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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연 영화평론가
누군가는 신랑신부도 하객도 없이 날짜만 잡은 결혼식이라고 비아냥거리고, 누군가는 '대충상'이라고 조롱한다. 대종상을 두고 하는 말들이다. 매년 11월에 개최하던 대종상이 올해는 11월이 끝나가도록 감감무소식이더니 난데없이 다음달 27일 세종대학교에서 시상식을 개최한다고 밝혔다. 그런데 수상자도 참석자도 미정이다.

개최 여부에 대한 전망이 불투명한 가운데 김구회 대종상영화제 조직위원장이 세종대학교 측에 '대관을 취소하라'는 내용증명을 보냈다는 소식도 들린다. 대종상은 '예년과 다름 없이' 내부갈등 중이다.

주최측의 미숙한 진행으로 상당수 수상자들이 불참했던 지난해 대종상에서는 '국제시장'이 작품상을 비롯해 10관왕을 차지했다. 2014년에는 '명량'이 작품상을 수상했으며, 2012년 작품상 수상작인 '광해: 왕이 된 남자'는 15개 부분을 싹쓸이하여 대기업의 독과점과 횡포에 대한 비난이 일었다.

요컨대 대종상 역사의 중심에는 어떤 식으로든 CJ엔터테인먼트가 있었다는 말이다. 그리고 얼마 전 이미경 부회장의 사퇴가 정치권력의 압력에 의한 것이라는 보도가 나왔다. 영화 '광해'가 노무현 전 대통령을 연상시킨다는 이유로 권력에 밉보였다는 것이다.

그러고 보면 이후 제작된 '명량'이나 '국제시장'은 이른바 애국영화이다. 한 편은 자신의 이익을 위해 전횡을 휘두르고, 두 편은 정권에 잘 보이기 위해 애를 썼다는 추측이 가능하다.

지난해에는 '국제시장', '암살', '베테랑' 세 편의 영화가 천만 관객을 돌파하는 기염을 토했다. 재벌3세의 횡포에 맞선 경찰을 그린 '베테랑'은 공교롭게도 대종상에서는 11개 부문에 노미네이트되었음에도 불구하고 하나도 수상하지 못했다.

독립군의 활약과 친일파에 대한 응징을 그린 '암살'은 14개 부문에 노미네이트되어 여우주연상 하나만을 수상했을 뿐이다. 두 편 모두 '국제시장'에 비해 완성도가 떨어진다고 보기 힘든 작품들이다.

상식을 벗어나는 결과들은 대종상이 권력의 수직계열화에 편입된 것이 아닌가 의심하게 만든다. 한편으로는 정치권력에 순종하고 한편으로는 금권을 휘두르는 것이 기업의 속성인지는 모르겠다. 그러나 대종상 50년의 전통과 권위가 이권과 금권, 정치권력의 앞에서 속절없이 무너지는 모습은 안타깝기만 하다.

/이대연 영화평론가 (dupss@nate.com)

※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