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와얹은 곡장 전형적 사대부 무덤
경기도 신도비중 으뜸가는 조형미
치제문비는 조선후기 문화 잘반영
원형보존도 잘돼 '사적' 승격 필요
2016년 현재, 경기도기념물은 전체 183건 중에서 무덤이 91건으로 거의 절반을 차지한다. 또 전국 신도비의 70% 정도는 경기도에 분포하고 있다.
이렇듯 경기도는 조선시대 묘제의 중심지이고, 고관대작의 묘는 경기도에 더욱 밀집해 있다. 이런 현상은 조선시대 고위관료들이 현실적인 여건상 주로 경기 지역에 그들의 터전을 정한 데에 있다고 판단된다.
문화재 지정은 크게 역사성, 희소성, 예술성, 학술적 가치 등을 기준으로 한다. 이런 기준으로, 경기도에서 지정한 묘와 신도비를 평가해 볼 때, 인조의 아들이자 효종의 동생인 인평대군(麟坪大君 1622∼1658)의 묘와 신도비(神道碑, 경기도 기념물 제130호), 치제문비(致祭文碑, 경기도 유형문화재 제75호)를 으뜸으로 꼽을 수 있다.
인평대군 묘는 기와를 얹은 곡장(曲墻)으로 둘러싸여 있다. 복천부부인(福川府夫人) 오씨(吳氏)와 합장된 단분(單墳)이다. 봉분 앞에는 묘비·상석·향로석·장명등을 두었으며, 좌우로 동자석·망주석·문인석 한 쌍씩 배치하였다.
묘역 뒤 오른쪽에 산신제를 지내는 석물과 묘역 오른쪽 아래에 판석을 깔았다. 전체적으로 조선시대 사대부 무덤의 일반적인 규범을 잘 보여주고 있다.
신도비는 1658년(효종 9)에 건립한 것으로, 조각 수법이 정교하고, 전체적으로 균형이 잘 잡혀 있으며, 웅장·화려하여 경기도 소재 신도비 중에서 가장 빼어난 조형미를 갖춘 작품으로 평가받는다.
치제문비는 효종·숙종·영조·정조가 제문을 직접 짓고 쓴 어제어필 비문으로 모두 2기인데, 조선후기를 대표하는 네 분 임금의 글과 글씨를 한 곳에서 볼 수 있는 소중한 유산이다.
이런 인평대군 묘역의 문화재를 문화재 지정 기준에 따라 가치를 평가해 보면 다음과 같다. 먼저 예술성: 인평대군은 효종이 매우 아끼던 동생이다. 그런 그가 효종의 재위 기간에 돌아갔으니 효종이 인평대군의 묘와 신도비의 조성에 남다른 애정과 관심을 가지고 지원했을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인평대군 묘의 석물과 신도비는 왕실 소속의 장인에 의해 만들어졌을 것이 확실하고, 그런 이유로 조선시대 무덤의 석물로는 최고의 예술성을 가지고 있으며 규모에서도 웅대하고 장중하다.
학술성: 인평대군 신도비의 받침돌은 거북의 몸체에 용의 머리를 한 귀부형이고, 머릿돌은 쌍룡이 여의주를 두고 다투는 이수형이며, 비신의 재료는 화강암 계통이다. 이에 비해 치제문비는 건물의 기단을 모방한 받침돌에 지붕 모양의 머릿돌을 올렸고 비신의 재료는 단단한 오석이다.
이런 비석의 재료와 형식의 차이는 우리나라 신도비의 양식 변화를 충실히 반영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치제문비는 건물 형태를 양식화하여 낙수로 인한 훼손을 최소화하였으며, 오석을 사용하여 비문의 마멸이 거의 없다. 단순과 실용을 강조하는 조선후기의 문화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역사성: 인평대군은 인조의 아들이자 효종의 동생이다. 1636년의 병자호란 때에는 부왕을 남한산성에 호종했고 1640년 볼모로 청에 갔다가 이듬해 풀려 귀국하였으며, 1650년 이후 4차례에 걸쳐 사은사로 청나라에 다녀왔다. 제자백가에 정통하고 서예와 그림에도 뛰어났다.
현재 '송계집', '산행록' 등의 저서와 '산수도', '노승하관도(老僧遐觀圖)', '고백도(古栢圖)' 등의 작품이 전한다. 무엇보다도 고종과 순종이 그의 핏줄을 이어받았다. 이렇듯 인평대군은 역사적 인물로도 크게 뒤지지 않는다.
희소성: 인평대군 묘역은 원형이 거의 그대로 보존되어 있으며, 조선시대 묘의 전형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또 석비 중에서는 비교적 희귀한 편에 속하는 치제문비도 묘역 내에 자리하고 있다.
경기도 소재 사대부 묘의 석물들이 이러저런 이유로 후대에 원형이 훼손된 경우가 허다한 사실을 감안할 때, 원형이 잘 보존된 드문 유적이라 할 수 있다.
아울러, 인평대군 묘역은 풍수지리적으로 거의 완벽에 가까운 요건을 갖춘 명당이라고 한다. 풍수가 좋다는 것은 좋은 경관을 갖추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인평대군 묘 역시 주변 일대가 개발되어 풍광이 훼손되긴 했지만, 전망은 시원하고 빼어나다. 이참에 경기도 지정문화재인 인평대군 묘와 신도비, 치제문비를 묶어 국가지정문화재인 '사적'으로 지정 승격을 추진할 것을 제안해 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