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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376시간 봉사를 달성한 홍연수 하남시 덕풍2동 통장.하남/최규원기자 mirzstar@kyeongin.com

주부교실 다니며 우울증극복 나눔 첫발
2003년 대한적십자 인연 9376시간 '온정'
매년 100만원 꾸준한 기부 '희망 전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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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사가 삶의 낙이 되리라고는 생각도 못했어요."

홍연수(65·여) 씨는 1999년 서울에서 하남으로 이사 온 뒤 심각한 우울증 등에 시달렸다. 이를 보다 못한 남편은 자신의 근무지 인근의 주부대학에 다닐 것을 권유했다. 주부교실을 다니면서 우울증을 극복한 그녀는 몇몇 졸업생들과 주부대학 인근 장애인복지관에서 봉사활동을 시작했다. 이때부터 그녀의 삶은 봉사로 점철됐다.

2003년 대한적십자 하남지구협의회와 연을 맺으면서 지금까지 그녀의 봉사시간은 무려 9천376시간에 달한다. "시간이 그리 중요한 것은 아니"라고 손사래 치는 그는 "봉사를 하는 것은 가정생활에도 윤활유가 되고 기쁘기 때문에 굳이 봉사시간을 헤아릴 필요가 없다"고 덧붙였다.

덕풍2동 통장이기도 한 홍씨는 주말을 제외하고는 매일 지역 주민들을 만나면서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필요한 것들을 메워줄 고민을 하며 시간을 보낸다.

무려 10년 넘게 매년 100만여원 씩 기부하고 혼자 사는 노인을 만나 반찬·떡·빵·과일을 전해주는 것은 물론 매주 수요일에는 하남지역 저소득 가정을 위한 반찬봉사에도 빠지지 않는다.

홍씨는 스포츠 댄스 등 문화생활도 하고 싶다. 하지만 막상 집을 나와 여러 사람들을 만나다 보면 문화생활을 하고 싶어도 시간이 없다. 그는 "어려운 사람을 도우면서 얻는 기쁨에 빠져 시간이 흘러가다 보면 문화생활은 뒷전이 된다"며 멋쩍어했다.

개인의 취미와 발전 등에 쓸 시간은 없고, 남을 위해 쓸 시간만 넘치는 홍씨에게 봉사란 뭘까. 기자의 질문에 그는 "나이먹고 할일 없어 하는 일"이라고 너스레를 떤다.

그러나 그의 남다른 봉사열정은 주변 사람들에게 '희망'이다. 주변 어려운 이웃들에게 먼저 다가가 손을 내밀어 주는 것이 그에게는 일상이지만 그의 손을 잡는 사람들에게는 그저 한없이 고마울 뿐이다.

자신에게 투자할 시간이 없다고 말하면서도 늘 남을 먼저 생각하는 그녀는 건강이 허락되는 한 봉사활동을 계속하고 싶다고 한다.

그녀는 "즐겁게 살면서 좋은 사람들도 많이 만났다"며 "남을 돕는다는 생각보다 내가 즐거워할 수 있는 일을 하다보니 지금까지 왔다. 앞으로도 힘닿는 데까지 주변 사람들을 더 많이 만나고 도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하남/최규원기자 mirzstar@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