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진영 분열로 '반사이익' 기대
문재인 '부동선두' 확장성은 한계
이재명 '崔게이트'속 가파른 상승
안철수·박원순, 반등카드 모색중
지난해 말 대한민국 국민 전체를 절망에 빠뜨린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로 인해 집권 여당인 새누리당은 사실상 올해 대선판에서 한 발 물러설 수 밖에 없게 됐다. 국민들의 분노는 여전히 박근혜 대통령을 비롯한 새누리당을 정조준하고 있으며, 해가 바뀐 지금까지도 쉽사리 가라앉을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로 말미암은 국가적 비극과 국민들이 느끼는 허탈감은 국민 모두의 불행이지만, 정치공학적 측면으로 보면 야권은 정권 탈환을 위한 뜻밖의 호재를 만난 것이나 다름없다. 집권 여당의 지지율이 급격히 떨어지면서, 야권의 대선 승리는 '다 잡은 물고기'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더욱이 최근 헌정사상 처음으로 보수 진영이 둘로 쪼개지는 사태까지 벌어져 보수층의 부활은 최소한 대선 이전까지는 무리라는 관측이 높다.
야권에서는 결국 후보 교통정리 문제만 남은 셈. 하지만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 뿐 아니라 '제3지대'를 노리는 새로운 집단까지 '청와대행'을 호시탐탐 노리는 잠룡들이 산재해 있어 야권 대선 후보가 되는 길은 그리 녹록지만은 않을 전망이다.
# '내가 제일 잘 나가'(문재인)
= 현재 야권 내 대선 주자 중 가장 잘 나가는(?) 후보는 단연 문재인 전 민주당 대표다. 지금까지 실시 된 각종 대선후보 지지율 여론조사에서 문 전 대표는 줄곧 1위를 놓치지 않고 있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국내 복귀가 임박하면서 엎치락뒤치락하는 양상을 보이고는 있지만, 야권 후보 중에서는 부동의 선두다. 더욱이 조기 대선이 가시화되면서 시기상 문 전 대표의 대항마가 나타날 여건이 여의치 않다는 분석이 높다.
하지만 '확장성'의 문제는 '대세'인 그에게도 약점으로 제기되는 부분이다. 최순실 게이트로 인한 거듭되는 새누리당의 고전 속에서도 지지율이 눈에 띄게 치고 올라가지 못한다는 점에서 그의 한계를 지적하는 여론이 높다. 민주당의 정권 교체를 위해서는 '문재인만 아니면 된다'는 자조 섞인 농담이 당 안팎에서 나오는 이유다.
친문(친문재인) 세력이 당내 주류로서 기반을 잡고는 있지만, 그에 속하지 못하는 나머지 세력들이 '반문(反文)'이라는 이름으로 국민의당 등과 힘을 모으면서 그의 '안티(anti)' 역할을 자처할 수 있다는 점도 앞으로 문 전 대표가 풀어나가야 할 숙제다.
# '거침없이 하이킥'(이재명)
= 최순실의 후광(?)을 가장 크게 본 인물은 이재명 성남시장이다. 최순실 게이트 초반에 대부분의 야권 인사들이 탄핵 역풍을 우려해 신중한 스탠스를 취했지만, 이 시장은 특유의 거침 없는 화법으로 국민들의 가려움을 긁어주며 독자적인 입지를 구축했다.
대선 후보로서 1~2%대에 그쳤던 이 시장의 여론조사 지지율은 위기 정국을 거치면서 가파르게 치솟기 시작했다. 촛불집회 현장에서의 각종 '사이다' 발언과 활발한 SNS 정치를 통해 점차 대중의 많은 인기를 등에 업은 그는 급기야 자신의 지지율을 16%까지 끌어올렸다.
그는 '고구마를 먹으면 체한다'며 문 전 대표를 견제하는 위치에 오를 정도로 명실상부 민주당 내 대선 후보 투톱 반열에 올랐다.
하지만 그의 거침 없는 발언이 때로는 자신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그의 말에서 종종 찾아볼 수 있는 선동적이고 자극적인 표현이 국민들의 분노에서 비롯된 일시적인 목마름은 해소할 수 있다 하더라도, 대중의 신뢰와 꾸준한 지지로 이어질 수 있을지 우려도 존재한다.
연일 상한가를 기록하던 그의 지지율은 실제 몇 차례 말실수를 거치며 주춤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이 시장을 향한 대중의 열광적인 지지가 일시적인 거품으로 그칠지, 또 하나의 '샌더스 현상'으로 이어질지 두고 볼 일이다.
# '나를 잊지 말아요'(안철수)
=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는 한때 야권 내에서 문 전 대표와 함께 대선 후보로서 부동의 양대산맥을 이뤄왔지만, 대선 고지가 눈앞에 보이는 시점에 와서 엉뚱하게도 혜성처럼 등장한 신참(?)에게 추월을 당하는 수모를 겪고 있다. 지지율이 낮아진 만큼 국민들의 관심에서도 조금씩 멀어지고 있다.
그는 이번 최순실 게이트 정국에서 강공법을 택하며 나름의 승부수를 띄웠다. 일찌감치 즉각 퇴진을 외친 데 이어, 장외로 나가 전국을 돌며 박 대통령 퇴진 서명운동까지 벌였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새누리당의 이탈층을 흡수하는 데는 실패했다. 그러면서 존재감마저 갈수록 미미해지고 있어 분위기 반전을 위한 전환점이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일각에서는 새누리당에서 떨어져 나온 개혁보수신당과의 연대 가능성을 제기하는가 하면 반 총장이나 손학규 전 민주당 고문 등과 힘을 합칠 것이라는 관측도 내놓고 있다.
하지만 그의 입에서는 아직 아무것도 언급된 바가 없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를 거치면서 국민들이 낡은 정치에 염증이 나 있는 지금이야말로 그가 기치로 내걸고 있는 '새 정치'를 구체화할 수 있는 강력한 '한 방'을 보여줘야 할 시점이다.
# '그래도 대선 후보'(손학규)
= 지난해 10월 전남 강진에서의 칩거생활을 마치고 정계 복귀를 선언한 손 전 고문으로 인해 정치권에는 큰 판도 변화가 예상됐다. 민주당을 탈당한 그는 대선 출마 여지를 남긴 채 개헌을 통한 '새판 짜기'에 본격적으로 나서는 듯했다.
하지만 곧바로 터진 최순실 게이트는 마치 블랙홀처럼 모든 이슈를 집어 삼켜버렸고, 그의 정계복귀도 예외가 아니었다.
하지만 보수와 개혁적 색채를 동시에 지닌 손 전 고문은 중도 성향의 대선후보로서 여전히 손색이 없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 때문에 국민의당은 물론 최근 개혁보수신당에서도 그를 향해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조기 대선 가능성이 높은 지금으로선 향후 손 전 고문을 중심으로 하는 새로운 정당 형태의 모임이 결성될 가능성이 높게 점쳐진다. 여기에 그가 어느 세력과 손을 잡느냐에 따라 대선 전체 판도 역시 큰 영향을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 '끝날 때까진 끝난 게 아니다' (박원순·안희정·김부겸·천정배)
= 이 밖에도 야권 내 대선 주자로는 박원순 서울시장과 안희정 충남지사, 민주당 김부겸 의원, 천정배 전 국민의당 대표 등이 꼽힌다.
박 시장은 한때 당내 문 전 대표의 대항마로 꼽히기도 했지만, 지지율은 오랜 기간 답보 상태에 머물러 있다. 그래도 그는 여전히 당내 손꼽히는 대선 주자 중 하나로 계속해서 큰 그림을 그려 나가는 중이다.
안 지사 역시 대선 도전 의지를 강하게 피력하고 있다. 그는 최근 광주시의회를 방문한 자리에서 "문 전 대표가 진보와 김대중·노무현의 정신을 가장 폭넓게 포용한다면 제가 이길 길이 없다. 하지만 현재 그렇지 못하다"며 이례적으로 문 전 대표를 향해 견제구를 날렸다.
안 지사는 또 "현재 지지율은 크게 개의치 않는다. 에베레스트 최정상에 도전할 마지막 주자는 그날의 컨디션에 따라 정해지는 법"이라며 자신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김 의원은 최근 개헌토론회를 주최하는 등 개헌을 매개로 한 야권 내 폭넓은 연대를 구축해가고 있다. 여기에는 당내 비주류 진영을 비롯해 국민의당 의원들도 상당수 뜻을 함께하고 있다.
천 전 대표는 국민의당 대주주 격인 안 전 대표의 아성에 최근 도전장을 내밀며 대선 도전을 공식화했다. 그는 당내 기반인 호남을 중심으로 승부수를 띄울 예정이다.
/황성규기자 homerun@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