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 국정 농단 방조 제1당 책임
대대적 쇄신 예고 국민 지지가 관건
보수신당, 남경필·유승민등 출사표
'반기문 영입 경쟁' 더 뜨거워질 듯
차기 대통령 선거를 앞둔 보수 진영의 잠룡들은 새해 어떤 꿈을 꾸었을까.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탄핵 판결이 임박해질수록 마음은 더 조급해질 수밖에 없다. 지난해 연말 비박(비박근혜)계가 새누리당을 무더기 탈당하면서 보수정당의 조직이 와해 되는 등 대선을 치를 준비조차 돼 있지 않다는 게 외부의 평가이다.
새누리당은 그렇다 할 대선주자도 없는 상황이다. 이러다 정권 연장은 고사하고 후보도 못 내는 '불임 정당'으로 쇠락할 위기에 처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새누리당을 박차고 나간 (가칭) 개혁보수신당(이하 보수신당) 역시 야권보다 후보군이 적은 데다 경쟁력 있는 '다크호스'가 없는 상황이다.
물론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의 기대 효과를 노리며 두 당이 '반전'을 꾀하기 위한 몸부림을 치고 있지만, 민심은 그리 녹록지 않다.
이제 팔도에서 가장 민심이 활발하게 움직이는 '설날'을 앞두고 있다. 분열된 이들이 서로 유리한 입지를 구축하고 세를 형성하기 위해 새누리당은 뼈를 깎는 '대혁신'을, 보수신당은 '창당'을 준비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런 틀 속에서 대권을 꿈꾸는 '잠룡'들의 행보가 빨라지기 시작했다.
비박계의 이탈로 새누리당은 아직 뚜렷한 후보가 없다. 당내에선 이인제 전 의원과 정우택 원내대표, 김문수 전 경기지사, 김태호 전 최고위원 정도가 대선 후보감으로 거론되고 있지만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를 방조한 제1당의 책임을 면하기는 부족해 보인다.
물론 지난 연말 인명진 목사를 영입해 새 비대위를 꾸리고, 과거 천막당사 시절처럼 대대적인 쇄신과 인적 청산을 예고하고 있지만 얼마나 국민의 지지를 이끌어 낼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아직 판단하기 이른 시점이다.
새누리당을 이탈한 보수신당에서는 유승민 의원을 비롯해 남경필 경기지사, 원희룡 제주도지사, 오세훈 전 서울 시장 등이 있다. 과거 노쇠정당으로 수구 보수 이미지를 탈색시킨 개혁의 아이콘을 가지고 있지만, 이번에는 당을 깨고 나가 개혁보다 보수정당을 분열시킨 장본인이라는 점에서 평가가 엇갈린다.
두 진영에서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의 영입 경쟁을 벌이는 것도 이런 현실을 잘 알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오는 15일 귀국예정인 반 전 총장이 귀국 후 어느 정파에 몸을 실을지, 귀국 후 어떤 행보를 보일지 주목된다. 일각에선 귀국하면 당장 기존 정당에 들어가기보다는 그동안 축적한 경험을 바탕으로 '민심 투어'에 나설 것이라는 전언이다.
반 총장이 주로 해외에서 활발하게 활동 했지만 지난 10년간 유엔에 재임해 국내 사정에 어둡다는 현실을 인식하고 더 구체화된 대권행보를 하겠다는 의지로 보인다.
반 전 총장의 입지가 확고해질수록 보수 정당의 영입 경쟁은 더 뜨거워질 것으로 보인다.
유승민 의원이 반 전 총장에 대해 "반 총장이 귀국하면 꼭 모시고 오세훈 전 서울시장, 남경필 경기지사 등과 함께 공정한 경선 과정을 거쳐 좋은 후보를 내서 (신당이) 대선에서 반드시 승리하도록 하겠다"고 말한 것도 이런 분위기를 뒷받침하는 대목이다. 유 의원 자신도 대권 도전에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강연 정치'와 '쓴소리'를 통해 대권 주자로서 발판을 마련한 그는 탈당하기 전에는 사실 박근혜 대통령과 소원한 관계 때문에 입지가 크지 않았다.
다만 새누리당 원내대표 시절 할 말은 하는 유연한 정치 행보를 보이면서 수도권 중도층의 지지를 많이 받고 있어 '야권의 표심도 흡수할 수 있는 게 장점이다. 이런 점을 의식하듯 일단 유 의원은 젊은 층과의 눈높이를 맞추는데 주력하고 있고, '정의', '보수 혁명', '개혁' 등을 키워드로 보폭을 넓히고 있다.
유 의원과 보수 신당에 합류할 것으로 보이는 남경필 지사와 원희룡 제주도지사, 오세훈 전 서울시장도 대권행보를 가속화 하고 있다.
특히 남 지사는 지난해 '모병제'를 대선 공약화 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데 이어 경기도에서 처음 시작한 연정(연합정치)을 토대로 '협치 정치'를 실험한 장본인으로서 보수신당에 합류하면 대안주자로 급부상할 수도 있다. 비슷한 컬러인 원희룡 제주도지사와 오세훈 전 서울시장도 새누리당 탈당을 계기로 대권 행보를 보다 가속화 할 것으로 보여, 소위 말하는 '문재인 대망론'을 견제하기 위한 제3 지대 결성도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반면 새누리당은 일차적으로 당 쇄신에 주력하면서 대오를 정비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바둑의 격언 '아생연후살타'(我生然後殺他)라는 말 처럼 '자신의 말이 산 다음에 상대의 돌을 잡으러 가야 한다'는 의미로 약점을 살피는 데 주력하는 모습이다.
지난 연말 '인명진 체제'를 만들어 박근혜 정부에 실망한 지지층의 자존심을 살리고, 인적 청산과 쇄신을 통해 대선을 치를 준비에 나선 것이다. 비박계의 탈당으로 몰락하는 모습으로 비치고 있지만 이러한 비장한 각오와 실천으로 대선을 준비하겠다는 계획이다.
이 대목에서 반 전 총장의 귀국을 의식, 러브콜을 보내고 있는 것도 마지막 남은 한장의 카드를 사용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지금은 대권 주자가 변변치 않지만, 당을 잘 정비해 놓고 반 전 총장과 당내에서 거론되는 대권 주자들의 경쟁 구도를 만들면 충분히 반전을 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최근 정우택 원내대표가 반 전 총장의 향후 행보에 대해 "야당은 안 가실 것"이라고 선을 그은 것도 반 전 총장에 대해 내심을 보인 것으로 해석된다. 그는 그러기 위해서는 "이제부터 우리가 개혁을 시작해 환골탈태하는 정당을 만들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지난 총선에서 낙마하고 의기소침하고 있는 김문수 전 경기지사도 새누리당에 남기로 했다.
국회의원 3번, 경기도지사 2번 등 5번의 선거에서 승리하고 고향으로 내려가 20대 총선에선 낙마했지만 확실한 대권 주자가 없는 새누리당에서 기회를 엿보고 있다. 친박계 핵심모임이었던 '혁신과 통합 보수연합'의 공동대표를 맡았던 이인제 전 최고위원도 대권 도전을 위해 기지개를 켜고 있다.
최근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에 찬성한 새누리당 의원들에게 일침을 가한 그는 광화문에 대권 도전을 위한 싱크탱크인 (사)한반도통일연구원을 운영하고 있고, "새누리당이 건강한 보수우파의 중심으로 다시 태어나는 데 일조하겠다"며 위기에 빠진 새누리 호를 자신이 구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고 한다.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도 실현 여부를 떠나 올해 대권 가도에 적잖이 이름이 거론될 것으로 보인다. 황 권한대행 자신은 대선 출마에 대해 선을 긋고 있지만, 그는 여전히 새누리당 주류의 잠재적 대권 주자로 꼽히고 있다.
국민적 반대 여론이 높은 국정교과서 추진과 박 대통령 정책과 기조의 연장선상에서 국정을 이어가면서 '포스트 박근혜' 이미지를 구축하고 있다는게 정가의 의견이다.
황 권한대행이 각종 여론조사에서 여권 내 2위 주자로 발돋움하고, '반기문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는 것도 '포스트 박근혜'를 연상케 하는 부분이다. 누가 보수 진영의 아이콘을 거머쥘 수 있을지는 '쟁취'와 '반전'의 드라마로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정의종기자 jej@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