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항복의 배향서원 용연서원(좌)과 기단보수 작업 모습(우)
이항복의 배향서원인 용연서원(좌)과 경기도문화재돌봄사업단의 기단보수 작업 모습(우). /경기문화재단 제공

전래되는 이야기 23건중 7건 배경
'한음' 학문수양 '오성' 고이잠든곳
道문화재돌봄단, 미화·보수관리
시민관심 부족 답사프로그램 제안


오성과 한음은 어릴 때부터 친구였다. 그러던 중 오성이 약혼을 하였다. 옛날 양반들은 약혼하고도 부인될 사람을 못 만나게 되어 있었기 때문에 오성도 약혼녀와 만나서 이야기를 나눌 수가 없었다.

하루는 한음이 오성에게 말하기를 "네 부인될 사람에게 말을 시키면 내가 한턱을 내고, 말을 못 시키면 네가 한턱을 내라"고 해서, 오성이 "그러마" 하고 둘은 내기를 했다.

오성은 "그럼, 너는 내가 시키는 대로 해라. 작대기를 들고 날 때려죽인다고 쫓아만 오너라" 하니, 한음이 작대기를 들고 "이놈, 때려죽인다"고 쫓아갔다.

오성은 계속 쫓기다가 자기 처갓집으로 들어갔다. 마침 대청 마루에 서 있던 자기 약혼녀의 치마 속으로 기어 들어가 "부인 나 좀 살려주쇼!" 하니, 약혼녀가 말을 안 할 수가 없었다. "여보시오. 약혼을 했으면 겉만 봐야지 속까지 볼랍니까?"라고 말을 하게 되었다. 그렇게 해서 오성은 한음과의 내기에서 이겼다고 한다.

어릴 적 동화책으로 읽었던 오성과 한음 이야기의 한 대목이다. 이들 모두 포천에 연고가 있다. 한음(漢陰) 이덕형(李德馨, 1561-1613)은 그의 외가가 포천 자작리에 있어서 어릴 때부터 자주 왕래했고 포천을 대표하는 인물인 양사언과 교유했다.

또 그를 배향하는 서원인 용연서원(龍淵書院, 경기도 유형문화재 제70호)이 포천에 자리하고 있다. 오성(鰲城)으로 더 알려진 백사(白沙) 이항복(李恒福, 1556-1618)은 한음보다 포천과 더 인연이 깊은데, 그의 할아버지 때부터 포천에 정착하여 살았고, 그의 무덤(경기도 기념물 제24호)과 배향서원인 화산서원(花山書院, 경기도 기념물 제46호)이 현재 포천에 있다.

이외에도 경기지역에 전해지는 오성과 한음 이야기 23건 중에서 7건이 포천을 배경으로 이야기가 진행되는 사실도 그들이 포천과 인연이 깊다는 점을 뒷받침해 준다.

오성과 한음은 임진왜란이라는 국가적 위기을 극복하는 데 크게 기여하여, 오리(梧里) 이원익(李元翼, 1547∼1634)과 함께 '이성(李姓)의 삼상(三相)'으로 추앙받고 있는데, 모두 영의정을 지낸 인물이다.

그들은 우국충정의 정신과 제세안민의 자세로 공무를 처리했고, 공과 사를 엄정하게 구별하고 중립적 태도를 취하여 당쟁에 휘말리지 않았던 것으로 호평 받고 있다.

또한 청백리 정신 등으로 후세의 귀감이 되고 있으며, 특히 두 사람은 중요한 관직을 두루 거치면서 30여 년간 깊은 우정을 유지한 것으로 유명하다.

이들의 우정은 한음이 먼저 세상을 뜨자, 오성은 한걸음에 달려가서 손수 염을 하고 장례를 도와준 일화를 통하여 가늠할 수 있다. 어쨌든 오성과 한음은 우리나라 최고의 '우정 아이콘'으로 상징화되어 있음이 분명하다.

현재 경기문화재연구원 경기도문화재돌봄사업단은 경기도 소재 600여 곳의 문화재를 환경미화·보수관리하고 있는데, 앞에서 언급한 용연서원·화산서원·이항복의 묘소를 비롯하여 이덕형의 묘와 신도비(경기도 기념물 제89호, 양평 소재) 등도 그 중에 포함되어 있다.

정기적으로 현장을 찾아 주변을 청소하고 훼손된 부분에 대한 간단한 보수를 하고 있다. 또 화재와 기타 재난에 대비한 예찰 활동을 꾸준히 펼치고 문화재의 근본적 보존을 위한 전문적인 모니터링을 실시하고 있다.

이러한 활동의 일환으로 지난 11월 17일에는 위의 사진에서처럼 용연서원의 기단부를 전 단원이 참가하여 직무 교육을 겸해 전통적인 기법으로 보수작업을 하였다. 이처럼 문화재청과 경기도의 지원 아래 돌봄사업단은 선현들의 유적을 보존하고 관리하는 데에 적지 않은 공을 들이고 있다.

그런데 이들 문화재에 대한 활용은 낙제점이다. 극소수의 관심 있는 사람을 제외하고는 이들 유적을 찾는 이는 매우 드물다. 무덤은 그들의 정신과 덕행을 선양하는 데에 이바지하지 못하고 있으며, 배향서원은 교육적 기능을 전혀 하지 못하고 있다.

국가와 지자체가 예산과 인력을 투입하여 공들여 관리한 이유가 무엇인가를 반문하지 않을 수 없다. 이런 현실에서 경기도가 한때 실시했던 서원·향교 활성화 프로그램에 관심을 가졌으면 한다.

또 오성과 한음의 우정과 의리, 청백리 정신, 공명정대, 멸사봉공 등을 젊은 세대에게 전파하는 답사프로그램의 운영도 제안해 본다. 활용되지 않는 문화재는 영속성을 유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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