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흥 능곡동 신석기 마을유적 출토 빗살무늬토기
시흥 능곡동 신석기 마을유적 출토 빗살무늬토기. /경기문화재단 제공

경기문화재연구원, 2007년 발굴
서울 암사동 뒤잇는 '중기' 추정
토기 7점 예술적·기술적 큰의미
공원조성후 방치·상주인력 필요

10년 전인 2007년까지 우리나라 중서부 지역을 대표하는 신석기시대 마을유적은 서울 암사동 유적이었다. 그런데 이 암사동유적은 마을 전체가 발굴된 것도 아니었고, 시기도 기원전 4,000~3,500년 사이의 신석기시대 전기에 국한되어, 경기지역을 중심으로 하는 신석기문화의 전모를 파악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었다.

그리고 이런 한계는 암사동 유적에 대한 발굴이 이루어진 1970년대 초반 이후 최근까지 줄곧 이어져 왔다.

이런 학술적 한계를 극복하고 경기도의 신석기문화를 구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게 한 유적이 오늘 소개할 시흥 능곡동 유적이다. 이 유적은 2007년 시흥시 능곡동 일원에 택지개발사업지구를 조성하는 과정에서 경기문화재연구원이 발굴조사한 것으로, 과거 해안선에 인접했던 해발 30m의 작은 구릉의 정상부에 위치하고 있다.

조사 결과 신석기시대 유구로는 말각방형의 주거지 24기가 정형성을 보이면서 확인되었고, 유물은 빗살무늬토기를 비롯하여 망치돌, 갈돌, 갈판, 화살촉, 굴지구 등과 같은 석기들이 다량으로 출토되었다. 그리고 유적의 연대는 집자리 규모와 형태, 토기의 형식 등에 의거하여 신석기시대 중기(기원전 3,600~2,500년)로 추정되었다.

이 유적의 발굴로 신석기 전기에서 중기에 이르게 되면 취락의 입지가 하천변의 충적대지에서 해안가의 구릉 지대로 옮겨간 사실, 당시 마을의 구조는 중앙의 공터를 중심으로 20~30호의 가옥들이 둘러싸고 있는 형태였던 사실 등을 알 수 있게 되었다.

또 출토유물 중에 어망추와 낚시 같은 어로도구가 전혀 출토되지 않은 반면에, 갈돌과 갈판 그리고 땅을 파기 위한 굴지구(掘地具)가 출토되어 농경이 생업경제였고 어로는 보조적이었을 것으로 추측되었다.

유물 중에서 특기할 만한 것은 형태 복원이 가능한 7점의 빗살무늬토기였다. 몸통 전체에 단일의 문양만을 넣은 동일계 문양과 함께, 입술·몸통·바닥으로 나누어 각기 다른 문양을 넣은 구분계 문양도 함께 출토되었다.

현재까지 경기도에서 7점 이상의 신석기 토기가 출토된 사례가 없고, 구분계와 동일계가 함께 출토되어 능곡동 출토 빗살무늬토기는 경기도를 대표하는 신석기 토기가 되었다.

토기에는 인간이 처음으로 터득한 과학적 경험과 지식이 녹아 있다. 흙을 물과 반죽하여 손으로 빚으면 형태를 갖춘 용기를 만들 수 있고, 그것을 불에 구우면 단단해진다는 화학적 원리의 이해가 그것이다. 또 흙 반죽에 운모·석영·장석 등의 돌가루를 섞으면 견고해진다는 물리적 지식도 포함되어 있다.

어쨌든 토기는 소조(塑造)의 지식이 적용된 것이며, 인간이 처음으로 '무에서 유'를 창출해 낸 이기(利器)이다. 한편, 빗살무늬토기의 경우 그릇 표면을 캔버스로 삼아 기하학적 문양을 새겼다. 단순한 문양이 아니라 태양, 비, 번개 등을 상징하는 것들을 새겨, 농작물의 풍요를 기원하는 염원도 담았다.

이처럼 시흥 능곡동 유적이 지닌 고고학적 가치는 높고, 그곳에서 출토된 빗살무늬토기는 하나의 작품으로 간주할 수 있을 정도로 예술적·기술적 가치를 지니고 있다. 그리고 이런 학술적 가치가 인정되어 발굴 완료 후 원형을 그대로 보존, 현재는 유적공원으로 조성되어 있다.

그런데 그곳에 가면 최근에 복원된 주거지 몇 기만이 남아 있고, 유적의 진정한 가치를 알리는 해설이나 안내가 부족하다. 이는 우리나라 유적공원이 지닌 근본적 문제이며 일반인이 발굴유적을 멀리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어쨌든 엄청난 경제적 손실을 감수하고, 막대한 복원 비용이 투입된 유적공원들이 '사장(死藏)'의 수준으로 방치되고 있는 사실이 답답하다.

이에 경기도 전체의 유적공원을 대상으로 적극적인 활용방안이 강구되었으면 한다. 시흥 능곡동 유적과 관련해서는 우선적으로 기존의 시설을 최대한 활용하여 설명 내용을 대폭 보완·교체하고, 유적을 관리하고 해설할 수 있는 상주인력의 배치를 제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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