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개 노래로 구성된 민속 성악곡
이창배 사사·묵계월 선생 뒤이어
1999년 도무형문화재 지정·활동
대중화 위해 경기창극단 설립 꿈
예로부터 경기지방에서 부르던 노래들을 일컬어 경기소리라 한다. 이 경기소리 중에서 민중들이 애창하던 노래를 경기민요, 전문소리꾼이 불렀던 것을 경기잡가라 부른다. 우리에게는 익숙하지 않은 잡가(雜歌)란, 가곡·가사와 같은 긴 사설에 노랫가락을 실어 부르는 민속적인 성악곡을 말한다.
이런 잡가는 일제의 강제 병탄으로 유입된 신파음악과 트로트가 들어오기 이전, 서민들의 애환을 달래고 그들의 감정을 표현한 대중음악이었던 바, 가사의 내용도 다양하고 표현도 직설적이며 발성도 굵고 힘찬 편이다.
잡가는 지역을 기준으로 서도잡가, 남도잡가, 경기잡가로 나뉘고, 성격에 따라 12개의 노래로 이루어진 긴잡가와 휘몰이잡가로 구분된다. 이중 긴잡가는 경기 12잡가로도 불리며, 앉아서 노래를 부르기 때문에 경기좌창(京畿坐唱)이라 일컫기도 한다.
음악적으로 볼 때, 경기잡가는 맑고 청아하며 아주 담백한 느낌을 줄 뿐만 아니라, 6박 장단의 반복으로 경쾌하고 힘찬 기운이 있다. 그리고 목을 잔잔히 떨면서 부르는 것이 특징이고, 누르는 목·끊는 목·조이는 목을 적재적소에 구사할 수 있어야 하기에 뛰어난 기량을 갖추어야만 노래의 참맛을 제대로 전달할 수 있다고 한다.
이런 경기 12잡가의 전통과 예술혼을 잇고 있는 명창이 오늘 소개할 경기도 무형문화재 제31호로 지정된 긴잡가 보유자 임정란(본명 임정자, 1943년생)이다. 과천의 '광대집안'에서 태어나, 1964년 우리나라 잡가의 정통맥을 이은 이창배 명창에게서 사사받으면서 국악의 길로 들어섰다.
1975년부터 경기민요(중요무형문화재 제57호)의 보유자인 묵계월 선생의 지도를 받아 그의 첫 전수장학생이 되었으며 이수자, 전수조교를 거쳐 1990년에 보유자 후보가 되었다. 그리고 1998년 경기도립국악단 악장이 되어 고향인 경기도와 다시 인연을 맺게 되었다.
1999년 경기도 무형문화재로 지정되면서 본격적으로 경기소리를 경기도 땅에 전승·보급하는 일에 나서게 되었다. 어쨌든 경기소리의 적통을 제대로 계승한 경기도 사람이 경기도민을 위하여 귀환하여 경기도를 무대로 활동하고 있다.
그는 2001년 '(사)한국경기소리 보존회'를 결성하고 다양한 공연활동을 통하여 경기소리의 보존과 계승, 대중적 보급, 현대적 활용과 활성화를 위하여 애쓰고 있다.
구체적으로 매년 다양한 레퍼토리의 정기공연과 국립국악원에서의 기획공연, 소외층을 위한 찾아가는 공연 등을 왕성하게 펼쳐 왔으며, 과천 소재 경기소리전수관을 거점으로 후학 양성과 경기소리의 대중화에 앞장서고 있다.
뿐만 아니라 2012년부터 경기무형문화재총연합회의 이사장을 맡아 경기도 무형문화재의 발전을 이끌고 있으며, 이 총연합회를 통하여 매년 '경기무형문화재대축제'를 개최하여 경기도 무형문화재의 선양에 앞장서고 있다.
명창은 경기소리의 명맥이 제대로 계승되고, 경기 12잡가를 중심으로 하는 경기소리가 대중들의 관심과 사랑을 받길 바라고 있다. 또한 경기소리를 바탕으로 하는 창작작품이 무대에 자주 올려지길 꿈꾸고 있다. 또 국립창극단과 같은 성격의 '경기창극단'의 설립을 염원한다.
경기소리에 대사·연기·무대 등이 가미되어 대중에게 더욱 가깝게 다가가길 바라며, 이를 뒷받침할 전문단체를 갈망하고 있는 것이다.
경기소리는 경기도의 전통문화 중에서 경기도의 정체성 즉 경기성이 강한 장르이다. 경기소리의 노랫가락과 박자에는 경기인의 정서와 성정이 녹아 있어, 투박하고 거칠지 않은 반면에 세련·섬세·경쾌하다.
또 왕실문화와 민중예술의 중간적 성격을 지니고 있어 격조가 있으면서도 난해하지 않다. 아울러 대중가요의 원조격이므로 일반인에게 친근하게 다가설 수 있는 요소도 있다.
이런 경기소리가 점차로 대중의 외면을 받고 있다. 이런 현실에 명창은 마음이 편치 않고, 할 일이 태산 같아 어깨는 무겁다. 할 일은 많고 갈 길은 먼데, 해는 서서히 지고 있는 셈이다. 경기소리의 보존과 계승 책무를 그와 유관 단체에만 전가할 수 없다.
우리 모두가 지켜야 할 가치 있는 경기도의 무형자산이자 문화콘텐츠이기 때문이다. 마침 2017년도 예산안이 경기도의회에서 편성 중이다. 도의회, 경기도 관계부서, 경기문화재단이 마음을 모아 그녀의 어깨를 가볍게 해주고 마음의 짐을 조금은 덜어주었으면 한다.
참고로 경기학연구센터 홈페이지에 접속하여 '센터자료'와 '영상자료'를 연이어 클릭하면 그의 소리를 듣고, 경기소리와 긴잡가를 제대로 이해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