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주택·저소득 母子 최장 5년간 입주
취업 알선·자격증 취득 등 자활 강조
상담·양육·경제교육 생활기반 구축
16가구에 연간 총 4억6천여만원 지원
사회복지법인 세림복지재단이 운영하는 세림주택은 경기도노인전문여주병원을 비롯한 요양병원과 요양원이 함께 있는 복지타운에 자리잡고 있으며, 지상 3층 건물(25세대, 가구당 39.66㎡) 앞에는 넓게 마당이 자리하고 있어 여느 빌라와 비슷했다.
세림주택의 입소자격은 한부모가족지원법에 따라 한 부모로서 만 18세 미만(대학생의 경우 만 22세 미만)의 자녀를 양육하는 무주택 저소득 모자가정이면 최장 5년간 생활할 수 있다. 현재 총 25세대 중 16세대(41명)가 입주해 사는 세림주택을 찾았다.
# 나는 진짜 엄마다
세림주택에서 5년을 지낸 윤아 엄마(50·가명)는 새벽 4시 30분에 일어나 한울타리에 함께 있는 세 아이를 보며 감사의 기도로 하루를 시작한다.
윤아 엄마는 "영원히 끝나지 않을 것 같았던 아픔과 눈물은 지금 나에게 삶의 밑거름이 되었고, 이렇게 살아있다는 것 자체가 감사하고 아직도 삶은 살만하다"고 말한다.
그는 "나이 40에 남편과 이혼을 하고 아무런 희망도 없는 상태로 그저 세 아이와 같이 있어야만 한다는 생각에 세림주택에 입소했다. 당시만 해도 자존감도 낮았고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고 회상했다.
세림주택은 윤아 엄마에게 너무나 많은 것을 주었다. 단순히 주택뿐만이 아니라 생활비 지원과 아이들의 부식과 교육, 그리고 심리치료상담과 취업 알선으로 자립의 역량을 높이게 해주었다.
"언제나 아이들 교육이 문제였는데 세림주택은 아이들과 함께할 수 있는 체험활동과 여행, 아들이 느낀 아빠의 부재로 인한 허전함은 남자 사회복지사 선생님과 운동으로 풀 수 있었고, 컴퓨터실, 그리고 경제·부모교육, 방학 중 아이 돌봄에서 상담까지 너무나 많은 도움을 주었습니다."
윤아 엄마는 4살 막내가 있어 취업이 쉽지가 않았다. 그때 선생님의 안내로 월급을 받으며 간호조무사 학원에 다녀 자격증을 딸 수가 있었다. 그리고 병원에 취직해서 열심히 일했다.
"집 앞 병원에 취직해 일하는 게 행복했습니다. 내가 벌어서 아이들이 먹고 입고 싶은 것 다 해 줄 수 있었고, 아프면 병원도 데리고 가고 저축도 하면서 하루하루 희망에 신이 나서 열심히 살았습니다."
하지만 마냥 행복했던 세림주택 생활 속에 윤아 엄마도 시련을 겪는다. 큰딸과 둘째 아들이 사춘기에 접어들면서 반항하기 시작한 것이다.
"서로 생각 차이와 갈등으로 집안 분위기는 썰렁하고 우울했습니다. 여주건강가정지원센터와 여주 심리상담센터를 연계해 아이들과 함께 상담을 받았고 나의 잘못된 양육방식을 상담과 부모교육을 통해 알게 됐습니다."
그 후 윤아네 집은 조용해졌고, 큰딸은 열심히 공부해 현재 사범대에 들어가 임원으로 활동하며 장학금도 받아서 엄마에게 선물도 하는 기특한 딸이 됐다. 둘째 아들은 대학입시를 바라보고, 초등학교 3학년인 말괄량이 막내는 밝고 명랑하게 잘 자라주고 있다.
윤아 엄마도 아이들을 이해하려고 시작한 공부가 계기가 돼 방통대 졸업과 2급 사회복지사 자격 획득을 눈앞에 두고 있다.
"학사행정에 대해 모르고 힘들 때면 사무실 선생님께 상의하고 도움받아가며 공부한 것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졸업이라니… 세림주택에서 생활했던 5년은 풍족했고, 행복했고, 치열했습니다."
그는 퇴소 후 삶을 위해 많은 준비를 했다. 미술심리상담사, 레크리에이션 강사, 웃음치료사, 리더십 강사, 요양보호사, 간호조무사 자격증 등을 따며 자신과 아이들을 위해 치열하게 준비했다.
윤아 엄마는 세림주택을 퇴소하던 날, 선생님들에게 자장면을 대접하며 "너무 감사합니다. 저 죽지 않고 살아서 나갑니다"라며 같이 웃었던 일을 기억했다.
# 낚시하는 법을 가르치는 '세림주택'
신선희(63) 원장은 한부모가족이 늘어나고 있지만, 자활을 강조하는 세림주택보다는 생활이 자유로운 무료 주택을 선호하는 경향이 아쉽다.
"단순히 주택만 공급하는 지원이 아니라 한부모가족이 자립과 자녀 양육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정책이 중요하다."
세림주택의 한부모가족은 취업하거나 자활훈련기관에 입소해 자격증을 취득해야 한다. 그리고 소득의 70%를 저축해야 한다. 이 모든 것이 5년 후 자립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기 위해서다.
"3개월간 근로 활동을 안 하면 퇴소 조치됩니다. 세림주택은 엄마가 스스로 자립할 수 있도록 엄마의 심리 상담과 취업알선, 자녀 양육과 교육을 지원하고, 소비와 저축 등의 경제 교육도 함께 이뤄집니다."
한 가구당 방 2개, 화장실, 주방이 딸린 12평의 작은 공간이지만, 겨울 가스비나 전기료가 20~30만 원 넘게 나오면 대책이 없다. 수입보다 지출이 많다면 엄마의 경제개념이 엉망이다. 스스로 절제하고 만들어 가는 곳이 세림주택이다.
현재 세림주택의 주요 취업처는 자활훈련기관을 통해 간호조무사와 요양보호사, 사회복지사 자격증을 취득해 병원과 복지시설에 취업하거나, 배달과 식당 그리고 사무직, 자영업 등이다.
# 10% 정부지원에 여주시의 무한 사랑
여주시는 세림주택 입소자들에게 생활비, 아동양육비, 교육비 등 총 9천700만 원과 개인 상담과 부모교육, 그리고 체험행사와 나들이 프로그램을 통한 재충전의 기회를, 퇴소 시에는 자립정착금 500만 원을 지원하는 등 연간 총 4억6천여만 원을 지원한다.
또한 사회복지법인 세림복지재단은 입소 세대 모 2명에게 총 200만 원의 대학등록금을 지원하였고, 입소자녀 15명에게는 장학금 2천100만 원을 지원하는 등 뜻깊은 일을 해왔다.
시 관계자는 "여주시는 열악한 재정 여건 아래에 한부모가족의 생활여건을 고려해 국도비가 10%만 보조되는 상황에서도 세림주택의 운영에 아낌없는 지원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여주시는 올해 경기도 부단체장 회의 등을 통해 보조율을 상향해 줄 것을 건의한 바 있으며, 국가나 경기도에서 보조율을 50%로 상향해 줄 것을 지속 건의해 반영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여주/양동민기자 coa007@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