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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서 증강현실 게임 포켓몬고의 열풍이 근래 잦아들었다고는 하지만 울산 울주군 간절곶에는 여전히 포켓몬을 잡기 위해 찾는 이가 많다.그래픽/박성현기자 pssh0911@kyeongin.com

애들이나 하는 게임이 중년의 나이에도 재미가 있을까, 라는 의구심을 갖고 해 본 것인데, 웬걸! 직접 해 보니 애들의 심정이 이해가 된다. 간절곶에도 라프라스가 나타난다는 소식이 들리면 만사 제쳐놓고 달려갈 용의가 있다.

美·호주등 외국계정으로 게임앱 다운
캐릭터 고르고 꾸몄지만 '구동' 안돼
그렇다면 'AR게임 성지' 간절곶 GO
진동하는 휴대전화 화면엔 노란 녀석
대여섯번 시도끝 포켓볼 명중 "잡았다"

혓바닥 내밀며 놀리는 '싸이덕'에 흥분
등대 등 '포켓스탑'서 아이템 보충 무장
소망우체통, 전투해 쟁취하는 '짐' 주목
시간가는줄 모르고 잡은 포켓몬 30종
"또 와서 싹쓸이를" 애들처럼 욕심 생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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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일이면 새해 해맞이 때 만큼이나 사람이 많이 몰려듭니다. 덕분에 근래 숱하게 들어선 카페들이 소위 '대박'이 났고요. 다 포켓몬고라는 게임 때문입니다."

간절곶에 인접한 울산 울주군 서생면 나사리포구에서 낚싯배를 운영하는 이희성 씨의 말이다. 설마 그럴까 싶지만 현지에 사는 사람의 말이니 영 허튼소리는 아니겠다. 용심이 생겼다. 도대체 포켓몬고가 무엇인데 사람의 마음을 그리 흔드는 걸까, 욕을 하더라도 알고서 하자, 그런 생각이 든 것이다.

■포켓몬고, 이제는 시들?

국내 출시가 요원해서 그런지 포켓몬고 열풍이 한풀 꺾였다는 소리가 많다. 정말 그럴까?

지금(11일까지) 서울 상암문화광장 일대에서 펼쳐지고 있는 2016 DMC 페스티벌에선 텔레몬고라는 게임이 한창 인기라고 한다. 텔레몬고는 국산 애니메이션 '텔레몬스터'의 캐릭터를 활용해 포켓몬고처럼 즐길 수 있도록 패러디한 게임.

한 게임업체는 자사가 개발 중인 증강현실(AR) 모바일게임 캐치몬의 비공개 테스트에 참여할 참가자를 모집하는 한편 6~9일 서울에서 진행되는 '코리아 VR 페스티벌 2016'에서 일부 게임을 체험토록 할 예정이다.

서울 송파구와 경기도 용인시 등 일부 지방자치단체들은 관광자원에 포켓몬고와 같은 증강현실 콘텐츠를 접목한 관광사업을 육성해 나갈 방침을 밝혔다.

우리나라에서도 증강현실 게임이 곳곳에서 등장하고 있는 것이다. 포켓몬고를 직접 해봐야 하는 이유가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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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켓몬고의 여러 몬스터 캐릭터들.

■앱 내려받기는 외국 계정으로

먼저 포켓몬고 앱을 내려받아야 한다. 그런데 한국 앱스토어 등에선 검색조차 안 된다. 미국, 호주, 뉴질랜드, 일본의 계정으로 앱스토어에 들어가야 된단다. 미국 계정으로 앱스토어에 들어가 검색하니, 포켓몬고 앱이 비로소 뜬다. 바로 내려받아 앱을 실행해 본다. 다시 로그인하라고 한다.

미국 거니까, 구글 계정으로 들어간다. 짜잔! 연둣빛 화면이 뜬다. 트레이너(포켓몬고 이용자를 이렇게 부른다)의 아바타 격인 캐릭터를 고른다. 성별, 인종별로 설정해 주고, 안경이나 옷, 가방 등 자질구레한 액세서리로 꾸며준다. 제법 멋진 녀석이 됐다. 닉네임까지 만들어 준다.

하지만 게임 속 화면은 여전히 막막하다. 폰을 이리저리 돌려보지만 트레이너의 캐릭터 혼자 망망대해를 헤맬 뿐이다. 게임 구동이 안 되는 것이다. 되는 곳으로 찾아가야 한다. 부산에서 가까운 곳! 바로 간절곶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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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켓몬고의 여러 몬스터 캐릭터들.

■처음으로 포켓몬을 포획하다

간절곶에 주차하고 화면을 켜니, 장중한 음악이 흐르면서 앱이 작동된다. 일단 목표지는 간절곶 제일의 명소 소망우체통. 포장된 도로를 따라 걷는데 갑자기 폰에 진동이 인다. 화면이 카메라 영상으로 바뀌고 그 안에 툭 하고 한 녀석이 나타난다. 노란 게? 처음 만나는 포켓몬이다! 들은 적이 있다.

포켓몬고는 현재 있는 지역 특성에 따라 출현하는 포켓몬 캐릭터들의 특성이 달라진다고. 간절곶이 바다에 가깝다 보니 바다와 관련된 캐릭터들이 자주 나온다는 이야기다.

두 집게발을 들고 위협하듯 눈을 부라린다. 제 딴에는 이를 드러내고 무섭게 보이려는 모양인데, 무섭다기보단 우습다. 이름은 크래비(Krabby). CP(Combat Power·전투력)가 겨우 10이다. CP가 높을 수록 센 놈들이다.

녀석은 덤벼보라는 듯 요리조리 움직인다. 살그머니 화면 아래 포켓볼에 엄지를 댄다. 에잇! 포켓볼을 녀석을 향해 던진다. 포켓볼을 던진다는 건 포켓볼에 손가락을 댄 채 포켓몬을 향해 밀어 올린다는 의미다.

포켓볼이 날아가 포켓몬을 맞히면 녀석은 짜잔! 하며 포켓볼 안에 갇히게 된다. 게임자가 포켓몬을 잡으려 할 때 해당 포켓몬 주위로 동그란 빛이 생성되는데, 그 빛의 크기가 가장 클 때 포켓볼을 던지면 잡을 확률이 커진다고 한다.

한데, 명중이 안 된다. 대여섯 번을 시도해 겨우 녀석을 맞춘다. 포켓볼 안에 갇힌 녀석은 몇 번 요동을 치더니 이내 잠잠해진다. 처음 갖게 된 포켓몬! 잘 키워 보리라.

■전투는 도전조차 못 하고…

간절곶 등대 쪽으로 향하는데 중간 중간에 나타나는 포켓몬들이 의외로 많다. 게임 화면엔 핑크빛 꽃들이 날리는 곳이 있다. 포켓몬들이 많이 나타나라고 루어모듈을 뿌려 놓은 거란다. 일종의 밑밥이다.

하얀색의 물개 쥬쥬(seel), 꼬리 여섯 달린 황갈색 여우 불픽스(Vulpix), 날아다니는 금붕어 골딘(Goldeen), 보랏빛 방울뱀 에칸스(Ekans), 노란 오리 싸이덕(Psyduck)…. 등대로 향하는 길에 잡은 고만고만한 포켓몬들. 싸이덕이란 녀석이 제일 얄밉다. CP 42의 녀석인데, 잡기가 만만치 않다.

포획에 몇 번 실패하면 혓바닥을 내미는 등 사람을 아주 깔보는 듯한 제스처를 취한다. 이러니, 아이들이 혹할 수 밖에 없지 싶다.

등대에 도착하니 화면에 실제 등대모양의 사진이 동그란 원 안에 뜬다. 포켓스탑이라는 곳이다. 원 안의 사진을 손가락으로 터치해 돌리면 사진이 빙그르르 돌면서 여러 아이템을 쏟아 낸다. 포켓볼은 쓸 수 있는 개수가 정해져 있는데 무작정 남발하다 보면 다 떨어질 수 있다.

이럴 때 포켓스탑에서 보충하면 된다. 돌고래 조형물, 드라마하우스 등 여러 곳에 포켓스탑이 숨어 있으니 잘 이용할 일이다.

가장 흥미진진한 곳은 짐(GYM·체육관)이다. 포켓몬고에는 각 지역의 랜드마크를 짐으로 설정해 둔다. 가지고 있는 포켓몬끼리 전투를 벌여 쟁취하는 곳이다.

간절곶에는 거대한 소망우체통이 그런 곳이다. 가까이 가면 화면상에 짐임을 알리는 표식이 등장한다. 그런데 이미 레벨 높은 이가 점령해 있다. 한 번 싸워 보려고 하니 레벨 5 이상 돼야 도전 자격이 주어진다고 뜬다. 지금껏 잡은 포켓몬으로는 겨우 레벨 4다. 눈물(?)을 머금고 돌아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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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들 게임? 어른도 재미나더라

해가 슬슬 기울어가고 있다. 정말로 시간 가는 줄 몰랐다. 이날 포획한 포켓몬은 30종. 추후 업데이트되면 또 달라지겠지만 현재 포켓몬고에 등장하는 포켓몬의 수는 150여 종이라고 한다. '공략법도 어느 정도 터득했으니 다시 와서 싹쓸이해야지'라는 욕심이 인다.

지난 9월 18일 일본 도쿄의 유명 관광명소인 오다이바에서 포켓몬고 대소동이 벌어졌다고 한다. 잘 나타나지 않아 잡기 어려운 희귀 포켓몬인 라프라스가 나타났다며 이를 포획하기 위해 수백 명이 한꺼번에 몰려 도로가 한 시간 넘게 마비되고 경찰까지 출동했다는 것.

애들이나 하는 게임이 중년의 나이에도 재미가 있을까 라는 의구심을 갖고 해 본 것인데, 웬걸! 직접 해 보니 애들의 심정이 이해가 된다. 간절곶에도 라프라스가 나타난다는 소식이 들리면 만사 제쳐놓고 달려갈 용의가 있다.

글·사진/부산일보 임광명기자 kmyi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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