업 저지 온몸던져
날씨 아랑곳않고 56일간 자연중요성 알려
시-롯데소송 "사회관심커 추진 어려울듯"
지난 2006년 롯데는 계양산 일대에 총 사업비 1천여억 원을 들여 12홀 규모의 골프장을 조성하고 어린이놀이터와 X-게임장, 문화마당 등을 설치하는 개발사업안을 발표했다.
당시 지방선거가 끝난 어수선한 틈을 노려 롯데와 관할 지자체인 계양구는 일사천리로 행정절차를 밟아 나갔다. 이에 계양산을 지키기 위해 29살의 젊고 열정 넘치던 청년 여성활동가가 계양산 나무에 올랐다.
당시 나무 위에서 고공농성을 벌였던 신정은(사진) 인천녹색연합 녹색참여국장은 "인천의 진산인 계양산에 골프장이 건설되는데 시민들이 전혀 모른채 일이 진행되는 것 자체가 무서운 일이라고 생각했다"며 "더 많은 사람에게 이 아름다운 산이 망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리기 위해 나무에 올랐다"고 말했다.
신 국장이 나무에 올라간 날은 2006년 10월 26일이다. 가을에서 겨울로 넘어가던 계절로 비바람이 불기도 했고, 큰 눈도 내렸다.
신 국장은 "어릴 때부터 산에 올라왔기 때문에 날씨나 주변 환경때문에 힘들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며 "가장 무서웠던 순간은 관리자가 철거를 위협하며 나무 위로 올라왔을 때, 시위가 중단될 것 같아 불안했다"고 회상했다.
그는 인천시 도시계획위원회에서 골프장건설을 위한 도시계획변경 절차를 허가하지 않으면 나무에서 내려올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한다.
신 국장은 "녹색연합에서 본격적으로 활동을 시작한 지 1년도 채 지나지 않았기 때문에 도시계획위원회가 연기될 수 있다는 것 자체를 몰랐다"며 "보름 정도만 나무에 있으면 될 줄 알았는데 도시계획위원회가 2차례 연기되면서 결국 56일 동안 나무에서 생활했다"고 했다.
이어 그는 "그렇게 오래 있어야 하는 줄 알았다면 올라가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하며 웃었다.
신 국장이 나무에 오른 지 10년이란 시간이 지났지만, 아직 계양산골프장 문제는 마무리되지 않았다. 2009년 체육시설로 계양산에 골프장을 건설하는 도시계획이 통과됐지만, 3년 뒤 환경파괴를 우려해 건설계획이 철회됐고 롯데는 인천시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 1·2심에서는 롯데가 패소했고, 지난해 8월 대법원에 상고한 상태다.
신 국장은 "이미 법원에서 2차례 기각이 됐기 때문에 판결이 뒤집힐 것으로 생각하지는 않지만, 설사 롯데 측 의견이 받아들여진다 하더라도 시민들이 계양산을 걱정하는 마음이 커졌기 때문에 예전처럼 골프장건설이 추진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지난 10년 동안 계양산살리기 운동을 벌이면서 시민들이 계양산에 관해 관심을 갖도록 한 것이 가장 큰 성과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이처럼 앞으로 300만 시민 도시에 걸맞은 행정과 환경이 갖춰질 수 있도록 더욱 노력하는 활동가가 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김주엽기자 kjy86@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