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내년 9월 총선에서 총리직 4연임 도전을 선언했다.
메르켈 총리는 20일 저녁(현지시간) 기자회견을 열어 자신이 당수로 있는 중도우파 기독민주당 지도부 회합 결과를 전하며 이같이 밝혔다.
메르켈 총리는 앞서 기민당 지도부 회의에서 다음달 5일 시작되는 에센 전당대회 때 임기 2년의 기민당 당수직에도 다시 나서겠다고 말했다.
그는 회견에서 "끝없이 숙고했다. 결정하는 데 많은 시간이 필요했다"면서 그동안 공식 발표를 미뤄온 것에 대해 이해를 구했다.
그는 난민 위기, 시리아 내전,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브렉시트), 미국 대통령선거 파급효과를 예시하며 "이번 선거(내년 9월 총선)는 어느 때보다 어려울 것"이라고 예상했다.
메르켈 총리는 모두 발언에 이은 기자들의 문답에서 "독일사회는 현재 심대하게 양극화돼 있다"고 지적하고 "기민당은 좌우로부터 모두 공격받을 것이고, 특히 우파 세력의 공격이 강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메르켈 총리는 그러고는 독일사회의 통합과 증오심 차단을 주요 과제로 제시하고 민주주의, 자유, 출신국·피부색·종교·성(性)·성적(性的) 성향 또는 정치적 입장과는 독립적인 인간 존엄성 존중을 강조했다.
그는 지난 9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공화당 후보가 차기 대통령에 당선된 사실을 지켜보고서 발표한 공식 성명을 통해서도 독일과 미국의 공동가치로 이들 사항을 열거한 바 있다.
대개 독일 총리는 주요 당 당수직을 꿰찬 채 '최고후보자'로 총선 간판 역할을 하고 나서 집권 다수를 확보하면, 이후 연방하원 다수의 투표로 선출된다.
메르켈까지 역대 8명째 배출된 독일(구서독 포함) 총리는 예외 없이 기민당이나 중도좌파 사회민주당 소속이 맡았다.
기민당의 전통적 경쟁 상대이지만 지금은 대연정 소수당인 사민당에선 지그마어 가브리엘 당수(연방 부총리)가 메르켈 총리와 대적할 가능성이 현재로썬 크다. 그러나 가브리엘 당수는 득표 확장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지적 때문에 유동성이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메르켈 총리는 앞서, 연방하원 원내 단일세력인 기독사회당과의 합의아래 기민-기사당 연합의 단일 최고후보로 나서 2005, 2009, 2013년 세 차례 총선에서 연거푸 승리를 거두고 총리직 3연임에 성공했다.
오는 21일로 그의 총리직 수행 기간은 정확하게 11년을 채우게 된다.
작년 정점을 찍은 난민 위기 탓에 인기가 떨어졌다고는 하지만, 집권 다수인 기민-기사당 연합 내에 메르켈을 대체할 인물이 없다는 지적은 끊이지 않았다. 또한, 그가 후계자를 천거하거나 물색할 조짐을 보이지 않은 것 역시 그의 권력의지가 여전하다는 것을 보여주기에 충분했다.
따라서 메르켈이 내년 총선 때도 총리후보로 나설 것이란 전망은 독일 정치권에선 상식에 가까웠다.
게다가 최근에는 미국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가 당선돼 포퓰리즘과 고립주의 우려가 나오고 유럽 곳곳에서도 우경화 위협이 고조되자 그는 풍부한 국제무대 경험을 가진 '서구민주주의의 마지막 보루'라는 강점도 지니게 됐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베를린 방문 때 그런 메르켈에게 공개적인 지지 의사를 표명하기까지 했다.
메르켈 총리가 내년 9월 총선을 승리로 이끌고 4연임에 성공하고서, 임기 4년을 채운다면 그는 자신의 정치적 후견인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통일총리' 헬무트 콜의 16년 총리직 수행과 같은 기록을 쓰게 된다.
메르켈 총리는 자신의 4연임 도전에 관한 여론지지율이 한때 40%대로까지 떨어지는 것을 경험했지만 이를 다시 55%(20일 공개된 여론조사기관 '엠니트' 기준)로까지 끌어올렸다. /베를린=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